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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을 통해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우리가 일하는 오피스, 소비하는 쇼핑몰, 휴식을 취하는 호텔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세계와 이를 움직이는 큰 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고병기 기자의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는 늘 이렇게 시작합니다. 약 9개월 전인 2018년 7월,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요. 팟캐스트를 통해 도시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인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언론에서 다루는 부동산 기사는 아파트 분양 정보나 정부의 주택 정책 등 집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주거 관련 기사의 중요성을 부인하진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두는 주제니까요. 다만 다수의 기자가 주거 관련 기사만 취재하고 쓰는 현상이 옳은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너무 많은 주택 관련 기사와 정보들이 쏟아지는 상황이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모든 언론이 주택 기사만 다루다 보니 부동산 기사의 다양성도 부족해졌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야마다 정보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저는 2015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년 동안 건설부동산부 소속으로 부동산 시장을 취재했습니다. 그 기간에 제가 관심을 둔 주제는 오피스, 쇼핑몰, 호텔,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오피스와 쇼핑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기사를 위해 할애된 지면은 많지 않았습니다. 간혹 지면에 기사가 실린다 하더라도 워낙 분량이 적어 맥락을 충분히 살려서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을 인터넷 기사로 정리했습니다. 회사에서 시킨 일이 아닙니다. 주거 못지않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공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고 생각했기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3년을 꾸준히 쓰다 보니 기사를 기다리는 독자도 생겼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역삼역 강남파이낸스센터 지하 폴바셋에서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기사를 잘 보고 있다며 빵을 건네고 가는데 울컥하더군요. 당연히 빵이 맛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독자들의 지지는 제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사를 계속 쓸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이었던 몇 분이 제가 부동산부를 떠나게 되자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으로 팟캐스트를 제안했습니다. 독자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공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콘텐츠가 계속되길 바랐습니다.

문제는 '콘텐츠'야!

고백컨대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팟캐스트가 이렇게 인기 있는 미디어인지 몰랐습니다. 저조차 팟캐스트를 잘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참 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미디어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로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관심을 뒀어야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팟캐스트가 과연 제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적절한 그릇일지 고민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출연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겁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첫 번째 게스트로 나온 '신한리츠운용'의 운용역들도 본인들이 처음이자 마지막 출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 이상입니다. 4월 12일 기준으로 371명이 팟캐스트를 팔로잉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많지 않은 숫자입니다. 어떤 분들은 팔로잉 수가 적다며 본인들이 더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콘텐츠 성격을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으로 팔로워가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예상했던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애초에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만든 콘텐츠니까요.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저는 제가 쓰는 기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팟캐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바로 그 점입니다. 팟캐스트를 듣고 청취자들이 전해주는 반응들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는 들었으면 하는 분들이 이 방송을 듣고 피드백을 주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최근 언론사에서 나오는 기사들은 독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어떤 기사는 깊이가 너무 부족하고, 어떤 기사는 너무 편향적입니다. 언론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고민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고민은 많은데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곳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현재 상황이 단기간에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론사의 콘텐츠에 돈을 내는 것은 물론, 찾아서 읽으려는 독자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일하는 데 크게 도움되지 않는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거기다 대부분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은 기존에 만들었던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유통하는 방식입니다. 콘텐츠를 다르게 만들어 보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거죠.

결국,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제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만드는 콘텐츠에는 부동산부 시절에도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내용이 많습니다. 취재하면서 듣기는 했으나 적절한 방법이 없어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던 내용까지도 지금은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리빌딩 서울지사장으로 있다가 현대산업개발로 옮긴 박희윤 본부장과 팟캐스트 녹음을 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업계에서 가장 변화가 많은 회사입니다. 박 본부장님은 현대산업개발이 변화를 위해 영입한 인물입니다. 이직한 지 일 년이 지났는데 아직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박 본부장님은 제 팟캐스트의 애청자이기도 한데요. 방송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한 번쯤 언론을 통해서 자신과 현대산업개발의 생각,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얘기해야 할 기회가 필요한데, 팟캐스트에서 실현하면 좋겠다고 말이죠.

