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언제 연락을 주실 건가요?
이 한마디로 나와 오디오북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10대부터 키워온 오랜 꿈이자 목표는 PD였다. 글 쓰는 것이 좋아 국문학과를 선택했지만, 기대와 맞지 않아 결국 전공을 바꾸었다. 대학생활 내내 나를 지탱한 건 학교 방송국 활동과 언론고시 준비였다. 방송국에서 좋아하는 글(대본)을 쓰고 연출과 기획을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나의 재능을 발견했다. 바로 PD의 역할이었다.
그중에서도 오디오 PD로 방향을 잡았다. 영상보다는 음성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소리만으로 만들 수 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회사에서 일하거나, 운동 혹은 운전하는 도중에도 라디오와 같은 음성 콘텐츠를 들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음성, 즉 오디오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세계이고, 무한한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매체였다. 나는 이를 운 좋게 일찍 알게 되었다.
당시 오디오 PD가 되려면 방송사의 라디오국에 입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방송 3사가 모두의 목표였다. 문은 좁았고 경쟁은 치열했다. 졸업을 앞두고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나는 여느 학생들처럼 취업에 대한 압박감에 조급해졌다.
그러던 중 새로운 오디오 서비스를 이끌 PD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오디언이라는 회사였다. 필요한 역량은 이러했다. '기획, 연출, 편집 등 모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사람'. 딱 나를 지칭하는 말 같았다. 마침 기술부 선배들이 동시에 군대에 가버리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았던 엔지니어 역할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 고생이 기회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쓴 두꺼운 대본집을 들고 오디언의 면접 장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럼, 언제 연락을 주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