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에게 맥락을 전달하는 내부 모니터

여행할 때만큼은 그 어떤 대중교통보다 버스를 선호합니다. 도시 풍경을 보고 관찰하는 것 또한 여행의 큰 재미인데, 지하철이나 도보로는 이런 체험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스쳐 가는 도시의 곳곳을 마주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합니다. 그래서 저는 버스 여행이 도시를 관찰하는 제일 좋은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교토 여행 때도 많은 곳을 버스로 다녔습니다. 교토는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어 대부분의 관광지는 버스로 찾아갈 수 있는데요. 게다가 '원데이 버스 티켓'을 구매하면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세 번 정도 타면 본전을 뽑을 수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이 티켓을 이용하고 있죠.

 

일본 버스에서 디테일을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도쿄를 여행할 때에도 여러 가지 배려를 만났기 때문인지 교토 버스에서도 무언가 발견하기를 기대했고, 그 기대를 충족하는 경험을 충분히 했습니다. 승객을 위한 교토 버스의 다양한 배려와 디테일,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교토 버스를 타면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버스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요. 그 디스플레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승객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정보 전달입니다

우리나라 버스 디스플레이에 롤링 되는 내용 대부분은 도착 정보, 짤막한 예능 클립, 광고 등입니다. 웃긴 콘텐츠나 주목도 있는 광고로 "이런 것도 한번 보실래요?" 하고 권유하는 거죠. 승객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사업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노출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공급자 마인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교토 버스는 승객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맥락을 똑똑하게 파악해 승객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도 한번 보실래요?"가 아닌 "이런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보여드려요"의 느낌인 거죠.

 

첫째, 앞으로 도착할 버스 정류장을 복수로 보여줍니다.

곡선으로 이뤄진 노선을 스크린에 계속 띄워주는데요. 이번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을 가장 크게 보여주고, 그다음 도착 정류장도 작은 글씨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