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연의 적절한 블렌딩 사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푼타 피테(Punta Pite)라는 해안가의 주택단지가 있습니다. 칠레의 유명한 조경가 테레사 몰러(Teresa Moller)는 이곳에 1.5km 길이의 해안가 산책로 디자인을 의뢰받고, 디자인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를 만들어 냈습니다. 계단이나 길과 길을 잇는 돌은 꼭 필요한 곳에만 두었고, 바위 사이로 흘끗 보이는 식물은 모두 지역 자생종을 심어 더욱 자연스러운 경관을 구성했습니다.

 

* 조경가 테레사 몰러의 푼타 피테 해안가 산책길 ©Apffel Mahns

 

푼타 피테의 산책로를 보면 한국의 정원이 떠오릅니다. 한국의 대표 정원으로는 '소쇄원'을 꼽곤 하죠. 다듬어지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과 달리,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배제하고 주변 경관의 흐름을 깨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한국 정원의 특징입니다. 저는 선비들이 좋아했던 한국 정원의 미학이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해안 산책로를 디자인한 테레사 몰러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례 모두 거대한 자연 안에서 인위적 디자인이 부분적으로만 개입했기에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던 것일까요? 반대로, 인위적 경관 안에 자연을 넣어야 한다면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경관을
하나로 연결하는 자연은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까요?

뉴욕의 하이라인(The High Line)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폐 철길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하이라인의 모습이 위 질문에 답할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전원 풍경을 잃어버린 현대 도시에서 자연은 유럽식 공원 형태로 익숙하게 자리합니다. 잘 깎인 넓고 푸른 잔디와 그 주변에 식재한 수목. 그리고 어딘가에 분수가 있다면 더 좋겠죠.
 

공원은 분명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도심과 자연을 바둑판처럼 구분 짓는 근대 도시 계획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죠. 저는 뉴욕의 하이라인이 이 구획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녹색과 회색을 적당히 섞은, 새로운 도시경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수많은 도시가 낡은 인프라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폐 철길을 공원으로 재생한 뉴욕 하이라인 ©김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