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은 없다

배정민 배정민 외 1명
지름길은 없다
모두가 슈가맨이 되는 세상

Editor's Comment 

새로운 시대의 음악 경험을 만들기 위해 SXSW Music 2018로 향한 세 명의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글로벌 음악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SXSW Music 2018'에서 소개합니다.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기존 음반사가 아닌, 뉴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알리고 소통하려는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간 생생한 현장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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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배정민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2012)은 식스토 로드리게즈Sixto Rodriguez라는 아티스트를 찾아 나서는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는 단 몇 장의 앨범만이 판매되며 철저히 잊혔으나, 멀리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슈퍼스타로 등극했던 음악가의 삶을 다룬 영화이지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실제 이야기도 그야말로 영화 같습니다. 몇 장 팔리지 않은 앨범 중 하나가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해지면서 그의 음악은 이국의 팬들과 만납니다. 영화의 배경이 1970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여담이지만, 과거 인기 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과 컨셉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거의 반세기가 흐른 2018년, 이제 음악은 LP, CD, 테이프 같은 물리적 매체가 아니라 유튜브Youtube,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감상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이러한 플랫폼은 지리적 격차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누구나 슈가맨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 영화 <서칭 포 슈가맨> 공식 예고편 ⓒStudiocanalUK 

내 팬은 어디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아티스트가 꿈꾸는 '널리 회자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서고, 더 많은 팬들과 교감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부터가 말처럼 쉽지 않고, 천신만고 끝에 작품을 완성해도 그 작품을 좋아할 만한 팬들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이 여간 고단한 게 아닙니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도, 홍대 앞 거리에서 버스킹하며 청춘의 대부분을 보낸 인디 밴드도 창작과 유통이라는 거대한 두 가지 과제 속에서 소리 없이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후에 비로소 위대함을 인정받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나 이중섭처럼, 수많은 무명 음악가 중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굳이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엠넷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2>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우리는 김하온과 이병재를 보고 이 친구들이 여태까지 어디에 있었을까, 하며 탄성을 내지릅니다.

 

* <고등래퍼2> 파이널 무대 ⓒCJ E&M MUSIC Official

 

네이버와 페이스북을 거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접어든 2018년, 모든 아티스트에게 팬과의 소통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 팬은 어디에 있나?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은 예전부터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이에 따른 환경의 변화는 과거 둘 사이에 생각할 수 없었던 방식의 만남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46%인 34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시대*에 플랫폼의 힘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각각 22억 명, 15억 명, 8억 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그동안 (음악을 포함한) 상품의 교류를 제한했던 국경이라는 장벽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 관련 자료: Internet Users in the World (internetlivestats, 2016.7 기준)

** 관련 자료: Most popular social networks worldwide as of April 2018, ranked by number of active users (statista, 2018.4 기준)

 

자신이 만든 음악을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영상 및 음악 플랫폼, 혹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공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어떻게 히트곡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던졌던 과거의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뉴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어떻게 더 많이,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는가?

이제는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수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거대 플랫폼을 이용해 음반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도 데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뉴미디어를 얼마나 적극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이슈가 된 가수 닐로Nilo의 음원 마케팅 방식에 대한 논란*은 뉴미디어의 활용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사건입니다. 팬들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온라인 바이럴은 언제든 공정성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 관련 글: '닐로' 사태 팩트 체크 (가온차트, 2018.4.16)

지름길은 없다

SXSW Music 2018에서 가장 돋보인 기업은 유튜브입니다. 유튜브 음악 부문 대표인 라이어 코엔Lyor Cohen이 기조연설을 했고, CEO인 수전 보이치키Susan Wojcicki가 등장해 유튜브의 현재 고민과 향후 어떤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물들의 연설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규모 세션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매체들을 향해 인디 아티스트들이 보인 관심이었습니다.

