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Comment: 스토리가 브랜드를 만든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도쿄X라이프스타일>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흰 종이 위에 이름 석 자를 쓴 삐뚤빼뚤한 손글씨 이미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70년 만에 한글을 배운 할머니가 처음으로 쓴 자신의 이름'이라는 설명을 듣자 사진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힘을 준 듯 글자 모서리마다 번져있는 볼펜 잉크 하나까지 뭉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보고 지나쳤더라면 금세 잊어버렸을 사진 한 장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가진 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도쿄 어딘가, 그저 예쁜 꽃을 파는 것이 아니라 꽃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파는 꽃집이 있습니다. 서점은 서점인데 오프라인에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서점도 있죠. 사람들은 그저 저렴하고 예쁜 꽃이나 책방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씁니다. 이 독특한 꽃집과 서점은 그 자체로도 이야기가 된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꽃의 시간을 바꾸는 꽃집, EW파머시

시간이 지나면 꽃은 시든다. 조화나 드라이플라워는 마치 모조품 같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보존 기간이 길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물하기 꺼려진다. 그런 점에서 약품 처리를 통해 대개 3년 이상 신선한 생화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만든 보존화는 조금 다르다. 조화와 달리 생명이 있고, 드라이플라워와 달리 생화였을 때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생화가 더 우월하다. 꽃의 시간을 바꾸는 마법이 더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런 인식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도쿄의 작은 꽃집 EW파머시(EW Pharmacy)는 꽃을 사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보존화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EW파머시의 꽃 진열대 ⓒew_pharmacy/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