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은 어떤 음원 서비스를 이용할까?

Editor's Comment

음악 산업에서도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현재, SXSW Music 2018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세계적인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NBS(Next Big Sound)는 음악 데이터를 어떤 과정을 거쳐 분석할까요? 그리고 BTS의 전 세계적 성공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글로벌 음악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SXSW Music 2018' 미리보기에서 먼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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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이미지 ©Featureflash Photo Agency
미국 유학 시절, 새로운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멜론 등의 국내 서비스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요. 당시 가장 선호한 서비스는 스포티파이(Spotify)와 애플 뮤직(Apple Music)이었습니다. 첫 3개월은 거의 무료로 이용했고, 그 후에는 학생 할인을 받아 저렴하게 이용했습니다.

 

얼리어답터인 학생들은 아마존 프라임 뮤직(Amazon Prime Music)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이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Echo)를 이용해서요. 그밖에 송자(Songza)라는 무료 서비스를 즐겨 썼는데, 2016년 1월 구글에 인수된 후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으로 개편되면서 고유의 색을 잃어버려,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라디오 방식의 서비스 또한 많이 이용했습니다. 판도라(Pandora), 튠인(Tunein),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가 대표적으로, 특정 곡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광고를 들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자금 사정이 빠듯한 유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중 독보적인 회사는 판도라로,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당시 아이튠스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한때 시가총액이 75억 달러(약 8조 850억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음악 플랫폼, 그리고 데이터 분석

판도라는 2015년 5월, 음악 데이터 분석 업체 넥스트 빅 사운드(Next Big Sound, 이하 NBS)를 인수했습니다. NBS는 직원 20명의 작은 회사입니다. NBS의 인수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세메트릭(Semetric)을 5천만 달러(약 539억 원)에, 스포티파이는 에코네스트(Echo Nest)를 1억 달러( 약 1,077억 원)에 인수한 것*에 비추어 보면 인수가는 수백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인수가를 1천억 원으로 가정하면 직원 1명당 50억 원을 지불한 셈입니다.

* 관련 기사: 애플, 음악 데이터 분석 업체 인수 (블로터, 2015.1.22)

판도라는 왜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이 작은 회사를 품에 안았을까요?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은 NBS의 직원 대부분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점으로 보입니다(전공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음악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에 기록되는 데이터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집계해 정리하는 데 전문성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한 집계된 데이터의 정확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 또한 필수적입니다.

 

SXSW Music 2018에서는 NBS의 직원 3명이 2개의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은 회사가 무려 2개의 세션을 맡았다는 점에서, 데이터에 관한 높은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UI 디자이너 애너벨 지(Anabelle Zee), 줄리언 베나타(Julien Benatar), 그리고 데이터 저널리스트 에밀리 블레이크(Emily Blake)가 진행하는 세션에서 이 '몸값 비싼' NBS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우선 데이터 UI 디자이너 애너벨 지와 줄리언 베나타가 진행한 세션에서는 소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정보 분석의 피라미드를 차용해 데이터(data )- 정보(information) - 지식(knowledge) - 지능(intelligence)의 단계로 데이터 해석 방법을 DIKI 피라미드 슬라이드로 보여줬습니다.

슬라이드 1: 데이터-정보-지식-지능의 단계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DIKI 피라미드 (출처: 강연 발표 자료)

이 피라미드를 소셜 미디어 지표 분석에 적용해볼까요? 우선 아티스트에 대한 소셜 미디어 포스팅의 양, 즉 버즈(buzz)의 양 자체는 데이터에 해당합니다. 버즈의 양을 단순히 측정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버즈의 양이 변화하는 추이를 찾아내면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정보가 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유발한 원인을 찾아내 설명하면 지식이 되고, 일련의 변화를 연결해 변화의 규칙을 찾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만들어내면 지능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버즈량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상대적 성과(relative performance) 분석과 스파이크(spike) 분석이 있습니다. 상대적 성과는 다른 지표들의 평균치를 비교함으로써 분석하고자 하는 성과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이고, 스파이크 분석은 갑자기 뛰어오른 지표에 대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슬라이드 2: 팔로워와 버즈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산포도 (출처: 강연 발표 자료)