 

저는 다른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 이야기하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독자들에게 제대로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팟캐스트를 진행할수록 언론사가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결국 해답은 콘텐츠에 있으니까요.

팟캐스트X퍼블리, 협업의 의미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퍼블리 박소령 대표님께도 하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2018년 11월경, 호주로 출장을 떠나기 전이었습니다. 저는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목적지가 정해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공항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 왠지 계획대로 이뤄질 것 같거든요.

 

그때 세운 계획은 팟캐스트를 책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투트랙으로 일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가
퍼블리와의 협업이었죠

물론 박소령 대표님을 본 적도 없고 퍼블리가 그런 약속을 한 적도 없습니다. 순전히 제 바람이었습니다. 박소령 대표님이 글을 보고 '짠' 하고 나타나 제안을 해주길 바란 것이죠. 맞습니다. 전 다소 낭만적인 면이 있습니다.

 

퍼블리와의 프로젝트는 그보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진행되었습니다. 3월 초 갑자기 박소령 대표님이 너무 궁금해져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팟캐스트를 알고 계시더군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퍼블리를 모르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퍼블리의 자기소개를 특히 좋아합니다. 제가 팟캐스트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레거시 미디어가 고민해야 할 방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제가 만드는 팟캐스트가 다소 투박한 면이 있습니다. 펜 기자로만 살았기에 방송은 처음입니다. 녹음하면서 조금씩 개선하고 있지만, 방송 기자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무리입니다. 출연진 대부분이 방송을 처음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방송 전에 '한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얘기만 할 수는 없다'고 꼭 말씀드립니다. 방송 한 시간 동안 곳곳에 쉼표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때는 다소 느슨하게 방송을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방송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청취자가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듣고 있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우선 그 지점에서 퍼블리와 하는 작업의 장점을 생각해 봤습니다. 보고 들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는 무려 한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하루 중 한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퍼블리와의 협업은 시간이 부족한 청취자들에게 보다 정제된 콘텐츠를 제공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도시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디오 콘텐츠를 텍스트 콘텐츠로 전환할 때 사진이나 관련 자료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 팟캐스트 외에 브런치를 통해 글도 쓰기 시작했는데요. 팟캐스트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퍼블리와의 공동 작업도 그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만드는 팟캐스트가 부동산 업계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꼭 업계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도시와 공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퍼블리가 그런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공간 비즈니스

거캐피탈(Gaw Capital)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홍콩계 부동산자산운용사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수십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굴지의 운용사입니다. 2017년 9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거캐피탈의 창업자인 굿윈 거 회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 관련 기사: 굿윈 거, 거캐피탈 회장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심 주거시설에 투자기회 많아" (서울경제, 2017.10.11)

 

최근 2년 전 인터뷰 기록을 다시 한번 들춰봤습니다. A4 용지 6장 분량의 인터뷰 녹취록에는 지금 봐도 도시와 공간에 대한 거 회장의 탁월한 안목을 알 수 있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2년 전 거 회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한번 보시죠.

지금 한국인의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상품도 그에 발맞춰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패션 등의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한국 기업들이 어떤 공간에서 일하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지겨운 형태의 사각형 오피스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한 공간을 원할 것으로 봅니다. (중략)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 카테고리도 바뀌고 있습니다. 코워킹, 코리빙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년 전 거 회장의 이야기 속에는 현재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 퍼블리에서 선보이기로 선택한 콘텐츠도 로컬(로컬스티치, 밀도), 공유(로컬스티치), 라이프스타일(무지)입니다.

글로벌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나 거시 경제를 이해하면 (투자에) 도움은 되겠죠. 하지만 부동산은 결국 로컬 사업이기 때문에 결국은 로컬에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했을 때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그로 인해 도시가 조금 더 나아지는 선순환적인 영향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면 재무적인 성과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말씀드렸듯이 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공간 비즈니스의 변화가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요즘 여러분이 사는 동네나 일터 주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유심히 살펴보기 바랍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회사들이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무인양품'이 말하는 도시와 공간 이야기부터 만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