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새로움

Editor's Comment

2025년, 출판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공지능은 출판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요?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기술 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독일 출판업계의 모습을 전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월 17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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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 좋아서, 아날로그가 좋아서 출판업계에 입문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인공지능'이란 디지털 기술을 넘어선 우주별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인공지능 테마를 접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홀은 그리 많지 않다.

 

북페어 무대든 개별 출판사와 언론사가 차려놓은 작은 무대든 인공지능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 앞에 놓인 출판업계를 향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한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신문사에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유진

독일 출판업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서비스와 플랫폼은 아직 많지 않다. 고객 응대와 마케팅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요약하는 기술은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출판 산업에 적용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공지능을 통해 독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인키트(Inkitt)*는 베를린에 설립되었지만, 주로 영문 콘텐츠를 다룬다.

* 관련 기사: 인공지능으로 베스트셀러만 내는 출판사 (한국일보, 2017.11.16)

 

최근 독일 산업 전반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봇(Chatbot)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등을 기반으로 챗봇이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다.

슈파카쎄(Sparkasse) 은행과 식품기업 마기(Maggi)의 요리 스튜디오 챗봇, 독일 공영방송의 뉴스 서비스 노비(Novi)등 다양한 분야에서 챗봇이 적용되고 있다. 출판업계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인식하고 적응해야 한다. 이는 북페어 현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출판의 미래를 준비한다

2025년의 출판 마케팅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10월 11일 프랑크푸르크 북페어 4번 홀에서 열린 세션, '인공지능, 챗봇, 보이스 어시스턴트: 미래의 신문과 책 마케팅'에서 사회를 맡은 출판 마케팅 전문가, 마르티나 슈타인뢰더(Dr. Martina Steinröder) 박사의 질문이다.

답은 이미 세션 테마에 드러나 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챗봇과 보이스 어시스턴트 등 인공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란 전망이다. 개별화된 1:1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대응 능력과 정확도가 향상된 인공지능 결합 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챗봇, 보이스 어시스턴트' 대담 현장 ⓒ이유진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챗봇 시스템을 개발 중인 메신저피플(Messengerpeople)의 비즈니스 개발 및 파트너 이사 팔크 침머만(Falk Zimmermann)은 향후 고객 응대 서비스의 80%는 챗봇이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B2B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는 포겔(Vogel) 커뮤니케이션스 그룹 대변인 마티아스 바우어(Mattias Bauer) 역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이제 출판사는 더는 출판사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공간이다. 독자에게 특정 테마를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기관이며, 독자를 고객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사실 챗봇을 포함한 인공지능 바탕 시스템은 출판사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적용 중이다. 앞서 언급한 독일 산업 부분 이외에도 2016년 기준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챗봇으로 호출할 수 있는 업체는 이베이, 월마트, CNN 등 40곳이 넘었다.* 슈타인뢰더 박사가 출판업계에 제시한 2025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 관련 기사 : 챗봇 - 메신저 서비스, 인공지능과 만나다 (블로터, 2016.8.4)

하지만 '독자'라는 고객 데이터와
무한한 콘텐츠 데이터를 보유한
출판업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인공지능 적용 범위가 넓다

독일 미디어 그룹,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의 디지털 혁신 분야 시니어 컨설턴트 페터 부어(Peter Buhr)는 아직 높은 수준의 챗봇 시스템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현재 혁신 기술 분야에서만 150여 명의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션 참여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와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혁신적인 시대 흐름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콘텐츠'라는 고유한 원료를 가진 출판업계에서 이와 같은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저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커피를 마십니다. 이전에는 다들 같은 커피를 마셨고 지금은 종류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커피는 여전히 건재하죠.

팔크 침머만의 이야기다. 갑자기 웬 커피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다음 문장을 계속 들어보자.

하지만 다른 모든 기계는 죽었습니다. 옛날에 쓰던 CD 플레이어와 아이팟 모두 죽었죠. 하지만 커피는 죽지 않습니다. 콘텐츠는 커피와 같습니다.

출판 산업의 본질은 결국 콘텐츠임을 강조한다. 세션의 테마 역시 출판 '마케팅' 차원에서의 기술을 보는 것이지, 출판 상품의 본질인 '콘텐츠'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는 독일 출판 산업의 자신감이 보이기도 했다.

 

하루에도 백 개가 넘게 쏟아지는 북페어 대담 속에서 본 세션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구석진 무대에서 진행되었지만,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바닥에 앉거나 서서 듣는 이들도 많았다. 또 여러 출판 관련 미디어에서도 대담 소식을 전했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수첩 가득히 메모하던 베르너 미하엘 마들(Werner Michael Madl)은 오스트리아에서 다양한 청소년 교육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 융외스터라이히(Jungoesterreich)의 대표다. 융외스터라이히는 나이대별 총 8종의 잡지를 발행하는 규모가 있는 회사이지만 최근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그는 챗봇이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이번 북페어에서는 관련 테마에 중점을 두고 세션을 찾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 적용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북페어에서 다루는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 수용에 대한 논의는 '마케팅' 차원이 대부분이었다. 출판 산업의 근본 상품인 콘텐츠를 다루는 부분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출판 산업의 본질인 '콘텐츠' 영역까지 바라보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는 출판 스타트업 어워드 '콘텐츠시프트(Contentshift)'에서 이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 새로운 기술이 출판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출판 스타트업들에 관한 내용은 본 리포트에 담길 예정입니다.)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매년 세계 최대의 북페어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비법은 무엇일까?' 독일에 살며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두 명의 저자가 독일 출판업계의 숨겨진 힘을 찾아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북페어에서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한 판을 만들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독일 출판계의 모습이었습니다. 본 리보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독일 출판의 전략을 자세히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