위의 그래프는 아티스트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를 X축에, 일정 기간의 버즈량을 Y축에 놓은 산포도입니다. 90% 이상의 점들이 선형 구간(linear band )내에 분포하고, 회귀 분석을 통해 특정 팔로우 숫자에 대응하는 버즈의 평균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NBS는 아티스트의 팔로워 수 증가량과 버즈량 증가분을 비교해, 구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인지 높은 수준인지 알려줍니다. 이것이 상대적 성과 분석입니다. 이 그래프에서 평균 수준보다 높은 버즈량을 나타내고 있다면 더 열성적이고 몰입도 높은 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로 보는 BTS의 성공과 KARD의 미래

여기서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방탄소년단(BTS)이 언급되었습니다. BTS의 팔로워와 버즈량을 나타내는 점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점이 구성한 선형 밴드를 뚫고 나가 한참 위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애너벨 지는 이를 전무후무한 '비정상적 성과(insane performance)'라고 표현했습니다.

슬라이드 3: BTS의 이례적인 버즈를 나타내는 지표 (출처: 강연 발표 자료)

BTS는 소셜 미디어의 팔로워 수가 대단히 많지만, 팬 1인당 버즈량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현상은 BTS의 팬클럽 아미(ARMY)를 비롯해 전 세계의 팬들이 그 어떤 아티스트의 팬보다 잘 조직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 BTS의 LOVE YOURSELF 轉 Tear 'Singularity' Comeback Trailer ©BTS/Youtube

 

팬들은 BTS의 소식을 담은 소셜 포스팅을 적극적으로 리트윗하거나 공유해 버즈량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킵니다. 또한 BTS의 열성 팬들은 주로 유튜브를 이용해 음악을 소비하는 세대이지만, BTS의 인기도를 높이려 스포티파이에서 곡을 반복해 재생합니다. 이러한 팬들의 활약이 BTS를 빌보드 소셜 차트 50(Billboard Social Chart 50)으로 밀어올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일명 '멜론 스밍'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돌 팬클럽이 우리나라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미국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BTS 팬들의 자발적 활동과 함께 이를 조직적으로 결합해내는 소셜 마케팅이 전 세계 팬들의 몰입도를 빠른 기간 안에 폭발적으로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빌보드에 따르면, BTS의 3집 새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빌보드200에서 1위를 달성했다. / 관련 기사: BTS Earns First No. 1 Album on Billboard 200 Chart With 'Love Yourself: Tear' (Billboard, 2018.5.27)

 

애너벨 지가 언급했듯, BTS는 '이례적으로 열정적인 팬 기반(exceptionally passionate fan-base)'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NBS의 데이터 전문가들은 이를 시계열(time series)로 분석해, 팔로워의 증가 속도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인기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최근 한 달간 2~5만 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백만 명의 팔로워를 얻을 수 있을 확률이 4배 높다.

이처럼 현재의 현상을 바탕으로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모델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들의 판도라 예측 차트(Pandora Predictions Chart)는 이러한 성과 예측 모델을 조합하고 적용한 것입니다.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에밀리 블레이크는 한국의 4인조 혼성팀 카드(KARD)가 BTS에 이어 세계적으로 성공할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는 당시 판도라 예측 차트 7위까지 빠르게 올라온 현상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KARD는 여성 그룹 카라를 기획한 DSP미디어 소속으로, 하우스와 레게가 혼합된 장르인 뭄바톤(moombahton)과 EDM 스타일을 가미한 곡을 내세워 기존의 케이팝에서 음악적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미국과 남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데뷔 1년 만에 20여 개 해외 도시를 순회 공연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해외 팬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음악 데이터 전문가들이 포착하고, 음악 플랫폼 서비스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 KARD의 'You In Me' ©KARD/Youtube

 

소셜 미디어에서의 초기 반응을 바탕으로 팬들의 몰입도(engagement)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한 BTS, 그리고 한국에서보다 더 빨리 반응이 온 미국과 남미로 날아가 팬과 만나는 KARD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능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음악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SXSW Music 2018]

 

SK텔레콤의 신사업 조직 유니콘 랩스(Unicorn Labs)에서 새로운 시대의 음악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세 명의 저자가 SXSW Music 2018의 핵심 인사이트,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는 음악 산업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