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율제도 들여다보기

2019년 2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일부터 실행 예정이었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전 세계의 투자자에게는 호재인 소식이었다. 이는 3월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향한 기대 역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 기존 10%에서 25%로, 15%포인트 인상 예정이었다.

** 관련 기사(영상 포함): Trump declares 'signing summit' for imminent trade deal with China (CNN, 2019.2.25)

 

그간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중대한 사안이 없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관세 인상을 연기한 이유는 위안-달러화 환율 문제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크게 불거졌을 뿐,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핵심에 위안화 환율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해묵은 주제다.

 

중국은 2010년 이후 복수통화 바스켓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해왔다. 다른 선진국처럼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닌, 자국과 거래가 많은 주요 13개국의 통화 바스켓을 구성해 '중국외환거래센터 위안화 환율지수'를 별도 산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제도를 둘러싼 정부의 입김도 강한 편이다.

* 일일 변동 폭 0.5%의 제한 아래 다양한 국가의 통화를 바스켓으로 구성해 환율을 관리하는 것. 통화 바스켓(currency basket)이란, 국제통화제도에서 기준 환율을 정할 때 적정 가중치에 따라 선정한 통화의 꾸러미를 뜻한다.

출처: 중국국가통계국 / 그래픽: PUBLY이러한 환율제도는 중국 제조업이 급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진 몰라도, 미국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찍부터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려왔던 미국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경제 규모에 맞는 화폐가치를 유지할 것을 중국에 꾸준히 촉구해 왔다. 잊을만하면 제기되던 '중국 위안화 절상 요청'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 관련 기사: 美가 응원한 中 위안화 절상 (이데일리, 2018.8.29)

 

위안화 절상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지적재산권 이슈와 함께 등장했다.

환율제도는 무역분쟁에 어떤 의미인가

중국은 현재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량을 늘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중국에 있어 무역 협상 과정에서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한 사안이라면, 농산물·에너지 수입량 증액은 상당히 합리적인 제안이다. 이 두 가지 재화는 도시화 비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중국의 도시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돼지 소비 대국이다. 그런데 돼지를 키우려면 돼지 사료인 콩(대두)의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 또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및 천연가스는 중국의 기초 인프라 운용 등에 필수적이다.

출처: OECD

이 때문에 중국은 식료품의 원료 및 사료 등으로 사용할 농산물과 교통수단의 연료 및 난방 등에 사용할 에너지 자원의 수입을 늘리는 대신, 어느 정도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중국은
딜레마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 흑자를 줄이면서 위안화 가치를 미국과 합의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역 흑자가 감소하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달러화도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적 원리에 따라 위안화 약세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수출 대금을 우선 달러로 결제한 후, 국내에서 자국 통화로 환전하기 때문이다.

 

무역과 관련된 외환의 흐름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수출 금액 = 국내에서 환전되어야 할 자국 통화의 양
• 수입 금액 = 국내에서 환전되어야 할 달러화의 양

따라서 '수출 > 수입'의 경우, 필요한 자국 통화의 양이 달러화의 양보다 많아지므로 자국 통화의 수요 증가에 따라 상대적인 자국 통화의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 '수출 < 수입'은 그 반대다. 그러기에 무역 흑자 감소는 점진적으로 수입량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위안화 약세를 가져오는 한 가지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약세 상황에서 중국은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외 다른 국가로 수출 활로를 찾아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둘째, 중국에 들어오는 국외 자본 유입을 늘려 위안화 수요를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국외 자본이 유입되면 통화를 위안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미국에서 줄어든 무역 흑자를 다른 곳에서 보충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중국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면서 국외 자본 유입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당수 전문가는
미중 무역분쟁의 종착점은
중국 금융시장 개방으로 예측한다

중국은 이미 2018년부터 상하이 A주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의 폭을 넓히는 등 금융시장을 개방할 움직임을 보인다.*

* 관련 기사: 중국 A株 투자 문턱 낮춰 외국인 주재원 거래 허용 (한국경제, 2018.7.9)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화폐가치의 불안정이라는 다른 문제와 마주한다. 기본적으로 국외 자본의 유입을 자유롭게 한다는 뜻은 유출 역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베네수엘라처럼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아니란다'라고 고집을 부릴 수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아무도 중국에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할 경우 외환 유출로 인한 급격한 위안화 가치 변동이라는 리스크를 지게 된다.

* 관련 리포트: [뉴욕타임스] 큐레이터의 말: 대통령이 두 명인 나라 (PUBLY, 2019.2.14)

무역분쟁이 양국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이유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 합의 테이블에서 답답한 버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규범을 어기려고 한다거나, 미국에 대항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직면한 속사정이 있다.

 

중국은 현재 폭증하는 도시화율과 도시물가 급등, 인건비 고민 등 내부적으로 챙겨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쉽사리 미국의 요청에 합의할 수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

 

물론 지적재산권 문제는 중국의 잘못이지만, 이 역시 물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물가와 연결된 이유는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을 위한 통신장비 및 기타 온라인 플랫폼, 게임과 인터넷 방송까지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인터넷 서비스 대부분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인 반도체 칩 설계 등도 마찬가지이다.

* 관련 기사: 미국 "중국, 지적재산권 도둑질" WTO에 제소 (매일경제, 2018.3.24)

 

결국 중국은 외환시장 통제를 일정 부분 손에서 놓는 대신, 지적재산권 관련 권리를 획득하고 싶어 할 공산이 크다. 관세 인상 연기는 미중 정상회담까지이므로 양측의 계산은 복잡할 것이다.

 

물가 때문에 중국이 불편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중국에서 반체제 운동이 위협적으로 일어났던 경우 모두 어느 정도 물가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은 농업 실패와 함께 대규모 경제위기를 불러와 마오쩌둥 본인의 위치까지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역시 물가 폭등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다.

* 관련 기사: 2019 Is a Sensitive Year for China. Xi Is Nervous (The New York Times, 2019.2.25)

 

또한 2019년은 장기집권체제를 목표로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상당히 긴장되는 한 해이기도 하다. 1989년 천안문 사태 30주년과 1919년 5·4운동* 100주년, 2009년 우루무치 위구르족 소요 사태 10주년이 모두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 셋은 모두 근현대 중국에서 일어났던 대표적인 민중 봉기이기도 하다.

*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와 관련된 중국의 민중 봉기

2019년은 천안문 사태 30주년이 되는 해다. ⓒShutterstock결론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에게 다소간의 복잡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쉬운 해결이 불가능하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부과했던 관세를 낮추지 않으면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무역분쟁이 장기화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미국 농촌에서도 콩 수출이 어려워져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Trump demands removal of China's agriculture tariffs (Politico, 2019.3.1)

 

이렇듯 미중 무역분쟁은 겉으로 드러난 무역적자 외에도 양국의 국내 사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양국은 3월 플로리다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여전히 협상 타결 여부는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 과연 세기의 무역 대결은 그 끝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