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성장하면 우리도 행복할까?

Editor's Comment

모든 것을 갖춘 도시에 없는 것이 있다면? 첨단 도시의 최종 목표는 이제 자연입니다. 김은혜 저자는 상충 관계에 있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을 방법을 고민했고, 그 답을 디자인에서 찾았습니다. '자연과 사람을 잇는 도시 디자인 - 아마존 온실부터 런던의 공원까지'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도시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도시와 자연이 함께할 방법을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2019년 1월 4일(금) 오후 5시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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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 가운데 가장 큰 생물량(biomass)을 가진 종 개체의 100배를 이미 뛰어넘었다.

1999년 세계 인구가 60억을 넘겼을 때,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이 한 말입니다. 지구 생태계와 부조화를 보인 인구 증가율에 우려를 표한 것이었죠. 그로부터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전 세계 인구는 75억 명을 넘겼습니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세계 인구는 전반적으로 증가해 2050년이 되면 98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참고 자료: World population projected to reach 9.8 billion in 2050, and 11.2 billion in 2100 (UN, 2017.6.21)

 

인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부릅니다. UN의 보고서*는 인구 1,000만이 넘는 메가시티(megacity)가 2018년 기준 33곳이며, 2030년까지 43곳으로 늘어나고 크고 작은 도시 264곳이 추가로 생길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 추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약 70%가 도시에 거주하는 '과잉도시화(hyper-urbanization)' 시대를 맞게 됩니다.

* 참고 자료: 68% of the world population projected to live in urban areas by 2050, says UN (UN, 2018. 5. 16)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80~90%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 역시 81.5%에 달하며, 전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인구는 1000만 명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UN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의 인구는 소폭 증가하여 2030년경 메가시티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합니다.

 

도시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의 집합체입니다. 전 세계 GDP의 80%가 도시에서 발생하며, 그중 50%가 300개 도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메가시티가 늘어난다는 전망은 경제도 그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웬만한 국가보다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입지가 커지는 메가시티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죠.

* 참고 자료: Urban world - How can cities become big and successful, not just big? (EY, 2016)

 

편리한 인프라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분명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도시는 높은 주거 비용과 물가, 교통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도시의 노후화와 범죄 등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던져줍니다.

출처: 갤럽 웹사이트 (그래픽: PUBLY)미국의 여론 조사 및 컨설팅 기업 갤럽(Gallup)은 매년 146개 국가의 '글로벌 정서 보고서(Global Emotions Report)'를 발표합니다. 2018년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과거 10년 동안 '부정적 경험 지수(Negative Experience Index)'가 꾸준히 올라 2017년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부정적 경험 중에서는 걱정(38%)과 스트레스(37%)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갤럽의 조사 결과와 도시화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전원 지역에 사는 이들에 비해 우울증 노출 위험이 40% 이상, 불안장애 노출 위험이 20% 이상 높고, 기분장애를 겪을 확률이 약 2배 증가한다는 리서치* 결과를 참고하면 위 그래프에 나온 수치를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는 분명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경제 성장과 별개라는 뜻이죠.

* 관련 기사: City dwellers are more prone to stress (Anxiety.org, 2013.4.9)

삶의 질, 기본적 생존이 보장되는 자연환경부터

경제적 성장과 정신적 만족감을
동반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가능할까요?

해마다 도시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껏 경제 성과로만 판단했던 도시의 가치를 다양한 시각에서 재평가하고자 하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10년 사이에 도시의 삶의 질(quality of life)과 환경에 대한 평가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래 표는 삶의 질과 관련한 도시 평가 지표와 최초 등장 시기입니다.

출처: Guoping Huang, 2017, Indexing Human-Nature Relationship in Cities (그래픽: PUBLY)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위 자료에서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의 공통분모를 정리하면 1) 정치적 안정, 2) 경제적 안정, 3) 사회 커뮤니티, 4) 쾌적한 자연환경, 5) 도시 인프라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도시는 그동안 '잘 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경제 성장과 인프라 구축에 몰두하며 선진화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경쟁했지요.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지만, 성장과 소비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커버린 도시는 이제 해마다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외출을 두렵게 만들어버린 미세먼지, 지난여름 겪은 극심한 더위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의 우선순위를 바꿔 놓았습니다. 기본적인 생존이 보장되는 자연환경이 가장 먼저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자연환경은 삶의 필수 조건입니다. 오래전부터 자연에 맞서고 학습하며 적응한 인류는 본능적으로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알고 있습니다.

 

1984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이 발표한 이론인 바이오필리아 가설(biophilia hypothesis)*은 이런 인간의 본능을 설명합니다. 인간에게는 '자연(life) 또는 자연을 닮은(life-like) 프로세스를 선호하는 본능적 성향'이 있으며, 자연 속에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주장하죠.

* 관련 기사: Biophilia: Does Visual Contact with Nature Impact on Health and Well-Being?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09.8.31) / How biophilia can improve your life (Mnn, 2018.10.27)

출처: EY Urban Worlds, 2016 (그래픽: PUBLY)

위 통계에서 살펴보듯, 1950년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67%가 농촌에 살았습니다. 특히 한국의 도시 인구는 1920년과 1944년 사이 6배가 넘을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1960년대에 28%였던 도시 인구 비율은 2017년 82%까지 늘어났죠.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인간이 도시 환경에 적응한 기간이 인류 전체의 역사에 비해 너무나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생체 리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공적 도시 환경이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바이오필리아 가설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자연과 가까이 있고 싶은 본능에 대한 연구

인간은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과 가까워진다.

