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이었던 네덜란드의 토탈부트발

'지구는 신이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창조했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네덜란드가 낳은 유럽 미술사의 대표 거장들이죠. 이렇게 그리는 것에 재능이 넘치는 네덜란드는 축구계에 '토탈부트발(totaalvoetbal)'이라는 혁명적인 전술을 그린 요한 크라이프라는 위대한 인물이 태어난 나라이기도합니다.

 

1970년대 크라이프와 토탈부트발을 앞세운 네덜란드의 등장은 축구계에서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공격과 수비의 경계선을 허물고 어느 지점에서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 삼각 대형을 만들고 볼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면서 상대를 몰아넣는 것 등 그들이 제시한 모델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축구 전술사에 깊게 뿌리내려 근현대 축구의 기본으로 자리매김했죠.

 

네덜란드 축구의 암울한 현주소

그런 네덜란드가 이제는 밑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조차 버거워 주류에서 밀려나는 신세에 이르렀습니다. 오렌지 빛 광채가 나던 작품도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빛을 잃어가는 중이고요.

 

출전국이 24개국으로 확대된 유로 2016, 2018 월드컵 모두 본선은커녕 예선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채 짐을 쌌습니다. 메이저 대회 2 연속 예선 탈락. 크라이프 세대가 퇴장하면서 암흑기가 찾아왔던 198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단 히딩크와 블린트, 두 전임 감독은 어떠한 사유라도 연이은 실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국내에선 히딩크 감독의 선임이 화제였지만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정말 프로답지 못했습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루이 반 할 체제의 경쟁 구도에서 밀려났던 선수들을 활용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쏜 전임 체제에 반하는 팀 구성으로 비난을 받았고, 팀을 만드는 과정과 대응력 모두 우리가 잘 알던 히딩크 감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