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말: 공간과 음식이라는 화두

한동안 유럽, 미주와
일본으로 향하던 관심사가
어느덧 아시아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새로운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고 소개하는 것이 직업인 탓에 그동안 한국보다 한발 앞서 다양한 컬처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해 온 서구와 일본에 시선이 더 가 있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답니다.

 

지난해부터 부쩍 자주 듣게 된 소식이 있습니다. 요즘 대만의 디테일이 너무 좋다고, 상하이 예술지구 수준은 가히 뉴욕과 런던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방콕이야말로 녹음을 활용한 새로운 대도시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이런 주목할 만한 아시아 도시들의 사례를 계속 모으고 취재하던 와중, 현지 통신원으로부터 태국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센터(Thailand Creative Design Center, TCDC)가 방콕의 전형적인 올드타운인 차런끄룽 로드(Charoen Krung Road)로 옮겨가면서 방콕에 어떤 디자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생생한 리포트를 받았습니다.

 

거대 도시가 문화적으로 풍성해지고 콘텐츠로 넘쳐나기 위해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개인뿐 아니라, 도시 전체 차원에서의 콘셉트와 정책의 방향 또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방콕의 최고급 럭셔리 백화점의 최상층에 있었던 디자인 센터를 1940년대에 세워진 중앙 우체국 건물로 옮긴다는 발상도 매력적이지만, 대대적인 재개발로 지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명확한 컨셉 아래 변화를 주겠다는 방콕시의 결정은 지금의 서울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인근에 오래된 폐공장을 리뉴얼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잼 팩토리(The Jam Factory)가 건축가 두앙그릿 분낙(Duangrit Bunnag)에게 많은 영감을 줬을 거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과 푸드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끝판왕으로 불리는 베를린은 제로 웨이스트 키친(Zero Waste Kitchen), 즉 쓰레기 없는 주방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갖추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한 끝에 일상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곳인 부엌을 공략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죠.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이번 3월호에 실린 베를린의 스타 셰프 소피아 호프만(Sophia Hoffmann)과의 짧은 인터뷰를 읽어보면 맛과 품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키친은 언젠가는 꼭 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Unsplash/Peter Wendt좋은 재료를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은 나날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마켓 컬리'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쓸 정도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좋은 의미와 좋은 컨셉을 파는, 그리고 지역에 기반을 둔 '온라인 로컬 푸드 마켓'이 조금씩 그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로운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낭만과 철학을 지키고 싶다는, 그리고 더욱더 간결한 미식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현재 한국의 온라인 로컬 푸드 마켓이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한국 편에서 짚어 보았습니다.

2019년, 변함없이 중요한 화두는
공간과 음식입니다

앞으로도 PUBLY와 함께 하는 <아레나>의 연구와 탐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큐레이터, 박지호 아레나 편집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