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미·중 갈등

Editor's Comment
각 기사의 게재일과 필자, 번역가, 큐레이터의 말 링크는 글 말미에 기재돼 있습니다.

2017년 8월 말, 스티브 배넌(Steve K. Bannon)은 코네티컷에 있는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 전 국무장관의 자택을 찾았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 자리에서 경질된 지 일주일이 지난 주말이었다.* 그는 키신저와 중국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관련 기사: 트럼프, '오른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경질 (중앙일보, 2017.8.19)

 

어떻게 보면 성지순례와도 같았다. '분열의 예언자' 배넌은 '지정학계 고위 성직자' 키신저에게 그의 미·중 관계에 대한 시선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몇 시간에 걸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지만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배넌은 이 자리를 이렇게 기억했다. "키신저는 내 분석에 100% 동의했지만, 결론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키신저도 비슷하게 기억했다. "미중 관계는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두 국가의 불완전 협력관계를 지향해야 합니다."라면서 "하지만 배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미‧중 외교 관계가 재정립된 지
40년이 된 지금,
배넌과 키신저는
전혀 다른 시대를 대변한다
1971년 키신저는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투자와 교역으로 중국을 세계 경제에 편입시킴으로써 미국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을 미국처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에서였다. 이제 그러한 '포용의 시대'는 저물었다. 양국 관계는 적대적으로 변해 무역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더 늦기 전에 중국에 강경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배넌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 ⓒLexey Swall for The New York Times정계와 재계, 학계와 언론 등에서도 악화한 미·중 관계가 드러난다. 키신저의 역사적 방중 이후 가장 부정적인 반응이다.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과, 중국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높아진 미국. 결국 '예정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미·중 관계를 주제로 한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T. Allison)의 책 이름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2018년 2월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