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어떻게 출판의 판을 넓히는가

Editor's Comment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출판업계의 '판'을 키울 수 있는 주제를 검증하는 자리입니다.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휘어잡은 주제는 무엇일까요?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세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인권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독일 출판의 판을 넓히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월 17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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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북페어의 기조연설자로 발표된 사람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페미니스트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였다. 한국에는 <엄마는 페미니스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에세이로 알려진 소설가다. 치마만다는 기조연설에서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문학의 힘'에 대해 말했다.

문학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을 이을 수 있습니다.

북페어는 위기를 이야기했다. 더 많은 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팔리는 책은 더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시장의 위기'다. 동시에 사람들은 인권, 페미니즘, 난민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위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169;Suad Kamardeen on Unsplash

출판과 민주주의는 얼핏 완전히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치마만다의 기조연설은 두 위기가 어쩌면 같은 원인에서 발생했을 수 있음을 짚어주었다. 두 위기는 사람들이 가진 익숙한 과거의 방식 혹은 익숙한 생각의 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더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출판의 위기는 사람들이 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에서 급격하게 새로운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며 등장하기 시작했고, 민주주의의 위기는 인권, 페미니즘, 난민 등의 사회적 문제에 사람들이 가진 익숙한 생각의 틀, 고정 관념에서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마만다는 연설에서 이 위기를 왜 기회라고 하는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치마만다의 구체적인 연설 내용은 본 리포트에 담길 예정입니다.)

2018 북페어에서 '인권'을 테마로 내세운 이유

프랑크푸르트 북페어가 열리기 약 한 달 반 전으로 돌아가, 2018년 북페어에 대한 사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는 기조연설자를 발표함과 동시에 올해 북페어에서 주력할 테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북페어 디렉터, 위르겐 부스(Juergen Boos)는 올해 북페어가 이전보다 국제적이며, 다양성을 담아내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8년은 북페어가 70주년을 맞는 해이자, UN 인권선언 역시 7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On the Same Page'라는 모토로 북페어 기간 내내 인권 캠페인을 펼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북페어 70주년, 인권선언 70주년(Deutschlandfunk, 2018. 10.09)

북페어 광장에 설치된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버스 부스.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권과 관련한 퀴즈 게임을 하고, 조형물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한다. &#9426;이은서

'인권'이 '북페어'에 등장한 것은 왜일까?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긍정하는 보편적 개념이다. 위르겐 부스는 이 같은 보편 개념, 인권을 '세계 최대의 국제 도서 박람회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특히 '출판 산업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출판할 권리, 집회의 권리를 기반으로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페어에서는 UN, 엠네스티 인터네셔널과 함께하는 인권 캠페인이 펼쳐졌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출판인과 언론인, 작가들을 초청하여 각국의 현실에 관해서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언론인, 데니스 위첼(Deniz Yücel)이 참석하는 토론회였다. 터키의 에르도안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표출한 후 스파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언론인을 초청한 것이다.

 

* 말과 자유를 위하여: 데니스 위첼과의 대화 ⓒFrankfurter Buchmesse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의 다수 정치 인사들은 수년간 터키의 독재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만큼 독일에서 터키의 비민주적 상황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북페어에서 이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읽는 인간 = 정치하는 인간이라는
하나의 목표 때문이다
토론회에 앞서 독일 출판서점협회 대표, 하인리히 리츠 뮐러(Heinrich Riethmüller)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여 비판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당신이 인권의 편에 서 있다면 억류된 모든 작가, 언론인, 출판·문화인들을 자유롭게 하십시오. 그리고 비판적인 목소리와 생각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십시오.

독서는 개인적인 즐거움과 지적 해소를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디지털 시대의 읽기 행위는 매우 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이 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북페어가 출판 시장의 판을 넓히기 위해 인권, 난민, 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은 본 리포트에서 공개합니다.)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매년 세계 최대의 북페어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비법은 무엇일까?' 독일에 살며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두 명의 저자가 독일 출판업계의 숨겨진 힘을 찾아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북페어에서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한 판을 만들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독일 출판계의 모습이었습니다. 본 리보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독일 출판의 전략을 자세히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