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릭 디자인의 14가지 패턴

Editor's Comment

아마존, 구글과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어떤 공간에서 일할까요? 이 회사들의 사옥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업무 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것을 넘어, 자연이 도시 전체로 확장되도록 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연과 사람을 잇는 도시 디자인 - 아마존 온실부터 런던의 공원까지'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업무 공간에 앞다퉈 적용한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 패턴과 페이스북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2019년 2월 21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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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바이오필릭 오피스 디자인을 기획한 테라핀 브라이트 그린(Terrapin Bright Green)은 바이오필릭 디자인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디자인 컨설팅 회사입니다. 주로 정부나 건설사, 건축설계사무소 등을 상대로 도시 디자인이나 그린 빌딩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며, 송도 신도시 또한 이곳의 컨설팅을 받아 도시 중앙에 센트럴파크를 세웠습니다. 

송도 신도시 ©Shutterstock

테라핀 브라이트 그린의 창립자 빌 브라우닝(Bill Browning)은 1990년대부터 에너지를 절감하는 그린 빌딩의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했습니다. 연구 중 그린 빌딩의 특정 요소가 업무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사실을 기반으로 그는 삶의 질을 높이는 실내 환경(built-in environment)을 디자인 측면으로 구현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 패턴을 정의하였습니다. 그가 제시한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14가지 패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련 자료: 14 patterns of Biophilic Design (출처: Terrapin Bright Green)

*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자연

1. 자연과의 시각적 연결
녹지, 자연 경관 등에 대한 시각적 노출은 시신경의 긴장과 피로도를 완화한다. 디지털 스크린으로 시뮬레이션된 자연 경관은 유리창을 통해 보는 자연 경관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지만, 자연에 대한 시각적 노출이 아예 없는 것보단 낫다.

2. 자연과의 비시각적(non-visual) 연결
자연을 청각, 촉각, 후각, 미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실려오는 허브 향 같은 '자연적 요소'뿐 아니라아로마 오일 방향제, 자연 소재의 패브릭 같은 '자연의 재현' 모두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또한, 비시각적 감각이 자극될 때 우리는 비로소 충만함(mindfulness)을 경험한다.

3. 비주기적(non-rhythmic) 자극
기분 전환을 유도하는 자극이 불규칙하게 유입되는 환경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분 이상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면 눈 근육이 수축해 피로와 두통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주변에 시선을 돌리게 하는 자연 요소가 눈의 긴장을 풀고 정신적 휴식을 취하게 한다. 사무실 창문 화분 위로 날아오는 나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그림자의 움직임 등이다. 이런 시각적 전환 자극 외에도 청각, 후각 자극 역시 비슷한 회복 효과를 준다. 

4. 온도와 공기의 변동
자연 통풍, 바람이 가져오는 온도의 변화는 공간을 더 활기차고 자연스럽게 만든다. 또한 사람의 단기 기억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도 있다.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과 조정 가능한 차양의 역할이 의외로 중요하다.

5. 물
도시 경관에 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물이 없는 자연 경관과 동일한 심신 안정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만큼 물이 주는 안정감은 매우 크다. 강이나 바다처럼 멀리 보이는 물의 시각적 효과도 좋지만, 시각, 청각, 촉각을 모두 자극하는 작은 구조물(예: 분수)도 효과적이다.

6.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채광   
자연 채광이 좋은 공간에서 생산성과 학습 능력이 가장 높으며, 심지어 매장의 매출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햇빛은 오전에는 노란빛, 낮엔 푸른색, 저녁엔 붉은색을 띠는데, 이 햇빛의 색이 사람의 몸에 영향을 준다. 밤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생성되는데, 밤에 인공 조명에 많이 노출되는 경우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되면서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증을 유발한다.

7. 자연계(natural system)와의 연결성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고, 인지하게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사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간단한 나무 심기부터 자연의 순환 시스템을 모방해 빗물을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복합적 방법까지 다양하다.
*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자연

8. 자연을 닮은 형태와 패턴, 바이오모픽(biomorphic)
실제 자연에서는 직각이나 직선, 완벽한 대칭을 찾기 힘들다. 바이오모픽은 자연을 상징하거나 재현하는 형태와 비율, 질감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곡선, 불규칙적 형태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디자인, 자연에서 가져온 비율인 피보나치 수열 등을 차용한 디자인이 그 예다. 정원의 조각상, 벽지의 패턴, 가구 디자인 등에서 바이오모픽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9. 자연 색상과 소재의 활용
자연 색상 중에서도 특히 녹색은 인지 수행 능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나무 같은 자연 소재가 90% 이상 차지하는 환경은 혈압을 낮추고 몸과 뇌의 활성도를 이완하는 효과가 있어 스파나 병원 같은 공간에 적합하다. 집중력과 생산성을 요하는 사무 공간에서는 적당한 비율의 조절이 필요하다.

