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북페어를 이끄는 독일의 힘

Editor's Comment

"우리는 위기가 아니다." 독일의 출판계의 당당한 선언입니다. 전 세계의 출판 업계가 '위기'를 말하는 가운데 독일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201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리포트는 북페어를 개최하는 주체, 독일 출판업계의 행보에 초점을 맞춥니다.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이유진 저자가 독일 출판 시장의 동향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독일 출판계의 전략을 살짝 보여줍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1월 30일(금) 오후 5시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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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여 개국의 참가자 7500명, 28만 5000명의 방문객과 4000개의 행사들, 그리고 1만 명의 저널리스트까지.

 

- 숫자로 보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Facts and Figures about Frankfurter Buchmesse)

세계에서 가장 큰 책 박람회,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독일이 매년 세계 최대의 북페어를 이끌어가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정부 지원? 혹은 스폰서? 둘 다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독일 출판 산업 스스로의 역량으로 매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페어의 규모와 이를 운영하는 힘은 곧 독일 출판 산업과 그 산업계를 이끄는 '독일 출판서점협회'의 규모와 힘을 의미한다.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이유진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우리는 도전적인 상황에 있을 뿐, 위기가 아닙니다.

- 토마스 코흐(Thomas Koch), 독일 출판서점협회 언론 대변인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출판 업계는 안팎으로 '위기'를 말한다. 독일 출판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독일 출판업계가 주목한 가장 큰 이슈 역시 책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017년 중반,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이에 관한 심층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201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는 가장 주요한 토론 주제 중 하나로 다루었다.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책 소비자가 줄어드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첫째,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 확대와 넷플릭스 등 새로운 멀티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은 명백한 변화의 흐름이다. 독일 출판 산업은 특히, 최근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넷플릭스를 주요 행위자로 분석한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독서를 대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힙(hip)'한 효과부터 '빈지 워칭(binge watching)'*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 그리고 사회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까지 여러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따위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일 (출처: 국립국어원)

 

* 빈지 워칭에 대한 넷플릭스의 영상이다. 빈지 워칭에 대한 높은 관심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Netflix

 

이들은 관련 영상(드라마 시리즈, 영화 등)을 추천하는 기능으로 회원들의 지속적 시청을 유도하고, 최대 4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회원요금제를 운용하며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가족 혹은 친구끼리 모여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와 논의가 이어지도록 한다. 독서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편리함과 유연함, 사회적 활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둘째, 책은 공공의 담론장은 물론 개인적 영역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는 관계의 매개이자 대화의 주제가 아닌 셈이다. 책이 담당했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지금은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과 마찬가지다.

 

'비독서자'도 테이블의 대화 주제를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활발한 대화를 위해 혹은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민망함에서 벗어나고자 책을 사러 가는 일도 줄었다. 첫 번째 책이 다음 책으로 이어지는 독서 활동의 지속성도 약해지고 있다.

 

셋째, 출판업계가 독자들에게 충분한 안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책의 주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느끼거나, 넘쳐나는 책 사이에서 부담감을 느낀다. 과거보다 작가에 대한 친숙함이 줄어든 상황에서 독자에게 다음 읽을 책을 찾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는 진단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독일 출판 시장은 '기회'를 찾는다

소셜 미디어의 확장,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독서라는 행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자극성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선동성 속에서 사람들은 책이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정서적 경험, 영감을 갈망하게 된다.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이 같은 '디지털 종속'이 역으로 '독서에 대한 갈망'을 낳는다고 분석한다.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기회를 노리고, 판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더 자주, 더 많이 책을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담론을 생성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가 사회 정치적 테마를 강조하는 모습도 이와 같은 협회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들이 더욱 신속하게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믿을만한 안내를 제공하는 것, 즉 북 큐레이팅을 강화하는 일도 강조한다. 책의 분야와 카테고리를 세분화하여 독자들이 읽고자 하는 책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시스템도 구축하려는 것이다.


201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리포트의 핵심은 '위기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독일 출판계의 전략'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공격적인 확장세를 펼치는 국면에도 차분히 현황을 살피고, 한 발짝 나아갈 기회를 찾는 독일의 출판 산업. 독일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독일 출판서점협회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독일 출판업계의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위기보다 빠르게, Made in Germany -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매년 세계 최대의 북페어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비법은 무엇일까?' 독일에 살며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두 명의 저자가 독일 출판업계의 숨겨진 힘을 찾아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북페어에서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한 판을 만들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독일 출판계의 모습이었습니다. 본 리보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독일 출판의 전략을 자세히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