 

미국의 컨퍼런스에서는 보통 각 세션이 끝나면 청중들이 가운데 설치된 스탠드형 마이크 뒤에 줄을 서서 질문할 차례를 기다립니다. SXSW Music 2018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고 작은 세션이 끝날 때마다 마이크 뒤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입장권 가격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션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음악가들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때 수많은 아티스트가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 같은 기존 메이저 음반사가 아닌 유튜브에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온라인 기반의 미디어가 아티스트 홍보, 그리고 팬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세션이 끝나고도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들 ⓒ배정민

인디 아티스트들이 던진 몇 가지 질문과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 아티스트 담당인 데이비드 라파포트David Rappaport의 답변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Q. 소셜미디어가 또 다른 장벽이 된 느낌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이 말로는 쉬워보이는데….

데이비드 라파포트(이하 생략): 물론 하루 사이 조회 수 5백만 회를 달성하려면 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음악판이라는 게 딱 들어맞는 공식이 없지 않나.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Q. 유튜브의 알고리즘 적용 원리가 궁금하다. 예를 들면 사운드에만 적용되고 댄스를 담은 영상 등에는 적용이 안 되는 건가?

기본적으로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행태 데이터' 그리고 '사용자 외 다른 사람들의 시청 행태에 관한 데이터'를 조합한 것이다. 따라서 잠재적 시청자 집단인 당신의 팬들이 언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파악해서 대응해야 한다. 꼭 유튜브만 쓰라는 말은 아니고, 타깃 팬층의 성격에 맞는 플랫폼을 찾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Q. 콘텐츠를 유튜브 주제 채널Topic Channel에 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고리즘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건 이해하는데… 결국 왕도는 없다.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를 매우 계획적으로, 꾸준히 올리는 방법 외에는.

어떻게 유명해질 수 있는가? 
잠재적 팬에게 어떻게
내 음악을 보여줄 것인가?
마이크를 잡은 아티스트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점은 결국 이 지점이었습니다. 어쩌면 객석을 메운 아티스트들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먼 훗날 <롤링 스톤Rolling Stone>과 인터뷰할 수도 있어요. 2018년 봄, 텍사스 오스틴의 어느 행사장에서 영화처럼 픽업되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고요."라고 세션 사회자가 반 농담으로 말했던 오프닝 멘트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데이비드를 포함해 세션에 참석한 패널들은 비법을 바라는 아티스트들에게 정공법으로 돌파할 것을 주문합니다. 가장 최적의 방법을 생각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 무엇이라도 시도하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이면서요. 데이비드는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그 시점이 비로소 당신의 진정한 시작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팬들과의 거리를 좁혀라

아델Adel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이 속한 세계적인 연예기획사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William Morriso Endeavor의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 슬론 로그Sloane Logue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데이터를 모으세요. 지금 당장!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200명밖에 없는 인디 아티스트라도, 지금 바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라."고 덧붙입니다. 아티스트가 음악만 잘 만들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죠. 슬론은 과연 어떤 데이터를 말한 걸까요?

 

슬론이 던진 아리송한 메시지에 관한 힌트는 인스타그램이 주도한 세션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개최한 단독 세션은 SXSW Music 2018 공식 웹사이트에서 참석자 선호도를 가리키는 'favorited by' 태그가 1천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과연 어떤 내용으로 이 열광적인 호응도를 얻었는지는 최종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음악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SXSW Music 2018]

 

SK텔레콤의 신사업 조직 유니콘 랩스Unicorn Labs에서 새로운 시대의 음악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세 명의 저자가 SXSW Music 2018의 핵심 인사이트,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는 음악 산업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배정민
배정민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경제학, 동양사학을, Duke MBA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전공했습니다. MBA 재학 중 워싱턴 D.C.에 위치한 사회적기업가 투자기관 Ashoka 본부에서 인턴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사회혁신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SK텔레콤에서는 주로 신규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교육플랫폼, 디바이스 사업에 이어 지금은 음악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그 철학의 연장선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Unicorn Labs에 합류, 사내혁신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안유정
안유정 프리랜서 편집자 및 번역가

현재 프리랜서 편집자 겸 영한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국제통상금융을 공부했습니다. 2017년 11월에 발행된 <I♥NY 독립서점> 리포트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