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말

<1박 2일>을 챙겨보는 시청자는 아니었지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나영석 PD와 그의 사단(社團)이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그런 저의 갈증을 채워줬던 책입니다. 책의 초판을 읽었던 2012년 12월은 '콘텐츠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때라 더욱 몰입하여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습니다. 6년 전 콘텐츠를 소비하던 사람의 눈으로 읽었던 것과, 지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읽는 글은 느낌이 꽤 달랐습니다. 그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나영석 PD와 그의 팀이 1박 2일을 만들며 겪었던 과정들과 그로부터 세워진 원칙들에 먼저 눈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예컨대 이런 부분입니다.

섭외의 본질은 무엇인가.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 사실 이것은 일반론이다. 일반론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것. 그것이 일반론의 함정이다. 사람들은 더 쉬운 길, 더 확실한 길을 찾는다. 기존의 평가는 어떠한가, 히트프로그램을 얼마나 만들었는가, 지금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가능성이라는 항목은 맨 뒤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1박 2일>을 5년간 진행하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일반론을 따르라'는 것이다. 정석대로, 원칙대로 하면 예상외로 길이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날 것 그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느껴지는 문장들을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6년 전엔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 것 같은데요. 이젠 지나칠 수 없는 문장들입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

올해를 회고하고 내년을 계획하는, 중요한 변화들을 앞두고 있는 2018년의 겨울에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를 다시 읽게 되어 다행입니다.

 

'콘텐츠 만드는 일'을 내년엔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방식으로 해낼 수 있을까? CCO(Chief Content Officer)라는 이름 앞에 붙여진 타이틀에 걸맞게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까? 발목을 잡는 많은 걱정들로부터 벗어나, 뺄 것은 빼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은 안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 콘텐츠를 정리하면서, 모든 질문에 답을 얻진 못했지만, 2018년 하반기 내내 해왔던 많은 고민들이 결코 나혼자 하는 고민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정은 즐겁고 결과는 올바른 콘텐츠를 만들고자 매순간 애쓰고 있는 얼굴들을 떠올리며, 함께 읽고 싶은 글들을 선별했습니다. '끝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일하는 마음을 다잡는 콘텐츠로, 나영석 사단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를 재밌게 보시는 분들에게는 그 과정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긴 레이스를 뛰고 계신 모두를 응원하며,

 

-  큐레이터 김안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