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바이벌 음악예능인가?

2000년대 가요계는 한류 열풍에 편승한 아이돌 제작의 기형적 성장으로 비(非)아이돌 가수들의 설 자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야말로 아이돌 전성시대였다. 이때 탄생한 서바이벌 음악 예능프로그램들은 아이돌 일색의 '보는 음악의 시대'에서 '듣는 음악의 시대'와 '가창력의 시대'로 자연스럽게 음악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켰으며, 형편이 어렵거나 여러 제약 때문에 도전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나아가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은퇴의 기로에서 일약 한류 스타로 거듭난 황치열과 더원처럼 기성가수와 신인을 가리지 않고 실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재조명하여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

 

서바이벌 음악예능은 화제성이 높다. 게다가 화제성은 방송 초반-중반-후반까지 아우르며 길게 간다. 방송 초반에는 '대결'의 형식을 띄고 있는 만큼, 대결에 나서는 지원자나 대결을 심사할 심사위원 모두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방송 중에는 예측불가의 승부 결과로 매회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다가, 방송이 끝나면 프로그램이 배출해낸 '신성(晨星)'의 이후 활동에 '해당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방송사의 입장에서 뿌듯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서바이벌 음악예능은 포맷만 잘 짜면 노래 한 곡당 3~5분 만에 각본 없이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은 제작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폭넓은 시청자 층을 공략할 수 있다.

 

40억 원대의 <슈퍼스타K>나 미션 하나를 위해 세트 제작에만 9억 가까이 투입했다는 <더 유닛>과 같이 애초부터 물량공세를 작정한 대규모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외한다면, 2018년 기준 대부분의 스튜디오 예능의 제작비는 1회 평균 5,000~8,000만 원 선으로 4~5억 원에 달하는 미니시리즈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에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