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정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아마도 저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를 것입니다. 높이와 색깔을 맞춰 가지런히 정리된 책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깨끗하게 청소된 책상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리는
구조화 작업입니다

정리의 결과가 깨끗한 책상일 수는 있지만, 보기 깨끗한 책상이 정리의 본질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전체를 보고 구조화하여 구성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 것. 즉, 눈으로 보기에 단정하거나 깨끗하지 않더라도 어디에 무엇이 어떤 기준으로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상태.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리입니다.

깨끗한 책상이 정리의 본질은 아닙니다. ⓒUnsplash

왜 정리를 하시나요?

곧잘 이런 질문을 들어 왔습니다. 정리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정리하지 않으면 무언가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하나를 찾기 위해 여러 군데를 뒤져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죠. 게으른 사람에게 그 자체가 일이 됩니다.

 

저 역시 이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기 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을 정리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은 아주 익숙하게 정리합니다.

저에게 정리란,
원하는 길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평소 지름길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종종 '봇'으로 불립니다. 누군가 제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물으면 꽤 높은 확률로 빠르게 답을 찾아주기 때문인데요. 예전으로 치면 검색엔진, 요즘으로 치면 로봇 혹은 챗봇에 가깝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한 후 방대한 검색 결과를 여러 번 클릭하여 원하는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검색엔진과 달리, 봇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문장(자연어)으로 질문하고 여러 결과 중 최적의 답을 골라 주니까요. 그것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회사에서 봇처럼 동작하게 된 이유는 저 자신을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동료의 질문에 빠르게 답하여 서로의 시간을 아끼는 데도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한 봇'이 되어 업무 진행의 비효율을 최소화한 것입니다. 업무에 따른 감정적 소모 역시 줄여서 전보다 원활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특히 지식 노동자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소화해야 할 정보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그것들은 서로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정보를 잘 소화하여 연결하고 재조합할 때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과중한 정보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잘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구슬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두어야 값어치 있는 보배가 될 테니까요.

 

업무 관련 정보를 조직화하여 활용 효율성을 높인다면,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 측면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정적 소모나 인지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결국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리를 위한 일곱 가지 질문

여러분은 왜 정리하고 싶으신가요? 정리를 시작하기 전, 정리가 필요한 자기만의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1. 무엇을 정리할 것인가?

먼저 무엇을 정리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정리가 적용되는 범위가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었다면, 요즘은 온라인 세상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디지털화된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하는 온라인 세상에서의 정리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인간관계를 정리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정리가 필요하다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일부도 정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자투리 시간도, 나의 마음까지도 정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죠.

 

무엇을 정리하고 싶은지 파악하려면, 나의 에너지가 버려지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야 합니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일까요? 쏟아지는 업무 사이에서 할 일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까요? 간단한 내용의 이메일을 적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나요?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지쳐있지는 않나요?

 

일상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나의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곳이 어딘지 찾고, 이를 잘 메워 재충전할 수 있는 활로로 만드는 일이 정리여야 합니다.

 

2. 인생의 복잡도를 낮출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인생을 저글링에 비유하곤 합니다. 집에서는 개인의 삶을 누려야 하고, 직장에서는 업무를 충실히 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집에서 일 생각을, 회사에서 집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복잡도가 배로 증가할 겁니다. 시간 혹은 공간을 기준으로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마음에도 안정이 찾아올 것입니다.

 

3. 어떻게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해야 할 일은 쌓여 가는데, 처리해야 할 일도 시시각각 치고 들어옵니다.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가 하면, 단기적으로 곧장 대응해야 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할 일을 관리해 우선순위를 정하여 전체를 조망한 뒤, 시간과 노력을 분배하고 정보를 잘 정리하여 원할 때 바로 꺼낼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요? 작은 벽돌 하나하나가 모여 벽을 이루듯,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막연하게 느껴지던 큰일도 멋지게 해낼 수 있습니다.

 

4. 회의에서 오는 피로를 줄일 수 있을까?

회의가 많은 날은 늘 분주하기 마련입니다. 미리 회의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회의 참석 후에도 회의록을 정리하여 공유하거나 회의에서 도출된 후속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회의는 단순한 단일 사건이 아니라 사전, 사후 작업까지 수반하는 긴 과정입니다. 그래서 회의가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회의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정리해 둔다면, 회의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5. 어떤 도구를 이용해야 할까?

정리를 할 때 도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추상적일 수 있지만 마인드 셋, 즉 마음가짐이나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루틴이 중요합니다. 이를 행동에 옮길 때, 각자에게 잘 맞는 방법과 도구를 선택하여 사용하면 되는 거죠. 다만, 본 리포트에서는 추상적인 정리 과정을 잘 설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시로써 몇 가지 도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차를 구매할 때도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중요시하고, 어떤 사람은 엔진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애플리케이션나 응용 프로그램 같은 정리 도구 역시 개인의 기호가 반영됩니다. 누군가는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정리하길 원하고, 또 다른 이는 성글게 정리해도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정리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다양한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각자가 편한 방법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내게 맞는 도구를 사용해, 자기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이미 '생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툴이 나와 있습니다. PC, 태블릿, 모바일 등 각종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툴부터 모든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툴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종사하는 업종과 맡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도구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6. 얼마나 자주 정리해야 할까?

정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놀랐던 점은 주변 사람들이 정리를 한 번에 몰아서 해치우는 대청소 개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리는 일상이고 습관입니다. 매일 밥 먹고 양치질을 하듯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입력할 때 출력을 고려하면 훨씬 다루기 쉬워지듯, 새로운 정보나 물건을 획득할 때마다 곧바로 정리한다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 않아도 됩니다.

 

7. 어디까지 정리해야 할까?

정리를 위한 원칙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원칙이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직장이 바뀌기도 하고, 담당하는 업무가 바뀔 때도 있으며 생활 양식이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동일하게 적용하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각각의 환경과 상황에 맞게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용하던 브라우저 즐겨찾기를 통째로 아카이브 해야 하거나,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에버노트 태그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요.

 

정리에 강박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정리할 필요도 없고요.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덤볐다가 오히려 금방 지쳐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성비를 따져야 합니다. 정리하는 데 들이는 노력보다 그로 인한 효용이 커야 합니다. 정리에 너무 큰 비용을 소모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굳이 정리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정리하지 말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리를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신가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정리 습관'이 일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열쇠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