10. 복잡성과 질서
호수의 잔물결이나 식물의 잎사귀처럼 자연을 관찰할 때 하나의 패턴이 반복 복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을 지닌 패턴을 프랙탈(fractal)이라고 한다. 프랙탈 패턴이 전혀 없거나 과도한 디자인 모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적당한 복잡성으로 공간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균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의 프레임, 골격, 정면부, 바닥이나 벽의 패턴 등에 적용할 수 있다.
* 감성적 반응을 유도하는 공간

11. 개방감(prospect)
앞서 설명한 사바나 가설에서 유래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방해물이 없는 오픈된 공간을 멀리서 조망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위험이나 기회를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이면서 혼자일 때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12. 은신(refuge)
중심에서 빗겨나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가급적 둘러싸인 공간에 있을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완전히 가려진 공간보다 외부 환경을 조망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은 가릴 수 있는 공간이 선호된다. '개방감'과 '은신'이 어우러져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13. 신비감(mysterious)
적당히 가려져 예측하기 힘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은 뇌에 쾌감을 준다. 한 예로 정원에 곧게 뻗지 않고 굽이지거나 경사지게 낸 길은 그 너머 경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길을 따라 걷게끔 탐색을 유도한다.

14. 모험심 (Risk/Peril)
공간에 조절 가능한 위험 요소를 두는 것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집중도를 높여 쾌감을 준다.  정원의 물길에 놓은 징검다리는 물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며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은 장치들은 '재미'를 만들어낸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위의 14가지 패턴에 따라 어떤 건축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사례로 유난히 빈도높게 보이는 영역이 업무 공간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처럼 비즈니스 측면과 직원의 업무 측면에서 혁신에 앞장선 기업들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업무 공간에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걸까요. (구체적인 이유와 아마존, 구글 등 더 많은 사례를 알고 싶다면 프로젝트의 '예약 구매' 또는 '후원하기'에 참여해주세요.)

페이스북은 왜 옥상에 정원을 만들었을까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참여한 페이스북의 두 사옥 MPK20와 MPK21의 바이오필릭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페이스북 신사옥 &#169;Facebook

페이스북 사옥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창고처럼 보입니다. 이는 조직의 유연성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해지려면 가변적이고 오픈된 형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마크 주커버그의 의도입니다. 본사를 짓는데 들인 예산도 아마존이나 구글에 비해 적었으며, 공간 자체도 화려하기보다는 실용성을 중점으로 설계했습니다. 

 

투박해 보이는 건물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옥상입니다. 약 350그루의 나무와 캘리포니아 자생 식물로 꾸민 옥상은 휴식할 수 있는 작은 숲이자, 업무 공간이기도 합니다. 옥상에 설치한 0.8km의 순환 산책로는 페이스북의 기업 문화 중 하나인 'walking meeting'*, 즉 함께 걸으며 캐주얼하게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죠.

 

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업무에서 처리하는 정보가 복잡할수록 대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단순한 업무는 전화나 이메일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전문성이 높고, 협력을 통한 창의적 문제 해결이 중요한 기업일수록 공용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는데, 페이스북의 경우 옥상을 적극 활용해 이를 해결한 것이죠. 

* 참고 자료: Innovation Spaces: The New Design of Work, (Julie Wagner and Dan Watch, 2017.4)

 

옥상 정원에는 통나무 벤치와 천막, 나무 그네 등 긴장을 풀수 있게 돕는 자연 소재의 소품 외에도 원색의 설치 미술 작품과 벽화를 두었습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소소한 재미와 생동감을 줄뿐 아니라 호기심과 흥미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MPK20와 MPK21 두 개의 건물 사이엔 스퀘어 타운(Square Town) 혹은 '볼(Bowl)'이라고 부르는 정원이 자리합니다. 자연 채광을 최대로 살린 양측 건물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캘리포니아 삼나무를 식재한 작은 숲이 내려다보입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 있어야 하는 직원들은 굳이 옥상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잠시 시선을 돌려 눈의 긴장을 풀 수 있죠.

 

* 관련 영상: Inside Facebook's epic new campus ©CNBC

 

직원들 사이에서 사무 공간의 조건 중 1순위로 꼽는 것은 단연 자연 채광입니다. 햇빛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낮에 충분한 햇빛을 쐬는 일은 밤의 숙면을 돕기에 직원들의 건강한 컨디션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녹색 경관은 직원의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영향을 주죠. 실제 어떤 경관을 보느냐에 따라 병가 일수*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페이스북의 사옥은 직원들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 관련 자료: The Economics of Biophilia (출처: Terrapin Bright Green, LLC.)

 

또한 페이스북 사옥의 옥상 녹지는 외부 자연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식물 90%를 캘리포니아 토종 식물로 식재해 옥상 정원을 주변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자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에게 안전한 세라믹 코팅 유리창을 사용했고, 여우가 사옥 내에 들어와도 제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직원들에게 야생동물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원에서는 40여 종이 넘는 새가 관찰되기도 하고, 이따금 야생 여우가 출현해 직원들에게 뜻밖의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은 사옥 인근에 약 1200평 규모의 공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커뮤니티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녹지 공간뿐 아니라 도시화로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동물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 참고 기사: Expanding Our Home in Menlo Park (Facebook newsroom, 2018.09.04)

기업이 직원의 성과를 위해 만든
바이오필릭 업무 공간이
바이오필릭 도시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필릭 업무 공간을 도시로 확장시키는 데에는 구글이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리포트 본문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미 3천여 개의 공원이 있는 런던은 2019년 최초 '국립공원도시'를 선언하고, 폭염에 시달리는 멜버른은 'City in a Forest'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대명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오피스 공간에 자연을 더욱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요 도시들, 기업들, 그리고 시민들이 어떻게 도시의 삶과 환경에 자연을 더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기존의 삭막한 도시에서 어떻게 '자연'의 비율을 늘리고 더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최신 트렌드와 사례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