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힘과 합리성이 없으면 디자인이 아니다

스가쓰게 마사노부(이하 생략): 그래픽 디자이너 고(故) 폴 랜드가 "design is everything, everything!"이라고 말했던 게 떠오릅니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하지만 저는 디자인은 모든 것(everything)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디자인이란 다른 것(something else)이 되는 특정 지점이 어디일까 생각하는 거라고 봅니다.

 

폴 랜드처럼, 하라 씨도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라고 하시는데, 이건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 지점을 넘어서면 분명 디자인이 아니라고 할 만한 구별 지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하라 켄야(이하 생략):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하고 분노를 느낄 때가 있죠. 예를 들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독선적으로 추진해서 정해진 일이나, 골프를 치면서 대화 중에 결정된 일 같은 거요.

 

사람을 설득할 힘이 없는 것이나 합리성이 없는 것. 이런 것들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이나 규칙 중에도 없어도 좋을 법한 것들이 있죠. 그것도 디자인이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어, JIS 규격*에 남자 소변기의 폭은 42센티미터로 정해져 있어요.

* 일본 공업 규격

 

그런가요?

납득이 가지 않는 규제예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불합리한 결정이 세상에는 넘쳐나고, 그런 것들을 절차를 통해 바꿔 가는 일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해석과
창조성을 배제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보죠

하라 씨 디자인의 한 가지 큰 특징으로 심플함을 들 수 있는데, 이 지점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플(simple)이라는 것은 대략 150년에서 180년 정도 전에 서양 근대주의와 함께 나온 개념입니다. 지금까지의 세계는 어느 쪽이었냐 하면 '복잡'이 주류였습니다. 그래서 심플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복잡함을 생각해보면 비교적 알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