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 꼼꼼히 살펴보는 법
Editor's Comment
달릴 때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발이다. 달리는 순간, 발은 걸을 때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는다. 이때 받은 충격이 자칫 발 부상뿐만 아니라 발과 연계된 근육의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부상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내 발에 잘 맞는 신발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막연히 달리고 싶지만 어떻게 달려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안내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김형식 저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비로소 몸에 맞는 달리기 방법을 터득한 베테랑 러너입니다. 저자는 달리는 방법을 배우기 전 자신의 발을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첫 달리기를 위해'의 두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세요.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3월 27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Ben O'Sullivan
각자의 발 길이 외에도 발의 폭, 발의 아치(arch) 형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그러니 적어도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잘 맞는 신발을 찾기 위해 자신의 발을 한 번쯤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아스팔트 위를 달릴 때 발이 받는 충격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미즈노(Mizuno) 러닝화 웨이브 라이더(Wave Rider) 11 광고 ©Mizuno
브랜녹 디바이스(Brannock Device)는 발 길이와 폭까지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다. 요즘은 러닝 용품 전문점은 물론 러닝화를 판매하는 스포츠 브랜드 직영점 등에서도 이 장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의 발 길이와 폭을 측정해본 적이 없다면 브랜녹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는 매장에 들러 정확한 발 길이와 폭을 측정해 두면 좋다.
발 모양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내 발의 비밀을 알 수도 있다
인간의 몸은 양쪽이 대칭을 이루지만, 왼발과 오른발의 크기가 정확하게 같은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발 사이즈가 짝짝이라는 이야기다. 운동화 사이즈는 보통 5mm 단위로 나온다. 만약 자신의 양발에 5mm 이상의 사이즈 차이가 있다면, 러닝화 구매를 위해서 신발 교정사(pedorthist)가 있는 러닝 전문 매장(running specialty store)에서 상담받는 것이 좋다.*
* 러닝 전문 매장에 관해서는 최종 리포트 중 '5. 스포츠 브랜드도 달리기를 도와준다'에서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브랜녹 디바이스는 발 뒤꿈치의 끝을 밀착시켜 측정하는 장비로 러닝, 아웃도어, 사이클, 스케이트, 스키 등 발 측정이 필요한 스포츠 용품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한다. ©Brannock Device
뿐만 아니라 발바닥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뜻하는 아치도 모양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발에 오목한 부분이 거의 없는(low arch) 발을 평발, 반대로 오목한 부분이 너무 높은(high arch) 발을 오목발이라고 한다. 두 가지 발 모두 적당한 높이의 아치를 갖춘 발과 비교하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충격을 완화하거나 분산시키기 어렵다.
물론 일상생활에는 문제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발을 가진 사람이 달리기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족부질환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치의 종류는 아래 사진 한 장으로 알아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세 가지 유형의 아치 모형과 단면 그림 ©기능성 깔창 시다스(Sidas) 국내 공식 수입원 피제이튠
내 아치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웻 테스트(wet test)라는 자가진단법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예전에 일부 외국 서적들이 소개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갈색 종이봉투를 깔고 발바닥에 물을 묻혀서 족적을 찍으면 된다. 만약 규조토 발매트가 있다면 샤워를 마치고 더 편하게 해볼 수 있다.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규조토 발매트를 사용한 웻 테스트. 미드 아치의 발도장이다. ©김형식
웻 테스트 결과와 상관없이 하이힐을 신고 근무해야 하는 여성 직장인이라면 엄지발가락이 너무 심하게 바깥쪽으로 굽어져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이힐 등 발볼이 좁은 신발을 장시간 신어 발이 변형된 것을 무지외반증이라고 부른다. 무지외반증이 진행된 경우 달릴 때 지면을 박차야 하는 엄지발가락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운동보다 치료가 우선이다.
나는 어떻게 걷고 있나
달리기 동작은 걷기 동작의 연장선이다. 달리기 초보는 필연적으로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해야 한다. 잘 달리기에 앞서 잘 걸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먼저 일정 거리 이상을 걷기만 해도 발이나 측정 신체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생긴다면 달리기와 상관없이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이 통증을 참고 지내는 동안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올바른 자세로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긴 직선으로 된 지하철 환승 통로를 걸어갈 때면 다른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관찰하곤 한다. 과체중인 사람들은 한 발, 한 발이 약간 전측면으로 움직이며 V자로 걷는 경우가 있다.
