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 금융위기 10주년을 맞이하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경제는 분명 여러 면에서 호황이라 불릴 만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인 2018년 9월, S&P와 다우 존스 인덱스 모두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상승하여 거래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2018년 9월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이하 연준)는 2018년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미국 기준 금리를 2.25%까지 상향 조정했습니다.

 

연 4.2%로 확정된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 4년을 통틀어 분기별 최고치의 기록입니다.* 금리 인상 다음 날 연준의 제롬 파월(Jerome Hayden Powell) 의장은 향후 2년 내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기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美 2분기 GDP 성장률 4.2% 확정…4년 만에 최고 (조선닷컴, 2018.9.27)

** 관련 기사: Fed's Powell says short-term U.S. recession risks are not high (Reuters, 2018.9.28)

 

그러나 새로운 경제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옵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를 반영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미국발 금리 인상 소식과 기업의 실적 개선세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 다우 존스 지수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10월 10~11일 양일간 다우 존스 지수 총 1,375 포인트 하락)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water)의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현재 경제 동향을 살펴볼 때, 그 사이클이 야구로 비유하면 7이닝쯤*에 와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확한 시기를 상정할 수는 없으나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면서, 2018년 미국의 경제 상황은 1930년대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 야구 경기의 한 단위, 일반적으로 야구는 9이닝이다.

** 관련 기사: Ray Dalio says the economy looks like 1937 and a downturn is coming in about two years (Business Insider, 2018.9.18)

지난 100년간 이자율이 0%에 수렴한 부채 위기(debt crisis)는 단 두 번에 불과했습니다. 두 차례 모두 중앙은행에서는 통화를 발행했으며, 우리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부르는 방식의 비상통화정책을 펼치며 금융자산들을 매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15조 달러(한화 약 1경 6,935조 원)에 달하는 채권을 매입했습니다.

 

이는 금융자산의 가치와 자산 가격을 상승시켰고, 회복세를 이끌어내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을 0% 수준으로 하락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도 확대되었습니다.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갭(gap)이 생겼기 때문이죠.

* 관련 자료: Disclaimer & Agreement (출처: Bridgewater)

 

우리는 경기 사이클의 후반에 와 있습니다. 양적완화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진하였고, 자산 가격은 상승한 상태이며, 이자율은 낮아졌고, 통화 정책의 타이트닝*이 시작되는 1937년과 같은 상황입니다.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 충돌이 늘어나며, 그로 인해 포퓰리즘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급부상하는 포퓰리즘 현상은 독단적인(strong-minded) 리더들의 선출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며, 이들은 뭔가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해보려 하지만, 일반적으로 더 자국중심적(nationalistic)인 성격을 가집니다.

* 금리 인상

그래서 저는
우리가 9이닝 게임 중
7이닝쯤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클의 후반, 그러니까 긴축통화정책이 돌아가고 경제 성장을 더 짜낼 만한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 도달한 것입니다.

또한 수익률곡선(Yield Curve)*상에서 할인율보다 빠른 속도로 이자율이 상승한다면, 자산 가격의 하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이자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은 이미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는 하락세가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기 침체를 겪게 되는 이유입니다.

* 금융자산 중 채권의 만기수익률과 만기와의 관계를 가리킨다.


누구도 이 트렌드를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 하락세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걱정되지만, 위기가 아주 임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과거의 사례들과 유사한 수준의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은 아닙니다만, 2년 안에는 위기가 나타날지도 모르죠.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 겁니다.

©Olu Eletu/Unsplash이번 큐레이션 본문에서 소개하는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도 통화 정책의 타이트닝, 경기부양책 소진,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무역 분쟁, 높은 자산 가격, 더욱 확대된 레버리지(leverage)* 등을 이유로 들며, 2020년이면 새로운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 수익 증대를 위해 자기자본에 차입자본인 부채를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 전략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들 역시 레이 달리오와 비슷한 분석을 하는 듯 보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금융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는 확대되었으나 시스템에 존재하는 리스크 일부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으로 전이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글로벌 부채 규모는 커졌고, 성장은 재개되었으나, 선진 경제 중 일부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덧붙여, 지난 경제 위기의 반향으로 더욱 두드러진 자국 중심주의와 국제 협력 약화의 바람이 새로운 위기 상황을 대비할 역량을 약화한다는 진단도 내립니다.

 

이번 큐레이션은 지난 2008년 직전, 다가올 몇 년간의 금융위기를 앞둔 금융시장 내 행태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린 질리안 테트(Gillian Tett)의 기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 이후 그 집과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하는 기사를 통해 금융위기 전후를 선명하게 그려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후반부 기사들은 파이낸셜 타임스 논설위원인 마틴 울프(Martin Wolf)와 질리안 테트의 분석을 토대로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얻은 교훈들과, 그럼에도 세계 경제가 변화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동시에 또 다른 위기가 임박했는지, 그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들은 어떤 것인지 파헤치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FT Editorial Board의 논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큐레이션을 준비하던 중 흥미롭게 보았던 인터뷰들을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레이 달리오는 최근 저서 <Big Debt Crises>를 소개하며, 경제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전합니다.

 

이와 함께, 2018년 9월 26일 뉴욕에서 진행된 블룸버그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Bloomberg Global Business Forum) 중 '금융위기의 투자에 대한 견해(The Global Investment Outlook in a Late Stage Cycle)'의 패널 토론 영상도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영상에는 글로벌 사모펀드(TPG Capital), 자산 운용사(JP Morgan Asset & Wealth Management), 헤지펀드(Citadel)의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금융위기의 교훈과 10년간 시장의 변화 양상, 향후 투자 관점 등을 두고 흥미로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와 영상, 그리고 PUBLY가 소개하는 기사를 함께 보시면 관련 내용을 좀 더 깊이 소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큐레이터, 김제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