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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터의 말: 중국, 국가를 상대로한 글로벌 사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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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큐레이터의 말: 중국, 국가를 상대로한 글로벌 사금융권

큐레이터 박상현 편집 해레카
큐레이터의 말: 중국, 국가를 상대로한 글로벌 사금융권

서구 국제금융의 미션

개인도 국가도 대출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개인이 사업이나 주택자금 등으로 대출을 사용한다면, 국가는 항만이나 도로 등 건설 사업과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 여타의 국내 사정으로 인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은행이 개인에게 무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처럼, 국가 역시 다른 나라나 국제기구가 무조건적으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채무자가 갖춰야 할 조건을 갖춰야 한다.

물론 그 조건은 아주 다르다

개인을 상대로 하는 금융권에서는 변제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겠지만, 국가를 상대로 하는 금융에서는 채무상환능력 이상의 조건이 존재한다.

 

정부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돌아가는지,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깨끗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지 등이 그것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혹은 일정 기간 안에 달성한다는 조건으로 융자가 이루어진다.

 

채무를 진 국가가 상환할 수 있으려면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국가의 발전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등의 기반이 조성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금융기구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국가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경제 위기를 겪는 국가를 돕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은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그 국가가 현재의 위기에 처한 원인을 해결하고,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할 것임을 명백하게 해야 한다'와 같은 조건을 명시한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독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게 '우리에게서 돈을 받고 싶으면 민주주의를 확립하라'고 한다면? 조건을 받아들일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해외 융자가 필요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민주화에 대한 압력(내란죄를 선고받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구명 노력 등)을 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적 원조를 해줄 테니 민주주의를 확립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도, 일관되지도 않았다.

 

가령 미국의 경제·군사적 원조를 받은 한국은 구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거대한 공산권 블록의 1차 방어선이라는 이유로, 첨단 무기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지역에서 친 서방국가라는 이유로 민주주의와 인권에서 많은 예외와 묵인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 영국과 같은 나라는 하나의 '국가'를 넘어선 하나의 '이상'으로 존재하고 싶어 한다. 프랑스 혁명과 민주주의의 선봉이라는 역사적 사명 의식 속에 존재하는 그 이상에 따르면, 그들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션을 지니고 있다. 선별적 국제금융 제공은 바로 이러한 미션과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중국은 까다롭지 않다

아프리카와 동유럽, 남미의 개발도상국은 말하자면 '제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국가다. 이 나라의 독재자는 국가를 발전시키고 싶어도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국가의 발전보다 자신의 집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주의를 도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서구가 요구하는 절차를 충실하게 밟다 서구의 식민지가 되었던 나쁜 기억도 있다. 그래서 '서구가 돈을 미끼로 건방지게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고 불평하고,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중국이다

글로벌 신흥 부자로 등장한 중국은 빌려줄 돈은 많지만 대출 조건의 문턱은 훨씬 낮다. 말하자면 개인에게 '사금융권'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사금융권의 대부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이유가 있듯, 중국의 융자도 마찬가지다. 이번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이 자본과 기술을 지원한 에콰도르의 댐은 부실공사였지만, 그게 반드시 중국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궁극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출발했다. 에콰도르는 자국내 문제를 무시하고 중국의 돈과 기술에 손을 대었다. (물론 기사가 보여주듯, 중국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이 사례는 대출받는 국가가 일정한 절차와 조건을 준수해야만 한다는 서구의 원칙이 왜 존재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문제는 에콰도르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자본은 많은 제3세계 국가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비슷한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2017년 인도양에 위치한 국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를 사실상 인수한 사건이다.*

* 관련 기사: 中,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 운영권 확보…인도양 '일대일로' 가속 (연합뉴스, 2017.7.30)
 

스리랑카 정부는 항구운영의 경제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항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결국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중국에 항구 운영권을 99년 동안 내어주고, 지분의 70%를 양도한 것이다. 중국은 스리랑카를 '진주목걸이 전략'*의 주요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 중국이 인도양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려는 것을 일컫는 말로, 진출 거점을 연결하면 마치 진주목걸이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99년'이라는 숫자가 낯익지 않은가?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후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강제로 조차한 햇수가 바로 99년이다. 중국은 돈과 함께 민주주의와 같은 어젠다(agenda)를 강요하는 서구의 방법론을 따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 홍콩과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 서구가 세력 확장 과정에서 사용했던 방법론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중국은 서구의 말이 아니라, 서구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 지역의 영향력과 지배권이라는 '현물'을 얻을 수 있는 해외 원조와 투자. 이는 중국이 제1강대국이 되는 길에서 꾸준히 목격하게 될 모습이다.

#2 큐레이터의 말: 중국, 국가를 상대로한 글로벌 사금융권 마침.

독자 평가

현재까지 291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이**

    중국의 세력 확장 방법을 서구의 그것과 대비하여 잘 설명해 주셨네요. 굿!!

  • 김**

    재미있게 읽었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적 거대함과 전략들에 대해 다시 알게 해 준 챕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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