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종이가 21세기의 인기 상품으로

은각사와 이어진 약 2km 길이의 철학의 길(哲学の道)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의 길은 은각사부터 난젠지(南禪寺)까지 이어지는 길로,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郎)가 이 길을 산책하면서 사색을 즐겼다고 해서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이른 오전이라 철학의 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철학의 길은 앞으로만 걸으면 되는 곧게 뻗은 길이라서,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고 걸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평소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인 저에게는 동네 골목길을 걷는 듯 잔잔한 느낌이 가득했던 이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마침 이슬비가 내려서, 적당히 젖은 모든 것들에서 풍기는 향도 근사했고요.

 

그렇게 길을 걷다 한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외부가 온통 개구리 캐릭터로 꾸며져 있고 그사이 'Japanese Paper'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요. 가게 내부의 은은한 주황색 조명이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해 들어가 보았습니다.

철학의 길을 가다가 마주친 스즈키 쇼후도(Suzuki Shofudo) ©생각노트

스즈키 쇼후도(鈴木松風堂, Suzuki Shofudo)는 일본 전통 종이로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공예숍입니다. 선물 케이스, 편지지, 컵 받침, 안경집, 노트, 머리핀 케이스 등 전통 종이를 활용한 현대적인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통 종이'라는 가게 컨셉에 맞게 매장의 진열대 모양도 대나무 모양으로 되어 있어 이곳 역시 디테일에 신경 썼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귀걸이, 머리핀 케이스, 안경집 등 전통 종이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아이템 ©생각노트
상품 진열대 역시 대나무 모양으로 되어 있어 사찰의 대나무를 연상케 했다. ©생각노트

전통 종이로 이렇게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나 싶을 만큼 매력적인 물건이 많았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아이템이 가득해, 관광객 입장에서는 일본 전통 종이의 특별한 매력을 만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던 저조차도 이 가게를 둘러보며 일본의 전통종이와 패턴에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니까요.

 

이 가게에서는 전통 종이를 활용한 트렌드 아이템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선보이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캔디 팟'입니다. 캔디를 가방에 담아 다니는 젊은 세대를 위해 이 아이템을 개발한 것입니다. '뜨는 문구 아이템'을 놓치지 않고 전통과 결합해 색다른 상품으로 만드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매력적인 관광 상품의 조건

자연스럽게 일본 전통 종이 코너를 구경했습니다. 수많은 컬러와 패턴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는데요. 저 큰 종이를 사서, 집까지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트에 끼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종이를 사고 싶었기에 한참을 머뭇거리기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