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의 안부 (#146)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첫 밤, 처(妻)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아?


그러게…

돌이켜보면 둘 다 제대로 자취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캥거루족이었거든요. 주례 없이 치른 결혼식에서 아버지는 하객들에게 "30년 넘게 품어왔던 파랑새 같은 현이가 우리 곁을 떠나 새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그동안 저의 홈플레이트는 부모님의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원점이 바뀌었습니다. 이 감정이 제가 결혼 직후에 느낀 가장 큰 변화입니다.

 

싱글일 때, 늦게 귀가한 저에게 부모님께서 늘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밥은 먹었냐고요. 처음엔 당연한 걸 왜 자꾸 물으시냐고 퉁명스럽게 말하다가 어느 날 질문의 진짜 의미를 깨닫고는 제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늘 같이 지내느라 안부를 굳이 물어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따로 물어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파랑새는 떠나가도 부모님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2018년 6월 1일,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 손현 드림.
여러 사람의 축복 덕분에 결혼식을 잘 마치고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손현

손현이 보고 읽은 콘텐츠 (#146)

신혼여행을 떠난 비행기에서 밀라노에 도착한 첫날밤까지, 제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제 처가 지난 1년 간의 결혼 준비 과정을 기록한 글을 다듬어 공개하는 일이었는데요. 이 글을 감히 손보며, 제법 좋은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앞으로의 결혼 생활이 무척 기대되기도 했는데요.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와는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지닌 처가댁의 서사(敍事)에 제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좋은 이야기를 잘 수집하고 엮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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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이야기를 쓰자. 블로그나 메모장에 쓰자. 실수한 얘기도 좋고, 낭패 본 얘기도 좋고, 어려움을 극복한 얘기도 좋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이야기는 시시각각 만들어진다. 나의 이야기가 나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내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삶 자체가 한 토막의 긴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매일 이야기를 쓰고 있다.

(또 신혼여행 이야기라 죄송합니다.) 유일하게 챙겨갔던 한 권의 책입니다. 비록 야구를 전혀 모르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비단 야구를 알고, 야구를 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더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