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창업은 어떻게 다른가

Editor's Comment

처음부터 에스토니아가 목적지는 아니었습니다. 콜롬비아인 동료와 함께 창업하려고 이것저것 조사하다 보니, 창업하기 좋다는 나라마다 왜 이리도 장애물이 많은지. 'e-네이션, 에스토니아를 가다 - 디지털 노마드의 창업기'의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창업을 향한 박인 저자의 분투기 일부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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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Tim Gouw/Unsplash

(중략) 디지털 노마드가 미래의 근무 방식이라 한들, 실제 디지털 노마드가 일하는 과정은 까다롭다. 특히 창업은 매우 어렵다. 디지털 노마드는 정해진 거주지(residency)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해진 거주지가 없을 뿐 아니라, 거주지를 계속 변경하므로 창업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뿐인가? 노마드의 여건상 그의 클라이언트(client)도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여러 국가에 걸쳐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보자. 캐나다 출신 컨설턴트이자 블로거인 A가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를 여행하며 여기저기서 소규모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일하고 있다. A는 런던, 스페인, 캐나다를 오가면서 100% 온라인으로 작업한다. 이 경우, 그의 사업 거점은 어디가 되어야 할까? 거의 방문하지 않지만 모국인 캐나다? 현재 클라이언트들이 많이 거주하는 유럽? 이 예시는 에스토니아 전자 거주권 블로그에서 인용한 실제 사례*이다.

거주지 증명 그리고 서류 작업

이 두 가지가 디지털 노마드의 창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전 세계 대다수의 행정·금융기관은 임대차, 전기세, 수도세 증명 등을 통한 거주지 증명을 요구하고, 해당 거주지와 사업의 연관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서류에 승인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사업자 등록이나 세무와 같은 서류 작업은 여전히 디지털화되지 못한 탓에 이 작업을 원격으로 완료하기까지는 요원해 보였다. 2개월 가까이 조사하고 삽질했던 한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이 실제로 그러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미국의 사례

나의 사업 파트너는 콜롬비아인이다. 이름은 니꼴라스! 그 역시 디지털 노마드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에게 업무를 받아 일한다. 이전에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업무를 의뢰받았지만, 30%에 달하는 중계 수수료가 못마땅했던 니꼴라스는 법인을 설립해 1인 기업으로 일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창업을 해야 할까?

우선, 한국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법인 설립에 대한 영문 자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고, 대다수의 정부 웹사이트는 윈도우 기반으로 돌아가며,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기에 자료를 열람하기도, 간단한 질문을 올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KOTRA 외국인을 위한 법인 설립 안내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창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서 당황스러웠다. 외국인 창업 절차를 간소화해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기사와는 달리 왜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건지 궁금증은 더 커졌다.

©Luca Zanon/Unsplash

다음 타깃은 홍콩과 싱가포르였다. 유명한 디지털 노마드이자 연쇄 창업가 중 한 명인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의 법인 및 은행 계좌가 홍콩에 있고, 사업하기 쉬운 국가 리스트 Top 10*에 홍콩과 싱가포르가 항상 언급되기에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 관련 자료: 이코노미 랭킹 (출처: 월드뱅크)

 

은행 및 정부 웹사이트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로는 홍콩, 싱가포르에서 창업 시 요청하는 서류만 준비하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파심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최근 자금 세탁 이슈 때문에 서류 심사가 엄격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를 도와주는 전문 업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유명하다는 업체 세 곳과 접촉해 의견을 구했다. 업체마다 요구하는 금액은 모두 달랐으나, 법인을 설립하려면 약 백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그런데 국적이 콜롬비아와 같은 남미 국가인 경우에는 법인 설립 및 은행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려했던 바와 같이 자금 세탁 이슈로 은행들이 선호하지 않는 국적이라는 것이었다.

참고 자료: 홍콩 정부 홈페이지(cr.gov.hk)

니꼴라스는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냥 에이전시를 통하는 방법이 낫겠다고 생각할 무렵, 나타난 문구가 있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최고의 방법(The best way to start an internet business)

바로 스트라이프(Stripe*)가 제공하는 아틀라스(Atlas) 프로그램이었다.

* 온라인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명 미국 기업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스리랑카까지 120개국의 창업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아틀라스는 온라인 서비스 회사가 미국 델라웨어 주식회사로 설립될 수 있도록 원클릭으로 도와준다. 500 달러(한화로 약 54만 원)만 내면 설립부터 Tax ID, 은행 계좌, 스트라이프 계좌 개설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고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리콘밸리가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세금이었다. 아틀라스 프로그램으로 창업한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니 다들 미국의 관료적이고 까다로운 세금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실제로 이처럼 복잡한 세법 때문에 세금 납부 및 보고를 하다가 실수하는 경우,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세금 폭탄*을 맞은 실제 사례와 한탄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마찬가지로 아틀라스를 통해 법인 설립을 선뜻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에스토니아가 제시한 창업 해답은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e-네이션, 에스토니아를 가다 - 디지털 노마드의 창업기]

 

창업했다고? 어디서? 에스토니아?! 왜 저자는 많고 많은 국가 중 에스토니아에서 창업을 시작했을까요. 도전과 좌절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생생한 창업 분투기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