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강의 산업 재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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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 선박은 언제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요? 이미 각 지역에서는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마다 자율운항 선박 산업의 판을 어떻게 구성할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캡틴 AI와 바다 - 자율운항선박이 바꿀 미래'의 두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먼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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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Shaah Shahidh/Unsplash
최근 자율운항 업계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업계가 재편되면서 다양한 공동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요. 먼저, 산업을 주도하는 유럽과 미국의 경향을 통해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합니다.
자율운항 선박 솔루션을 공급하는 선두 업체는 네 곳입니다. 스위스의 에이비비(ABB), 영국과 핀란드의 롤스로이스 마린(Rolls-Royce Marine), 핀란드의 바르질라(Wärtsil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
유럽에 속한 네 업체는 상업 자율운항 선박의 실용화에 가장 근접해있으며,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향후 시장을 지배할 확률이 상당 부분 높습니다. 네 곳 모두 각자 자율운항과 관련한 독점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운항 선박 솔루션을 공급하는 유럽 4강 (Wärtsilä, ABB, Rolls-Royce Marine, Kongsberg)
자율운항 선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제어 기술, 엔진 발전기 등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센서 기술 그리고 추진기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업체들은 위 네 가지 기술 영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이비비의 경우 기존 사업군인 발전기 분야에 강할 뿐만 아니라, 전기모터 기반의 선박 추진기 AZI-POD의 1위 공급자입니다. 롤스로이스 마린은 선박 엔진과 전통적인 방식의 추진기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죠. 엔진 및 발전기 전문 업체인 바르질라는 최근 데이터 업체와 센서 업체를 인수하며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콩스버그는 자율운항 선박의 머리에 해당하는 선박 자동화 시스템과 센서 시스템에서 세계 1등인 회사입니다.
기존 사업군의 강자들이 자율운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선박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선박의 장비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지배할 권리를 우선 확보해야 합니다. 선박에 들어가는 핵심 장비를 공급하면 그 장비에 데이터가 모이기 때문에, 자연히 자율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를 통해, 이들은 다가올 자율운항 선박 시장을 선점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업군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것이죠.
현재 보유한 기술의 연장 선상에서
자율운항 선박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중 콩스버그가 최근 두 건의 큰일을 해냅니다. 첫째, 업계 2위인 롤스로이스 마린을 7월에 인수했습니다. 롤스로이스 마린은 약 400명 규모의 자율운항 연구소를 핀란드 투르크에 짓고 핀란드 항만관제청과 협력하여 관련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해오던 기업인데요. 콩스버그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었죠. 업계 1, 2위가 한 회사로 합병되었으니 큰 시장 장악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지난 5월 콩스버그는 노르웨이에서 제일 큰 해운업체인 빌헬름센(Wilhelmsen)과 합작해 자율운항 전문 해운회사인 마스텔리(Massterly)를 설립했습니다. 마스텔리라는 이름은 국제 해사 기구(IMO)에서 규정한 자율운항 선박의 약어(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마스텔리의 목표는 빌헬름센의 항구 및 지상 물류 체인 경험에 콩스버그의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며, 이 회사에서 운용하는 모든 배는 자율운항 선박으로 건조될 예정입니다.
* 관련 영상: <Joining forces on autonomy> ⓒKongsberg
바르질라는 2030년까지 자율운항 선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그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에니람(Eniram), 시뮬레이션 분야의 회사 트란사스(Transas), 그리고 센서를 생산하는 가이던스 마린(Guidance Marine)을 인수했는데, 모두 자율운항에 필수적인 기술 컴포넌트의 각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진 업체라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에 바르질라가 갖고 있던 기존의 엔진 운용 노하우를 접목하면, 단시간에 자율운항 구현도 가능할 것입니다.

바르질라의 기술 로드맵 ⓒWärtsilä
에이비비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기술 로드맵을 제안하고 자율운항으로 가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배가 항구에 스스로 정박하게 만드는 자율정박 시스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충돌회피 시스템, 운항 중 위험을 감지하는 운동예측 시스템 등을 이미 개발했고, 완전 자율운항 제어 시스템은 개발 중입니다. 해운업체 사무실에 설치된 운항 관제 시스템 중 대부분이 에이비비의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에이비비의 기술 로드맵 ⓒABB
유럽이 자율운항 분야에서 강세인 이유
최근 콩스버그에 인수된 롤스로이스 마린은 핀란드 정부와 손잡고 자율운항 연구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2020년에 연안을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을 띄우고, 2030년까지 대양 항해를 하는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을 실현하는 것을 비전 삼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여러 연구 성과 가운데 선박의 운항을 돕는 관제 시스템(Situational Awareness System)은, 이미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 관련 영상: <Intelligent Awareness System for vessels> ⓒRolls-Royce
정부 차원의 움직임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영국 등은 자국 내 수로에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과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항구 등을 테스트하는 움직임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별로 인력 양성하고자 대학 내 학과 개설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자율운항 선박 테스트 수로 ⓒDe Vlaamse Waterweg
무엇보다, 자율운항 부문에서유럽이 강점을 갖는 이유는
EU가 자율운항 기초연구를
장려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경우,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그것을 세계 기준으로 만들어서 다른 대륙에서 성장한 산업의 진입을 잘 막는 편인데요. 이렇게 기초부터 탄탄하게 기술을 인큐베이팅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 참 부럽습니다.
