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주와 부산에는 한국형 폐허가 존재한다.

최근 광주와 부산에 다녀왔다. '광주비엔날레''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위성 전시의 일환으로 '파빌리온 프로젝트(Pavilion Project)'를 새로 선보였다. 필리핀, 핀란드, 프랑스의 문화기관이 광주에 각자 거점을 마련해 독립적인 전시를 여는 프로젝트였는데 내 목표는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전시를 보는 것이었다.

*참고 기사: 한국 비엔날레 프리뷰 (하퍼스바자, 10월호)

 

팔레 드 도쿄는 혁신적인 전시 프로그램을 짜면서 소장품을 전혀 갖지 않는 독특한 성격 때문에 유럽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명성에 홀려 광주로 향했는데 정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이 프로젝트의 장으로 마련된 광주시민회관이었다.

 

1971년 완공된 광주시민회관은 광주의 근현대사가 축적된 곳이다. 광주 지역 건축가인 임병배가 설계해 당시 한국건축상 본상을 수상할 만큼 평가가 좋았다. 시민 결혼식을 여는 등 문화 공간을 표방했지만 주된 쓰임새는 관이 주도하는 행사를 위한 실내 집회 시설이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대항한 시민군이 머물며, 이 건물에 역사성이 침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