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계좌 개설에 도전하다

무사히 법인 설립까지 마무리했으니 이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차례다. 에스토니아 전자 거주권 공식 웹사이트에는 계좌 개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단, 홀비Holvi와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방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LHV와 같은 기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경우는 대면 심사가 필수이기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간략히 설명되어 있을 뿐이다.

즉, 웹사이트에 나온 설명으로는
은행에 방문하기만 하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은행들이 전자 거주권자의 계좌 개설을 꺼린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전자 거주권 신청 당시인 2018년 1월에만 해도 소문에 불과했으나,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던 4월이 되자 소문을 증명하듯 기사화됐다. 에스토니아 은행들이 외국인의 은행 계좌 개설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기존 외국인 계좌의 거래 금지 조치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관련 기사: 은행이 외국인 계좌 개설에 문을 닫으며 전자 거주권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 (ERR, 2018.3.23)

 

그뿐인가. 법인 설립을 도와준 에이전시 담당자 역시 "아마도 법인 계좌 개설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 담당자의 예상 질문과 이에 대응하기 유리한 답변을 알려주었다. 불안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계좌 개설이 쉽고 빠르다고 기사에 소개된 LHV 은행을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LHV 은행은 전자 거주권 프로그램의 공식 파트너 은행이며, 에스토니아 출신 ICT 스타트업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하는 진보적 성향의 은행이다.

 

탈린 시내에 위치한 LHV 은행에 직접 방문하여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 왔다는 목적을 말하고 약 10분을 기다린 후 담당자와 미팅을 했다. 담당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를 하는가
  • 왜 에스토니아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원하는가
  • 에스토니아에 비즈니스 파트너business connection to Estonia가 있는가

마지막 질문이 문제였다. 나 역시 난생처음 에스토니아에 와서 에스토니아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에스토니아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을 리 없었다. 솔직하게 아직 아무런 비즈니스 커넥션이 없으며, 이제 막 법인을 설립했으니 앞으로 빠른 미래에 파트너가 생길 것을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담당자는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당신은) 비거주권자non-resident로서, 에스토니아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없는 법인은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