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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가 발간하는 Top Management 대상 경영 전문 월간지 <CHIEF EXECUTIVE>와 PUBLY가 협업합니다. <CHIEF EXECUTIVE>는 최신 경영 트렌드 및 이슈에 대한 심층 분석 리포트에서부터 국내외 베스트 프랙티스 기업 사례, 새로운 경영혁신 방법론, 글로벌 이슈, CEO 라이프까지 담아 기업 경영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첫 큐레이션 콘텐츠로 2018년 연중 기획 콘텐츠, '장기 불황 돌파한 일본 기업의 비밀'을 두 번에 나누어 발행합니다. 
불황의 시기에 기업이 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협력, 유연한 사고 그리고 작지만 위대한 도전을 지속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한 일본 기업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협력과 유연한 사고로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게 되면 직원과 경영자 모두 희망을 품게 되고, 그렇게 느끼게 된 희망이 적극적인 위기 극복을 위한 도전의 형태로 발현된다.  

일본 경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급성장해 왔다. 당시 일본 기업의 경영자들은 '메이드 인 재팬'을 무기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해 나갔다. 특히 소니와 같은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 경영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면 기업의 수익이 증대되는지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일본 경제는 성장 궤도에서 벗어나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가 처음 일본을 방문한 1993년을 돌이켜보면 불황의 초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자들은 잠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뿐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의 시작점이었는데도 말이다. 

ⓒIan Valerio on Unsplash잃어버린 10년이란 버블 붕괴 후 1993~2002년까지 이어진 일본의 경제불황을 뜻한다. 그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코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구조개혁 없이는 경기회복 없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코이즈미 수상은 압도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부실 채권의 정리와 우체국 민영화 같은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코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 정책도 일본의 불황을 멈추게는 못했고 결국 2010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가 장기 불황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였던 소고(SOGO) 역시 그러했다.


소고는 1830년 설립된 장수 기업으로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점포를 각 지역에 설립하는 확대 노선 전략으로 성장했다. 특히 은행에서 근무하던 미즈시마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추진한 점포 확대와 해외 진출은 소고의 성공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 20년으로 이어지는 장기 불황이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백화점 소비는 감소했고 소고의 매출 역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외로 점포를 확장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 역시 소고의 재무 상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소고는 매출이 부진한 다수의 국내외 점포를 폐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점포정리,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고의 재무 상태는 호전되기보다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로 소고의 점포들 대부분이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결국 소고는 늘어나는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패밀리마트와 테이진의 전략적 파트너십

이처럼 오랜 기간 불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업종별 그리고 기업의 특색에 따라 다르지만, 그 해답은 장기 불황의 늪에서 살아남아 업계를 이끄는 리딩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경쟁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그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패밀리마트(FamilyMart)테이진(TEIJIN)의 예를 보자. 


일본을 대표하는 편의점 업체인 패밀리마트와 화학소재 기업인 테이진은 헬스케어 관련 제품의 공동 개발 등을 골자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테이진의 고기능 소재를 활용한 건강관리 제품을 공동 개발한 후 그 제품을 패밀리마트의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협력의 산물로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 감기와 꽃가루 알레르기를 방지하는데 최적화된 고성능 마스크인 나노섬유 마스크이다. 테이진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패밀리마트 소비자들의 니즈 분석이 결합되어 개발된 나노섬유 마스크는 소비자들이 그동안 마스크를 이용할 때 불편해했던 점을 해소하고 오히려 기분 좋은 촉감과 편안함을 구현해 냄으로써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소비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매출 상승과 수익증대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불황 탈출을 위한 4요소

장기 불황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할까. 첫째, 패밀리마트와 테이진처럼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또 그 기술을 활용해 다른 업종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한 후 상호 협력해 신규 사업 혹은 신상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기술 개발의 과정이 장기 불황의 여파로 시장 경쟁력을 잃어갈 경우 기존의 기술 개발을 유연하게 변형해 새로운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불황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어려워지면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다소 소극적으로 된다.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성공할지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방어심리를 부정하기보다 방어심리를 가진 기업들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도전을 추진하는 형태로의 기술 변형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셋째, 지속해서 박진감 있게 새로운 실험을 도모해야 한다. 불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신중해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오래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한 길이 보이지 않는 경우 새로운 도전의 바탕이 되는 실험을 지속해 기술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Amar Kun Kawakibi on Unsplash넷째, 단순히 기업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정치적 지원 역시 불황 극복의 외재적 요인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베노믹스가 추진한 정책 중에 탈디플레이션을 도모하는 경제정책, 여성들의 육아와 일 병행 지원,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 그리고 노동시간의 단축 등과 같은 과거 정책의 병폐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불황의 늪에서 기업들이 탈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기업들이 장기 불황의 늪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시해야 하는 네 가지 키워드는 협력, 유연성, 신속성 그리고 정책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영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기업에 이 네 가지 요소를 자리잡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직원들이 불황이라는 불안 재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고비로 인식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경영자가 어떻게 유도하는가에 달려 있다. 

불황 탈출을 위한 경영자의 노력

장기 불황이 기업들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이유는 직원들이 자신만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버티기 위해 보신주의에 빠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자신의 생계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의식이 팽배해지면 기업이 불황 탈출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해도 직원들이 그것에 동참할 심리적 여유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이러한 직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경영자의 노력이 불황의 시대에 주목받는 희망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여기서 말하는 희망경영이란, 직원들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길을 가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불황이라는 상황 속에서 직원들 개개인이 일상적인 업무 가운데 지속적인 성공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즉, 경영자가 생산 현장에서 직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금 가진 기술을 어떻게 변형시킬 수 있는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함과 동시에 그 실험의 실패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안전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원보다
도전, 실험을 하는 직원이
더 효과적이다 

동시에 경영자는 앞서 소개한 패밀리마트와 테이진의 전략적 파트너십처럼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직원들이 정체감을 느끼는 대신 자사가 다른 경쟁 기업들과 달리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굳어진 기업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려는 경영자의 노력이 직원들에게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고자 하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들은 수많은 불황의 고비를 극복해 지금에 이르렀다. 1929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불황의 늪에 빠트렸다. 그때 파나소닉을 창업한 마츠시타 고노스케의 선택*은 향후 일본의 경영자들이 불황의 늪에 빠질 때마다 중요한 판단의 지표가 되고 있다. 

*관련 기사: '인간 경영의 창시자'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리더는 '때문에'라 하지 말고 '덕분에'라고 말하라 (매일경제, 2017.10.25)


당시 공황이 발생하자 간부 한 사람은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급여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진언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마츠시타가 내린 결단은 생산을 줄이고 직원은 해고하지 않는 것이었다. 


반 이상은 해고될 것이라며 서로 눈치를 보고 불안해하던 직원들은 희망의 빛을 보았고 생산이 줄어들며 남은 시간에 창고에 있는 재고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파나소닉은 대공황이라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장기 불황의 상황에서 경영자도 직원들도 그리고 소비자도 의기소침해지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오직 불안감이 모두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협력하고 유연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길을 모색하면서 작은 도전을 축적해 가려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