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all-in-one) 디자이너가 된다는 건

Editor's Comment

'한국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들 - 성장을 위한 디자인'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디자인 커뮤니티 플랫폼 '디자인 스펙트럼(Design Spectrum)'의 대표 김지홍 저자가 '트레바리(TREVARI)'의 정원희 디자이너와 만나서 나눈 대화 일부를 전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2019년 1월 23일(수)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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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초기에는 대체로 디자이너 한 명이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UX와 마케팅용 그래픽 결과물을 디자인하고, 브랜딩 디자인에도 참여한다.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TREVARI)의 정원희 디자이너는 더 특별하다. 그는 2018년 12월 전까지 기획, 디자인, 개발 업무를 도맡았다.

트레바리 정원희 디자이너
트레바리 IT 프로덕트 개발&디자인 팀장

기획, 디자인, 개발을 모두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요?

분업화된 조직에서는 디자이너가 개발자에게 UI 디자인 가이드를 넘기면서 업무를 일단락합니다. 반면, 저는 서비스를 만드는 처음(기획)부터 중간(디자인), 끝(개발)까지 따라갔어요.

그러다 보니 가설을 검증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생겼죠

이렇게 하면, 작업을 마무리할 때 미리 세워둔 가설을 토대로 문제를 풀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Helloquence/Unsplash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쉬워집니다. 사람들이 잘 누르지 않는 버튼의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일을 예로 들어볼게요. '빨간색이 눈에 더 잘 보이지 않을까'라는 근거 대신, '이전에 비해 적어도 5~10% 정도는 더 클릭할 것이다. 테스트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바꿔서 또 검증해보자'라고 제안하는 거죠. 그러면 디자인을 제시하는 쪽에도 힘이 더 실려요.

 

한정된 시간을 업무 성격이 다른 디자인과 개발에 써야 할 때,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나요?

저는 업무를 따로 분리하지 않아요. 오히려 기획과 디자인을 병행하는 동시에 그 기획을 어떻게 개발하고 구현하면 좋을지 함께 구상하죠. 이렇게 작업하면 업무를 각각 나눠서 할 때보다 일 진행이 빠르고 매끄러워요. 일의 총합을 10이라고 하면, 기획과 디자인에 3.5 정도의 리소스를 쓰는 것 같아요. 나머지 6.5는 개발에 투자하고요. 여기서 말하는 개발은 사후 유지 보수 및 운영까지 포함합니다. (서로 다른 두 업무를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A to Z는 최종 콘텐츠에서 이어집니다.)

 

디자인과 개발을 모두 맡아서 생기는 아쉬운 점도 있을까요?
제가 분업화된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면 능력을 반밖에 못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디자인과 개발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면 해당 직군에 요구되는 능력이 더욱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제가 가진 디자인이나 개발 역량이 현재 트레바리의 환경과 작은 조직에는 적합하지만, 다른 기업에서는 조금씩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과 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잘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어요.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른 것 같아요.

 

트레바리에 합류하기 전에는 디자이너보다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걸로 알고 있어요. 실제로 디자인과 개발을 전담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디자이너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디자인이 무언가를 조금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처음 디자인을 했었는데요. 당시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구한 디자인이란,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어떻게 이 상품을 더 예쁘게 강조할 수 있을까?'라는 목표 아래 이미지를 다듬었죠. 시각적으로 예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달라요
디자인과 개발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예쁘게 만들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한 번은 트레바리 멤버십 신청 페이지의 디자인을 모두 갈아엎고 리뉴얼한 적이 있었어요. 디자인이 예뻐지면 '가독성이 높아졌으니 서비스를 이해하기 쉽겠지?', '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이 구매하는 비율도 두세 배는 높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트레바리 멤버십 신청 리스트 페이지 Before(위) After(아래) ⓒTREVARI제가 진짜 원한 것은 구매 유도 등을 통한 수치 개선이었는데, 그저 예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디자인이 힘을 얻으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룸으로써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사고방식을 바꿔서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정의하자'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에서 슬럼프 넘어서기

스타트업에서 디자인과 개발을 도맡으면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진행할 때도 많을 것 같아요. 혼자 일할 때 오는 슬럼프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저 자신도 알고 있는데, 그걸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힘들었어요. '내가 이 중요한 시기에 슬럼프를 겪고 있구나'라고 상황을 인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거지? 난 참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슬럼프를 탈출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와 크루들이었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냐고 많이 물어봤어요.

슬럼프가 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먼저 받아들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슬럼프를 겪을 때는 평소보다 일을 못하거나 속도가 더뎌지잖아요. 그때, 여태까지 왔던 많은 슬럼프처럼 언젠간 이번 슬럼프도 지나갈 거라는 초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윤수영 대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크루들과 계속 이야기 나누면서 의식적으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요즘은 슬럼프를 조금 더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슬럼프가 오면 '지금은 일이 잘 안 되니까 다른 걸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저 자신에게 여유를 주려고 합니다. 동료들과 힘든 점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게 트레바리처럼 좋은 사람이 모인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느낀 큰 장점이에요.

ⓒRaw pixel/Unsplash

트레바리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디자인 리소스가 필요한 순간이 많아졌을 것 같아요. 현재 디자인 업무를 어떻게 나누고 처리하나요?

(디자인 리소스가 적은 팀이 최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트레바리 정원희 디자이너의 답변은 최종 콘텐츠에서 공개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들 - 성장을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기존에 주어진 역할을 넘어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주기 위한 고민도 합니다. 여행, 엔터테인먼트, 음악산업, O2O, 인테리어, 커뮤니티 등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나드는 여섯 명의 스타트업 디자이너가 전하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지홍
김지홍
디자이너 / 디자인 스펙트럼 대표

디자인 커뮤니티 플랫폼 '디자인 스펙트럼'을 운영합니다. 디자인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제작과 커뮤니티 빌딩을 맡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UX/인터랙션 디자이너로 일했고 국내 프로토타이핑 문화 활성화를 위한 Sketch 공식 커뮤니티를 운영했습니다. 더 나은 디자인 문화를 조성하고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교육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