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시스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일본이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기업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소니, 파나소닉 그리고 토요타로 '메이드 인 재팬'의 브랜드를 확립시킨 기업들이다. 그런데 그 성장을 지지해 준 것이 바로 일본의 금융기관이었다. '메인 뱅크(Main Bank)'로 불리는 일본 특유의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본 경제의 발전을 지탱해 온 금융업. 그 금융업이 오랜 불황 속에서 침체기를 딛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의 역사를 통해 장기 불황에서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발전 이끈
'메인 뱅크' 시스템의 몰락
패전 후 급속한 성장을 이룬 일본 경제 성공의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제도적 기반이 있었다. 이른바 '발전 국가'의 원형이라는 국가 중심의 강력한 산업 정책, 종신 고용이라는 고용 형태를 통한 일본식 경영 그리고 그 성장을 뒷받침한 금융 시스템인 '메인 뱅크'가 그것이다.

일본의 메인 뱅크 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인 1950년대에 확립되었다. 당시 은행들은 일본의 기업들에 운영자금을 공급하면서 더 정확히 실태를 파악하고 운영에 관여하기 위해 기업에 직원을 파견했다. 그리고 기업이 보유한 토지 등 부동산을 대출의 담보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은행과 기업이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모치아이'라는 방식을 채택해 서로의 이해에 입각한 관계를 형성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은행과 기업은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인수·합병 위협 혹은 자금 확보에 대한 걱정 없이 기업을 경영할 수 있었다. 


일본의 메인 뱅크 시스템은 기업과 은행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부실경영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다. 동시에 기업이 주식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을 하는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