위치가 반이다: 입지 결정

A: 나 오늘 월세 입금했어. 진짜 큰일이네.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 같지만, 임대한 공간에는 아무 변화가 없으니 직장인 A는 초조해합니다. 저는 직장인 A가 임대차계약서를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큰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이제야 얼마나 큰일인지 실감하나 봐요.

 

미국 드라마 <How I met your mother>에서 주인공 테드가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꼭 들어가 보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저한테도 그런 웹사이트가 있어요. 약간 다른 점이라면 테드는 부동산 경매 사이트를 보고, 저는 부동산 앱을 여러 개 둘러본다는 점이죠. 부동산 앱에서 잘 아는 동네, 궁금한 동네, 한 번도 안 가본 동네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정말 꽂히면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연락해서 찾아가기도 합니다.

 

공간 기반 창업에서는 위치와 장소 결정이 절반 이상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지만, 공간 하나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동네의 분위기와 방문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위치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활기찬 분위기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 누가 봐도 '뜨고 있는 곳'은 대체로 비쌀 뿐만 아니라 입주하려는 경쟁자가 많아서 시작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곳은 단기간에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매출을 올릴 수 있겠죠. 물론 순이익과는 별개로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처음부터 꼭 경쟁이 치열한 곳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시재생을 이야기할 때 새로운 공간을 만든 사례가 많이 다루어집니다. 내가 만든 공간이 매력적이고 흥미로워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발산한다면, 동네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좋은 예로 '감자꽃 효과'가 있습니다. 저에게 평창은 올림픽 개최장소가 아니라 감자꽃스튜디오와 제가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동네입니다. 평창국민학교 노산분교장은 1999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2002년 문화기획자 이선철 대표가 공간을 임대했고,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을주민에게 기증받은 학교 관련 추억의 물품이 있는 노산분교박물관, 도서관, 극장 겸 스튜디오, 소사실(목공실), 교무실(사무실), 교장실과 숙직실(레지던스)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아카이빙과 계절별 행사(봄 소풍, 여름방학 캠프, 가을 운동회, 겨울 성탄극장), 지역예술가의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