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연마한다는 것 (#133)

나는 하루에 최소 네 시간 동안, 대개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일체의 물질적 근심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린 채 숲으로 산으로 들로 한가로이 걷지 않으면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나는 단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방구석에만 처박혀 지내면 녹이 슬어버리고 오후 4시 - 그 하루를 구해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 가 훨씬 넘어서, 그러니까 벌써 밤의 그림자가 낮의 빛 속에 섞여 들기 시작하는 시간에야 비로소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되면 고해성사가 필요한 죄라도 지은 기분이 된다.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나는 여러 주일, 여러 달, 아니 사실상 여러 해 동안 상점이나 사무실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지내는 내 이웃 사람들의 참을성, 혹은 정신적 무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에세이 <걷기의 유혹(Walking)>에서 위와 같이 말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만큼은 (당연히) 아니더라도 저도 하루에 일정 시간을 걷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번 겨울처럼 한파가 온 하루이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날의 하루이든,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꼭 걸어야만 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저에겐 쉼이기도 하지만, 보통 풀리지 않던 생각의 실마리를 푸는 시간입니다. 앉아서 메모를 하고, 키보드를 두들기다 보면 어느새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 머리를 환기시키면서,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되는 겁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신기하게도 걷다 보면 생각나지 않던 한 문장이 생각나고, 고민되던 일은 어떻게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지 환기가 되곤 합니다. 어쩌면 앉아 있는 것보다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이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본성의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