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친구와 함께 상하이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혼자 다녀오던 곳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이가 있어 설렜습니다. 떠나기 전에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친구에게 이 글의 초고를 건넸습니다.

1984 북스토어에서 원고를 고치던 날 찍은 사진 ⓒ김송은

친구는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무얼 하고 싶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징안쓰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징안쓰는 여전히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처음 찾았을 때는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는데, 이번에는 한참을 서서 기도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제가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씩씩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요.

 

하루는 친구를 데리고 나가 상하이 언니들과 함께 훠궈를 먹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훠궈에 들어갈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한국어로 대화했는데 이제는 중국어로 대화합니다. 아직 저는 중국어가 서툴러 쩔쩔매긴 했지만요. 2년 전 출장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다시 보지 못할까 봐 슬퍼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만간 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내일 다시 볼 친구처럼 가볍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피스토 서점도 다시 찾았습니다. 가기 전에 서점에 전화했더니, 가족과 밖에 놀러 나왔다 들어가는 길이니 30분만 기다려달라고 하십니다. 예전에 왔던 저를 기억하시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사장님 부부와 아기까지 메피스토 가족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메피스토 서점 안을 환히 비추는 빛은 이 커다란 창으로 들어온다. ⓒ김송은

아기는 그새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는 엄마와 딸이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드렸는데, 이번에는 아빠 품에 안긴 딸을 찍어드렸습니다. 오래오래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