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열차 칸에서 발견한 디테일

아라시야마 역에 도착한 모습. 분주한 도심과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생각노트교토를 이야기할 때 아라시야마는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곳을 발견할 때마다 띵스(Things)라는 투두리스트(To-do List) 앱에 모아 두는 편인데요. 그중에서도 아라시야마는 가장 먼저 교토 폴더를 선점했던 곳입니다.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별장 지역으로 유명할 만큼 자연경관이 훌륭하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하루 전체를 통으로 여행에 쏟아붓는 둘째 날의 시작을 아라시야마로 정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 관련 기사: [여행+] 그곳의 4월은 수채화 (매일경제, 2019.04.22)

 

아침 일찍 숙소에서 조식을 먹은 뒤, 짐을 챙겨 아라시야마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구글맵은 숙소에서 아라시야마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지하철을 추천했습니다. 평소에는 버스를 더 선호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인파에 휩쓸릴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이 생각나 지하철을 택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가츠라 역에 내려 아라시야마 역으로 가는 게이후쿠 노선 열차로 환승했습니다. 때마침 정차한 열차에 재빠르게 몸을 싣고 '세이브!'를 속으로 외치면서 열차 내부를 둘러보았는데요. 다양한 좌석 배열이 인상적이었던 기차 내부 ©생각노트열차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혼자 앉는 좌석부터 옆으로 길게 앉는 좌석, 마주 보는 좌석까지 독특하고 다양한 좌석 배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커다란 창문이 한눈에 보이는 긴 의자에 앉아 그때부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되돌아보면 이 시간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열린 기차 문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고, 기관사는 매뉴얼을 보며 안전 운행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열차에 탄 사람들은 고요한 기차 안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특히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본 교토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큰 창문으로 바라본 교토의 일상이 좋았다. ©생각노트서두른 덕분인지 기차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나만을 위한 전용 열차를 타고 아라시야마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죠. 이 순간을 오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늦췄고, 저는 문 앞으로 이동해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마침 발견해 카메라에 담은 것이 바로 시각 장애인용 점자입니다.

내리는 문에 있던 점자. 해당 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생각노트점자는 현재 이 칸이 총 몇 칸 중 몇 번째 칸인지 보여주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은 하차 전 이 문에 손을 대보고 본인이 몇 번째 칸에서 내리는지 알 수 있죠. 그 덕분에 출구가 어떤 방향인지 미리 준비하고 예측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