EU에서 지원한 대규모 자율운항 공동연구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MUNIN (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AAWA 이니셔티브(Advanced Autonomous Waterborne Application Initiative), 그리고 2017년에 시작돼 2025년까지 진행될 ONE SEA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MUNIN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의 기술적·경제적·법적 타당성을 점검했고, AAWA 이니셔티브는 자율운항 시스템을 개발하고 육상에서 원격 조종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ONE SEA 프로젝트는 공용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자율운항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사용해 자율운항 선박을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미국: 스타트업이 이끄는 자율운항 선박 산업
미국은 군용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된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입니다. 미 해군에서는 2016년에 시 헌터(Sea Hunter)라는 자율운항 선박을 이미 건조했습니다. 관련된 센서 그리고 제어 기반 기술을 이미 꽤 보유하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용 부분에서는 크게 세 업체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입니다. 첫째는 시 머신스(Sea Machines)입니다. 이곳은 보스턴 항구를 중심으로 관측과 소형 장비 하역 등을 수행하는 회사였는데, 자율운항 모듈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에 항내에서 운항하던 예인선(Tug)에 이 모듈을 설치하면, 자율운항 선박으로 변화한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earsk)의 예인선과 컨테이너선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Maersk to Trial Autonomous Vessel Firm's Technology (The Maritime Executive, 2018.4.25)
두 번째는 버클리 대학교에서 출발한 숀(SHONE)이라는 스타트업입니다. 기존 선박을 자율운항선으로 개조하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이들은 프랑스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CMA-CGM과 2018년 초부터 협력하여, 자율운항 시스템을 설치하고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CMA-CGM에서 2017년 문을 연 싱가포르 운항 센터의 데이터를 이용해, 약 500대의 컨테이너선 데이터에 접근해 운항성능 분석을 수행 중입니다.
* 관련 브리핑: CMA CGM collaborates with a startup, Shone, to embed artificial intelligence on board ships (CMA CGM Group, 2018.6.4)
자율운항 선박 사업에는 크게 배를 새로 만드는 분야(뉴 빌딩, New Building)와 기존 선박을 자율운항 선박으로 만드는 분야(레트로핏, Retrofit)가 있습니다. 뉴 빌딩은 배를 자율운항에 맞게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 만들어진 배는 자율운항에 최적화되어 탄생하죠. 반대로 레트로핏은 기존의 선박이 자율운항에 맞는 설계가 아니기 때문에 배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개조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숀의 경우, 기존에 있는 선박 자체 개발한 센서와 자율운항 시스템을 설치하는 후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엘론 머스크의 회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엔진 발사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업체인데, 발사한 로켓을 바다에서 회수할 때 드론 십(Drone Ship)이라는 자율운항 선박을 사용합니다.

스페이스엑스의 드론 십 ⓒSpaceX
미국은 자국의 조선 산업을 상업 선박이 아닌 군용 선박 위주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이 나라엔 상업 선박을 생산하는 큰 조선소나 기자재 업체들이 없습니다. 미국에 있는 해양 업체들은 주로 해양플랫폼 엔지니어링 업체입니다.
따라서 상선 중심의 자율운항 관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한동안 기자재 업체가 아닌 기술을 보유한 작은 스타트업 회사가 중심을 이뤄 이 분야에 접근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한 자국 내에서 운용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법안에 따라, 자율운항 선박은 미국 내 중소 조선소에서 개발 및 생산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미국연안경비대(United States Coast Guard) 등에서 선박 운항에 관련된 규제 등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2018년 1월에 자율운항 선박 운항 규칙이 발의되어 승인을 위한 검토를 수행한 뒤, 3월에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된 규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USCG: Autonomous ships and regulation (Safety4Sea, 2018.3.30)
법규 제정과 더불어 영토가 크고 자율운항 선박을 테스트할 수 있는 연안과 수로, 큰 호수가 풍부한 지형의 이점을 통해 미국은 자체적으로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하는 데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나갈 것입니다. (자율운항선 업계 지도 중 전통 선박의 강자, 아시아의 현황을 담은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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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AI와 바다 - 자율운항선박이 바꿀 미래]
본 리포트에서는 이 거대한 기술적 변화가 조선, 해운업을 어떻게 바꿀지 전망해 보려고 합니다. 머스크, 롤스로이스 등 세계 조선, 해운업 그리고 자율운항 기술 관련 유수의 기업과 석학이 모이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심포지엄 2018'에서 한국 유일의 연사로 나서는 김세원 저자와 이들이 함께 토의한 내용도 리포트에 담아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