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광장시장 칼국수부터?

거기가 '한국 누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 맞아?

최근 한국에 방문한 싱가포르 동료가 광장시장의 칼국수 집을 말하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 오자마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이 광장시장의 노포라니요.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의 서울 에피소드를 보았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콘텐츠는
따로 있습니다

희귀하고 특별해 보이는 음식의 사진 또는 영상은 강력한 여행의 동기를 만들어줍니다. 오직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하죠. 그곳이 어디든, '궁극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면 여행의 만족도는 이미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뉴욕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셰프의 테이블> 시즌1의 두 번째 에피소드 때문이었습니다. 블루힐이라는 레스토랑과 도시 농장을 실현하는 셰프 덴 바버(Dan Barber) 스토리를 접하고 뉴욕 여행을 결정했죠.

 

비행기 표를 예약하기도 전에 오픈테이블로 레스토랑 예약부터 완료하고, 나머지 여행 일정은 그 후에 정했습니다. 비행기 표보다 레스토랑 예약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 블루힐 셰프 덴 바버가 나온 <셰프의 테이블> 예고편. 그는 셰프이자 도시농부다. ⓒNetflix

 

최근 여행에 있어 중요해진 키워드는 '경험'입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IT로 온라인 상거래가 글로벌화되면서 물건 자체의 희소성은 약해졌습니다. 그 나라 혹은 도시에서만 살 수 있었던 물건도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가 중요했던 여행 트렌드가 경험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현지 레스토랑, 현지인에 제공하는 경험은 여행을 통해서만 맛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경험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합니다. 예전에는 소수의 미식가만 누린다고 생각했던 숨겨진 맛집 정보가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혹은 추천 플랫폼을 통해 모두에게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비로소 미식 여행의 민주화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을 찾아주는 플랫폼의 성장

온라인 여행 플랫폼 아고다와 부킹닷컴 그룹사로 알려진 글로벌 기업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이 지난 2014년 무려 2조 650억 원에 5년 된 신생 스타트업 오픈테이블을 인수했습니다.*

* 관련 기사: 美 여행예약 대기업, 오픈테이블 인수..레스토랑 예약서비스 확장 (이데일리, 2014.6.14)

 

당시 여행 업계는 프라이스라인의 인수 소식과 가격에 놀랐습니다. 여행에서 음식이 중요한 콘텐츠라는 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지만, 프라이스라인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레스토랑 정보가 '여행의 경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한국에서 오픈테이블은 낯선 서비스지만 북미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거나 사용해보셨을 겁니다.

 

오픈테이블은 레스토랑 예약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예약뿐 아니라 레스토랑 평점과 위치 정보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여행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서비스이기도 하죠.

 

프라이스라인은 오픈테이블 인수 이후 유럽과 남미, 아시아*에도 진출해 프라이스라인의 숙박과 항공사업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 아시아에서는 2019년 5월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 홍콩 등에 진출했다.

레스토랑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 ⓒShutterstock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2017년 에어비앤비도 오픈테이블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레지(Resy)에 투자했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레지와 협업을 결정하고, 레지가 추천하는 로컬 레스토랑을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 관련 글: Airbnb and Resy Team Up to Offer In-App Restaurant Reservations (Airbnb Pressroom, 2017.9.20)

 

뉴욕을 기반으로 성장한 레지는 오픈테이블의 후발주자로, 예약 가능한 레스토랑의 수는 오픈테이블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특색 있는 로컬 레스토랑을 큐레이션하고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특징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파트너십을 맺은 레스토랑의 수가 오픈테이블이 더 많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레지의 성장을 두고 여러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레지가 에어비앤비와 함께 여행 시장에서 어떤 협업 효과를 활용해 성장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음식이 여행 산업에 있어
중요한 경험 요소라는 것입니다

구글맵 역시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앱 중 하나입니다. 구글은 2011년 레스토랑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갓(Zagat)을 인수했습니다.

 

자갓은 미슐랭 가이드처럼 자갓이 인정한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큐레이션하고, 고객이 방문 후기를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레스토랑 정보 플랫폼으로서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입니다. 저 또한 구글 맵의 레스토랑 후기를 참고하는 편인데, 구글 맵보다 자갓의 평점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글은 2018년 자갓을 레스토랑 리뷰회사인 인페추에이션(The Infatuation)에 매각했습니다.* 구글과 자갓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저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30년 가까이 레스토랑 리뷰를 제공한 자갓의 행보가 바뀐 여행 트렌드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 관련 기사: 구글, 레스토랑 평가 업체 '자갓' 매각 (조선일보, 2018.3.6)

여행자가 발굴한 로컬 맛집의 브랜드화

맛집의 파급력은 국내 여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카페 문화의 발상지로 알려진 강릉은 이제 '커피의 도시'가 아닌 '꼬막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꼬막을 맛보러 강릉을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현지인이 가던 꼬막 집은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늦은 밤에 들려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전국 맛집으로 등극했습니다. 한 번은 강릉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제게 "꼬막 집으로 갈 건가요?"라고 물었을 정도입니다.

 

꼬막 식당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한 백화점의 식품 매장에서 팝업스토어로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식당의 인기로 꼬막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고 '꼬막장'이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로 등장하기도 했죠.

* 관련 기사: 현대百 "입소문 자자한 '꼬막 비빔밥' 먹으러 오세요" (매일경제, 2018.6.21)

 

물론 오직 '맛집'에만 모든 여행 콘텐츠라 쏠리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미식 여행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1차원적인 행위보다, 많은 사람이 특별한 맛을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문화나 경험 콘텐츠와 관련한 일을 하는 분이라면, 관광 혹은 문화 콘텐츠와 관련한 일을 하신다면, 음식이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에 오래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