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위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우리 앞에는 새로운 경제가 나타났다. 화려했던 버블의 그림자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채워졌으며, 기존 성장동력은 그 힘을 잃고 멈춰 섰다. 그럼에도 2008년 이후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는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어떨까. 아마도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난관을 극복하기를 요구할 것이다.

 

곳곳에서 불거지는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우리가 아직 마주한 바 없는 환경의 변화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2019년 이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어떤 측면에서 관찰해야 할 것인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통화의 역습: 확장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OECD는 2019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18년의 3.7%에서 0.2%p 하락한 3.5%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10월, 동시다발적으로 폭락한 주식시장은 이러한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주식을 대표로 하는 위험자산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되었음을 나타낸다.

 

시장에서 경기 후퇴를 예측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이 선도하고 주요 선진국이 뒤를 따르는 통화 긴축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2016년부터 금리를 3년간 총 7차례 인상했으며, 이 기간에 연방기금금리*는 0.25~0.50%에서 2.00~2.25%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유럽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예정이라는 것이다.

* 미국의 기준금리

자료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연내 양적완화(QE) 종료를 선언했으며, 2018년 4분기 들어 자산 매입 규모를 150억 유로(한화 약 19조 2870억) 규모로 축소했다. 2015년 월 600억 유로, 2016년 800억 유로에 달하던 매입 규모와 대비할 때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지속해서 동결하며 한동안 금리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2019년에도 최소 3회 이상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마당에 유럽이 언제까지 돈을 계속 풀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점에서 유로존의 긴축 역시 불안 요인으로 다가온다.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으나, 일본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로 통화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 후퇴를 둘러싼 공포가 사람들의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자료 출처: ECB

그렇다면 선진국의 통화 긴축 정책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가?

이들 통화는 모두 '안전자산'의 일부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투자의 대상이 된다. 화폐 역시 일반적인 수요 공급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치가 하락하고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치가 상승한다.

 

결국 세계를 지탱하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와 이에 못지않은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가 상승할 경우, 자본의 유출로 인해 부채가 많은 국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화를 소비하는 미국의 경제가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국가에는 더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Shutterstock보통 주요 선진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반대로 그 나라에 수출하는 국가는 오히려 수출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해석일 수 있다. 기축통화라는 특성상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경기가 나쁠 때도 오히려 고평가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오히려 수출 실적은 미국의 경기 때문에라도 주저앉을 위험이 크다.

 

특히 미국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2018년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만든 미·중 무역분쟁이다.

 

2. 무역분쟁: 모두가 피로스가 되는 승자 없는 전쟁

미국과 중국은 2018년 12월 2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자리에서,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관세 전쟁을 중지하고 상호 간에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합의를 위한 합의'로, 정전협정도 휴전협정도 아닌 일시적인 무력 사용 중지에 불과했다.

* 관련 기사: U.S. and China Call Truce in Trade War (The New York Times, 2018.1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무릎 꿇린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실제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와 곡물 등의 수입을 일부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합의 내용인 지적재산권 및 무형자산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 합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라,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90일 이내에 실질적인 협상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2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25% 부과를 재추진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다.

 

현재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21세기 최강국의 대결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이냐겠지만, 이 문제는 길게 끌수록 누가 승리를 거두든 피로스의 승리*로 남을 확률이 높다. 중국은 기업부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미국은 경기 고점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현재의 관세(10%)를 유지했다가는 불필요한 인플레이션을 민간에 전가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 대가를 치르는 승리, 패배와 다름없는 승리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에피루스 왕 피로스가 여러 전투에 이겼지만 전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패망한 것에서 비롯한 말

 

경제학에서 경기의 전환점을 판단하는 데 주로 쓰이는 지표는 장단기 금리차*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곧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의 경우 주로 10년 국채수익률과 2년 국채수익률 간의 차이를 사용

자료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경제적으로 장기금리는 기업 투자에 대한 평균적인 요구수익률이다. 단기금리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조달금리의 성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 행태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수행하지만, 해당 투자에 투입될 총자본의 규모를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므로 단기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서 장기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나, 단기금리는 빠르게 상승해 곧 장기금리를 추월할 예정이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추월하면 투자에 대한 요구수익률보다 투자를 위한 자본의 조달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은 곧 투자를 중단하게 된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이런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고스란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반영될 경우 미국 경기는 생각보다 강하게 수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현재 국영기업을 포함한 기업부채가 점차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관세 부과를 지속할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위험이 존재한다.

