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산업에서 데이터 분석이 가진 한계
데이터 분석은 근 몇 년간 스포츠 산업 전반에서 뜨거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축구는 이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은 대표적인 스포츠입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트렌드는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애초에 보수적인 데다 유럽과 남미가 주무대인 축구산업의 특성상 변화에 더 둔감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 스포츠에 비해 축구 통계의 신뢰도는 절대적으로 떨어집니다. 2차, 3차 지표의 개발이 아직 적은 것도 아쉽지만, 애초에 지표의 개발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승패에 절대적 결과를 미치는 골이 드물다 보니 예측모델의 정확도에 필연적 한계가 있습니다.
운의 영향력이 큰 스포츠, 축구
축구는 운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스포츠입니다. 경기 결과는 득점으로만 결정되는데, 그 득점이 정말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몇십 년간 유럽 메이저 프로축구리그들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3.00 이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경기 중에 2~3골 정도가 나온다는 건데, 이는 다시 말하면 1:1 혹은 2:1과 같은 승부가 흔한 결과라는 겁니다. 이렇게 소중한 골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원하는 만큼 정제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축구에서 운의 영향력을 더 크게 만듭니다. 세부적인 공격 전술이니 조직력이니 늘 얘기하지만, 결국 득점의 마지막 순간은 거의 전적으로 슈팅을 때리는 선수의 개인적인 기지와 운의 영향이 꽤 큽니다.
예전엔 해설자도 "정확하게 맞은 슈팅보다 살짝 빗맞은 것이 수비와 키퍼가 예상을 하지 못해 골이 더 잘 들어간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축구에서 운이 득점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메시의 2015년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의 골은 메시의 발과 볼의 임팩트 지점이 1.5mm만 옆이었어도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메시의 슈팅은 볼의 속도가 시속 77km에 이를 정도로 강한 슈팅이었는데, 아무리 기술적·신체적으로 차원이 다른 축구를 하는 듯한 메시라고 해도, 전력질주 도중 볼의 임팩트 지점을 1mm 단위로 완벽하게 통제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좀 더 극단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예들을 생각해볼까요. 프로 경기에서 유효슈팅을 하나도 못 했는데 득점을 한다든가, 수비수가 준 백패스에 키퍼가 헛발질을 해서 골이 들어가는 등 오랫동안 축구를 본 팬들은 이런 장면을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물론 축구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발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면들로 인해 경기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건 기술적, 혹은 전술적으로 누가 잘난지 대결하는 프로스포츠에서 꽤나 당황스러운 변수입니다. 그렇게 되면, 프로축구는 90분 동안 22명(때로는 그 이상이) 도합 100km 넘게 뛰어 운 좋은 슈팅이 하나 나오는 쪽이 이기는 스포츠인 거니까요. 우리 쪽이 운이 좋으면 승점을 쌓는 거고, 상대가 운이 좋으면 승점을 잃는 것이죠.
일정기간 골이 얼마나 나올지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각 골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골 자체는 아니더라도
골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분석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