여성 중에서는 남성보다 골반이 넓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리가 11자로 전진하지 않고 ( ) 형태로 휘어서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이 외에도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좌우 불균형이 너무 심해 팔이 흔들리는 정도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도 있다.
환승구간이 긴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촬영한 사람들의 걸음걸이 ©김형식
이런 걸음걸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지만, 걸음걸이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판별하기 쉬운 보도블록 등을 기준으로 10초 정도 동영상을 촬영해보면 된다. 동영상을 보고 직선으로 걷는지, 다리와 발은 물론 양쪽 팔의 흔들림까지 비교해보면 좋다.
만약 어색한 걸음걸이가 확연하거나 좌우 불균형이 심한 경우 족부클리닉을 운영하는 정형외과나 기능성 깔창을 제작하는 업체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달리는 순간 나의 발은
달릴 때 발은 몸무게 이상의 큰 충격을 받는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은 후 우리 발에는 이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발 뒷부분이 안쪽으로 기우는 회내(pronation)가 생긴다. 적당한 회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회내가 부족한 것은 저회내(underpronation), 회내가 지나친 것을 과회내(overpronation)라고 한다. 몸이 안쪽으로 꺾이는 정도에 따른 분류다. 아래 동영상에서 이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다.
* <What Is Normal Pronation> ©ShoesontheWeb
저회내나 과회내는 나쁘거나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갑자기 잘 달려보겠다고 수십 년 굳어온 발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따라서 발의 움직임에 따른 부상을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달리려면 자신의 회내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각자에게 적합한 러닝화를 골라 신어야 한다.
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야
최적의 러닝화를 선택할 수 있다
저회내는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뻣뻣하고(rigid) 단단한 발일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저회내인 사람은 충격 흡수에 도움이 되는 쿠셔닝 러닝화를 신는 것이 좋다. 반대로 과회내인 사람은 유연한(flexible) 발이 너무 몸 안쪽으로 꺾인다. 그래서 이런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줄 수 있는 모션-컨트롤 혹은 안정성 러닝화를 신는 것이 좋다. 회내 유형에 따라 어떤 러닝화가 적합한지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회내 유형 | 추천 러닝화 유형 |
회내(pronation) | 안정성(stability) (neutral cushioning) |
저회내 (underpronation) | 중립 쿠셔닝 (neutral cushioning) |
과회내 (overpronation) | 모션-컨트롤(motion-control) |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는 중립 쿠셔닝, 안정성, 레이싱 이상 세 종류의 러닝화를 출시한다. 간단하게 쿠셔닝화, 안정화, 레이싱화로 부르기도 한다.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중립 쿠셔닝 러닝화가 가장 보편적이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상생활용으로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한편 모션-컨트롤 러닝화는 아예 생산하지 않는 스포츠 브랜드도 있다. 자신의 발, 그리고 발에 맞는 러닝화 유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가 제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심한 과회내 주자의 발. 평지에 서 있어도 발목이 안쪽으로 많이 꺾인 듯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과회내를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고 동영상 촬영 후 분석해보아야 알 수 있다. ©러너스클럽 이대점
회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회내 개념은 친숙하지 않다. 따라서 자신의 회내 유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별도로 검사 및 분석을 받아야 한다. 발의 모양을 정확히 알아보는 컴퓨터 스캔 외에도 달리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발에 센서를 착용하고 달리는 등 검사와 분석이 가능한 러닝 전문 매장이나 각 스포츠 브랜드 직영 매장에 가는 편을 추천한다. (자세한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ㅡ
[당신의 첫 달리기를 위해]
육상 선수도, 코치 출신도 아닌 '러너' 김형식 저자가 초보 러너를 위해 씁니다. 저자는 '러닝화 한 켤레'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기보다 본인의 몸 상태가 달릴 만 한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베테랑 러너로부터 부상 없이 달리는 방법, 달리기를 도와줄 수 있는 도구의 효과적 사용 방법을 배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