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의 비밀 (#142)

1쿼터가 끝나고 점수는 19 대 4. 2쿼터가 시작된 이후에도 상대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고 점수 차이는 더욱 벌어져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작전 시간에 들어갑니다. 모두가 말없이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이런 경우에 무엇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 냉정해져야 합니다. 무슨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상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패스 게임으로 가자. 외곽에서 공 돌리면서 인사이드로 투입. 수비가 몰리면 다시 외곽으로 빼주고. 슛 찬스 나면 쏘고.

 

하나씩 풀면 된다. 침착하게. 일단 공격 하나 그리고 수비 집중.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쩌면 농구계의 오랜 작전 시간 격언을 다르게 표현할 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가 안 되고 있어,
공격이랑 수비
이미 코트 위에 서 있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안 되고 있는지.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하나씩 해나가는 일입니다. 상대의 기세에 눌리고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했던 플레이를 성공시켜 나가는 침착성과 슬기를 발휘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를 상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전 시간 이후 집중력은 좋아졌습니다. 패스가 원활하게 돌기 시작했고 수비 집중력도 좋아졌습니다. 주어진 공격 시간을 충분히 쓰고 코트 위의 팀원이 고루 득점에 가담하면서 야금야금 점수 차이를 좁혀 나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4쿼터에 기어이 역전하며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제가 참가한 사회인 농구리그 경기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전 시간이 엄청난 기폭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세세한 작전은 경기 중에도 계속 변경해 나갑니다. 다만, 이 특별하지 않았던 시간이 역전의 기점이 된 것은 그 순간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