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넬, 그 시절 미국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다

우리가 즐겨 입는 청바지는 미국 사회에선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자기표현, 겸손함, 섹스어필 그리고 단순함과 같은 의미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청바지만큼 상징적인 옷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플란넬 셔츠일 것이다.*

* 관련 기사: The meaning of blue jeans (The Economist, 2016.3.26)

 

플란넬 셔츠는 생기 넘치는 색과 촘촘한 패턴을 가진 개성 강한 옷이다. 미국 사회에서 플란넬 셔츠는 누구나 즐겨 입는 따뜻한 옷이다. 눈이 오고, 차가운 비가 내리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부드러운 촉감이 살갗에 맞닿아 포근함을 건넨다. 플란넬 셔츠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많은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옷이다.

 

그러면서 플란넬 셔츠는 억세고 투박한 뚝심을 담고 있다. 올곧은 길을 묵묵히 걷는, 우직한 가능성이 읽히는 옷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커트 코베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자유분방한 아이콘이 즐겨 입었던 스타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말할 것 없이 플란넬 셔츠는 실용성과 개성 그리고 자유로움을 더한 아메리칸 심볼이다.

플란넬 셔츠를 입은 커트 코베인 ©Still Kickin' Music

지난 30~40년 동안 플란넬 셔츠는 모두 해외에서 생산되었다. 인건비와 제조 비용을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옮겼고, 더는 미국 땅에서는 플란넬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옷을 찍어내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플란넬 셔츠는 큐레이션한 기사에 등장하는 윈스럽이 어렸을 적 입었던 그 셔츠가 아니었다. 촉감도 빳빳하고, 색깔도 침침하다.

 

오늘날 미국인이 입는 플란넬 셔츠는 그것이 예전에 지녔던 가치를 다 담지 못한다. '플란넬 연대기'는 미국의 어느 사업가가 어렸을 적 할머니가 선물해준 플란넬 셔츠를 회상하며, 그때 느꼈던 자유로움과 가능성을 되찾고자 시작한 플란넬 부활 프로젝트다. 바야드 윈스럽은 아메리칸 자이언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왜 미국에서는 플란넬 셔츠를 만들지 못할까?', '왜 미국 제조업은 죽어가야만 하나?'를 고민했다.

 

제조업 종사자는 가장 정직한 방법의 노동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들이었다. 윈스럽은 이들의 일터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그저 그런 플란넬이 아닌, 예전의 가치가 담긴 '잘 만든 플란넬'을. 그러기 위해선 두툼한 모직, 생기 넘치는 색깔과 자유분방하면서도 정제된 패턴을 담아야 했다.

 

'플란넬 연대기' 어느 미국 사업가의 이야기다. 죽어가는 한 산업을 살리려는 노력을 담은 보고서이자 개성이 담긴 아메리칸 심볼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밀어붙이는 결단력을 가진 '컨트레어리언(contrarian)'*의 이야기다. 생각한 바를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빌더(builder)의 이야기다.

* 사회통념에 역행하는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 '대중과 반대로 투자하는 투자자'를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다

미국인의 정신 그리고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직한 뚝심 하나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간 윈스럽의 도전정신이야말로, 미국이 말하는 신념과 가치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플란넬은 안 돼요. 다른 건 다 만들어도 플란넬은 이제 미국에서 안 됩니다'라는 말만 들었죠.

40년 전에는 미국에서 품질 좋은 셔츠와 청바지를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40년 만에 그럴 수 없게 됐다? 미국에서 플란넬 셔츠를 만들 수 없다고?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가멘트(garment)와 어패럴(apparel)은 '옷'을 뜻한다. 그러나 둘은 서로 다른 단어다. 사전적으로 어패럴은 복수의 옷 형태를 표현하는 단어고, 가멘트는 옷 한 벌을 뜻한다. 윈스럽은 가멘트를 만들고자 했다.

 

기사는 '가멘트'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고민, 플란넬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윈스럽의 노력, 그의 회사 아메리칸 자이언트와 그의 파트너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플란넬 셔츠 부활기를 보여준다. 2019년에는 이들이 하향산업인 제조업을 어떻게 바꾸어가는지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