* 경영상에 있어 수지, 손익을 따져 이익이 나는 정도를 말함 (출처: 매일경제)

ⓒShutterstock물론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총부채 중 위안화 채무의 비중이 대부분인 관계로* 90년대 말과 같은 외환 위기는 쉽지 않다. 다만 2018년 2분기에 17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환율변동위험을 방어할 외화보유액의 순증은 주로 경상수지 흑자로 창출되기 때문이다.

*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총부채 33.8조 달러 중 대외채무가 5.3조 달러다.

 

해외채권 매입도 있지만 이는 경상 적자 상황에서는 어렵다. 때문에 중국은 경상수지 적자 및 부채의 증가로 인해 무역 분쟁이 끝나지 않고 지루하게 지속될 경우, 중장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더욱 강도 높고 빠르게 수행할 수밖에 없다.

* 보유 자산을 상회하는 부채를 끌어들여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을 일컫는 레버리지의 반대말로, 부채 정리를 의미한다.

 

이는 결국 투자 감소를 불러일으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나 한국 경기에도 어려움을 끼친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명목 GDP 대비 투자 비중이 44.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요국 평균인 25~30%까지는 길고 긴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3. 정치적 갈등: 새로운 유형의 불안 요인

이외 추가적인 요인이라 한다면 결국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로 인한 정치적 갈등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극우-포퓰리즘 연합 정권이 들어서 많은 사람을 경악게 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을 상대하기 위해 50억 달러 상당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모든 예산안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상태이다.*

* 관련 기사: Trump Says He Plans to Withdraw From Nafta (The New York Times, 2018.12.2)

 

물론 현재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극심한 가난과 범죄를 피해 미국으로의 망명을 원하는 '캐러밴' 난민 약 5000여 명이 국경의 개방만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에는 잇달아 극우파 정당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서두에도 밝혔지만, 우리는 여태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경제적 위협을 상대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정치 지도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남의 탓'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돌리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많은 사람이 경제적 불평등에 처할 것이고, 또한 이들에게 표를 모으려 애쓰는 새로운 포퓰리즘 세력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려 할 것이다.

 

앞으로 예고된 세계 경제의 둔화는 과거의 위기와는 또 다른 대응을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며, 이는 과거와는 또 다른 종류의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 2018년 12월 NYT 큐레이션 발행 일정

12.18(화) 박상현 큐레이터
- [국제관계] 대립으로 가는 길
- 큐레이터의 말: 미·중 정면 대결이 의미하는 것
12.19(수) 이진우 큐레이터
- [테크] 스마트 스피커 마케팅? 두 번 물어볼 필요가 없다
- 큐레이터의 말: 스마트 스피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2.20(목) 손하빈 큐레이터
- [비즈니스] 가이 라즈의 '창업 성공 스토리'가 성공한 이유
- 큐레이터의 말: 어디서도 듣기 힘든 평범한 창업가의 뒷 이야기
12.21(금) 김현성 큐레이터
- [경제] 회복되기도 전에 식어버린 글로벌 경제
- 큐레이터의 말: 세계 경제 흐름을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12.22(토) 김홍익 큐레이터
- [테크] 컴퓨터 소설: AI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 큐레이터의 말: AI가 창작까지 한다고?
12.24(월) 채수빈 큐레이터
- [비즈니스] 플란넬 연대기
- 큐레이터의 말: 죽어가는 산업을 살리려는 노력
12.26(수) 황수민 큐레이터
- [비즈니스] 상장 꺼리는 소기업, 미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다
- 큐레이터의 말: 테크기업에게 기업 공개는 어떤 의미일까?
12.27(목) 박혜민 큐레이터
- [사회] 구글 워크아웃: 사내 성추행 반대 시위
- 큐레이터의 말: 이야기가 반복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12.28(금) 구현모 큐레이터
- [테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방어에 나서다
- 큐레이터의 말: 페이스북, 영광의 시대는 지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