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말

지식은 우리 삶에 변화를 일으킬 때에만 그 가치가 있다.  -에피쿠로스

책을 읽다 보면, 책 너머 '이 책을 읽었을 누군가의 관점'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일과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PUBLY가 선정하고, 선정한 책을 재미있게 읽을 만한 큐레이터에게 제공, PUBLY 팀과 큐레이터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문장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어떨까?

 

저희는 아래와 같은 방식의 책과 큐레이터의 매칭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신뢰할만한 누군가의 안목으로 재탄생한 책들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앞으로 Book curated by PUBLY를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하여 아이디어나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anna@publy.co 로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부디, 잘 읽어주세요!

 

- PUBLY CCO 김안나 드림.

현명한 투자를 위한 워런 버핏의 힌트

메리 버핏의 <워렌 버핏 투자 노트>*는 아련한 첫 소개팅 같은 책이다. 소개팅의 실패가 연인 대신 이상형을 정립해 주었듯 메리 버핏은 좋은 버핏 책의 기준을 남겼다. 이 책은 전교 1등의 노트를 베낀 전교 꼴찌의 노트처럼 맥락이 없었고, 버핏의 말을 오해했을 때 받아들여야 할 투자 실패를 떠올리게 했다. 내 마음에 큰 공포를 심어준 그 덕에, 나는 투자할 때 정보의 출처를 더욱 꼼꼼히 따지게 되었다.

* 메리 버핏이 데이비드 클라크와 함께 공저로 참여했다. 2007년 국내에 소개되었다. 본 리포트에서는 외래어 맞춤법 규정에 따라 워렌 버핏이 아닌 워런 버핏으로 표기한다. 

 

나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메리 버핏은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비밀은 성(姓) '버핏'에 있다. 그는 버핏의 전 며느리이다. 가족이라면 버핏의 민감한 정보를 팔 리도 필요도 없겠지만, 전 며느리에게는 가족이 세일즈 포인트였다. 그는 포인트를 잃지 않기 위해 이혼 후에도 25년째 버핏이라는 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버핏의 며느리에게 배운 것'과 같은 딱한 콘셉트의 책으로 버핏을 향한 투자자의 비이성적인 동경에 화답했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며느리의 비밀 노트보다
버핏의 주주총회와 주주서한을 기다린다

버핏이 일 년 내내 공들이는 유일한 공시지만, 영어와 배경지식의 부족 그리고 체력이라는 삼중고 때문에 버핏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본 리포트에서 소개할 <버핏클럽>은 2018년 첫 호로서,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를 향한 투자자의 갈망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보겠다고 나선 용자이다. 1930년생인 버핏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 용기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버핏클럽>에는 누구도 답하기 어려웠던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이 담겨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자의 책을 이미 읽었다면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버핏클럽>에는 2018년 주주총회와 주주서한에 대한 성실한 해설과 함께 흥미로운 질문이 담겨 있다.  

버핏은 한국 부동산을 어떻게 볼까?

버핏이 중국에 투자한다면 어떤 기업에 투자할까?

버핏 사후에도 버크셔 해서웨이는 건재할까?

투자자는 왜 능력보다 기질이 중요하다고 할까?

안전마진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버핏과 똑같이 투자하면 수익이 어떨까?

또한 저자들이 겸손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엔 투자의 힌트가 있다.

ⓒshutterstock
<버핏클럽>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투자의 힌트를 전한다.

 

1. 현재 새로운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가가 저렴한 한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합리적인 인수 가격'에서 번번이 고개를 저어야 했던 버핏을 통해, 2017년 시장 상황에 대한 버핏의 판단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저금리로 인한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이 저평가 상태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이은원)

 

현재 금리 수준에서 장기 국채를 매수한다면 끔찍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이건)

 

한국 기업의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이다. 따라서 역사적 주가수익배수(PER)도 미국의 절반 전후인 것은 당연하며, 한국 기업의 주가가 미국보다 저평가되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장홍래)

2. 버핏은 기회를 기다리며 몸을 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엔 성장주보다 자산을 갖고 있는 가치주가 각광받습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본격적인 가치주 투자 시대가 열릴 겁니다. (최준철)

 

요즘은 경자산(asset-light) 기업이나 마이너스 자산 기업이 돈을 법니다. 그러나 구식 중자산(重資産) 산업도 여전히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건)

3. 손해를 전혀 보지 않고 깔끔한 매수를 할 수는 없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기질이다.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을 때 준칙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는 능력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학식이나 지식이 아니라 기질에 달려 있다. (서준식)

소개팅은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위대한 투자자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용기를 넘어 허세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마치 패션잡지의 모든 옷과 구두를 살 필요가 없듯, 이들의 말은 진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일 뿐이다. 투자에는 여러 길이 있다. 중요한 것은 좋든 나쁘든 많은 시각을 접하고, 나만의 시각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망하더라도 소개팅은 많이 하는 것이 좋다.

 

- 큐레이터 황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