 

- 괴테

도시화로 인한 자연과의 접촉 감소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 도시의 인구밀도(social density)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감(social isolation)을 느낄 확률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는 도시의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이는 우울증 같은 현대인의 정신질환과도 연결됩니다.
  • 뇌에서 위협, 두려움 등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가 도시 규모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 또한 대도시에 살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특히, 도시에 살수록 편도체를 조절하는 pACC(perigenual anterior cingulate cortex)가 강한 자극을 받는데요. 이로 인해 pACC의 조절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심각한 정신 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 녹지 공간의 비율이 낮을수록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코르티졸 레벨이 올라갑니다. 

위 사례는 도시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연과 가까워진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 미국 국립공원의 내부 보고에 의하면, 911테러 사건 이후 뉴욕 공원의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공원을 거닐며 당시 겪었던 사회적 트라우마를 돌아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 자연 속 산책은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적 생각과 반추(rumination)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환경심리학자 캐플란(Kaplan)의 주의집중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에 따르면 녹색 공간과 자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의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 초목과 나무가 심긴 개방 공간을 걷는 것만으로 심박수가 약 15bpm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있고 싶은 본능에 대한 연구' 관련 참고 자료

Social isolation and population density: Impact of race/ethnicity (Innovation in Aging, Volume 2, Issue suppl_1)
Sick cities: why urban living can be bad for your mental health (The Guardian, 2014.2.25)
More green space is linked to less stress in deprived communities: Evidence from salivary cortisol patterns (Landscape and Urban Planning, Volume 105, Issue 3)
How Green Spaces Reduce Stress (welldoing.org, 2017.7.8)
How Walking in Nature Prevents Depression (The Atlantic, 2015.6.30)
Green Space Will Lower Stress For City Dwellers, Reduce Heart Risks (Medical Daily, 2015.3.22)

바이오필릭 디자인,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법

위 연구 결과에 이어 최근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하우스플랜트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기사도 종종 등장합니다. 2016년 미국 하우스플랜트 시장 매출의 31%가 밀레니얼 세대 고객으로부터 발생했고, 2017년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 하우스플랜트 관련 검색어는 90%*나 증가했습니다.

* 관련 기사: 90% Of Millennials are Searching For Indoor Plants To Boost Mental Health Wellbeing (Gobal Banking & Finance Review, 2018.6.27)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도시에 사는 것이 익숙하고 도시를 좋아합니다.* 도시가 제공하는 세련된 편의 시설과 문화 혜택을 가장 풍요롭게 누리는 동시에 비혼(非婚, 결혼하지 않음)률 및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며 친구와의 대화부터 은행 계좌 개설까지 모든 일을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 처리합니다.

* 관련 기사: Millennials Are Happiest in Cities (Citylab, 2018.6.29)

 

이들이 식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밀레니얼 세대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생명과 접촉하고 싶어합니다. DNA 어딘가 긴밀히 연결된 자연, 그리고 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그리워하며 되찾기를 원하죠.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우리는 오늘날에 적합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바이오필리아 가설이 등장하기 전인 1950년대에 미국의 모던 건축가 리처드 뉴트라(Richard Neutra)는 도시환경이 인간의 신체, 그중에서도 신경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건축 디자인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리처드 뉴트라가 1958년에 디자인한 교회/Shutterstock

뉴트라는 공간을 개방하고, 자연경관을 들이는 것이 도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며, 미니멀한 라인의 창을 되도록 크게 내어 녹색 경관을 담은 건축물을 짓는 것이 그의 해법이었죠. 

 

뉴트라의 가장 유명한 저서 <디자인을 통한 생존(Survival through Design)>의 제목처럼, 본 리포트에서는 디자인에 방점을 두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단, 뉴트라가 자연을 통한 건축물의 경관(vista)에 중점을 두었다면, 저는 시각뿐 아니라 오감을 두루 활용한 건축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시각적 측면으로 접근했던 뉴트라의 디자인 솔루션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연과 결합한 도시의 실외와 실내 공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또한 건축물을 잇는 '도시 공간'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디자인이 도시와 자연을 조화시키며,
상생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사람을 잇는 도시디자인 - 아마존 온실부터 런던의 공원까지]

 

이미 3천여 개의 공원이 있는 런던은 2019년 최초 '국립공원도시'를 선언하고, 폭염에 시달리는 멜버른은 'City in a Forest'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대명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오피스 공간에 자연을 더욱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요 도시들, 기업들, 그리고 시민들이 어떻게 도시의 삶과 환경에 자연을 더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기존의 삭막한 도시에서 어떻게 '자연'의 비율을 늘리고 더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최신 트렌드와 사례를 소개합니다.

김은혜
김은혜
저자

현재 런던에서 가든디자인을 공부하며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런던에 가기 전까진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 통신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주 업무였습니다. 5대 미래사업(에너지, 미디어, 모빌리티, 헬스, 보안) 전략 수립, 통신 산업의 글로벌 에코시스템 비전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거시적인 시장의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감각과 역량을 계속 쌓아왔습니다. 이 감각을 활용해 회사의 영역을 넘어 개인과 사회에 거시적인 영향을 미칠 트렌드로 '자연'을 발견한 후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