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도 액세서리 시장이 있다

Editor's Comment 

남들과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휴대폰 케이스나 키링 등의 액세서리에 따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듯이, 가구에도 그게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현재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경영 컨설턴트 김상찬 저자가 '스웨디시 스타트업 엿보기 - 스웨덴 생활에 녹아든 스타트업' 두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이케아와 상생하고 있는 가구 액세서리 브랜드, Superfront를 소개합니다.

리포트는 2018년 2월 20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휴대폰 케이스, 보호필름 등을 판매하는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자그마치 65조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4% 수준에 이르는 놀라운 규모이다. 글로벌 단위의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스마트폰 사업과 달리, 단순히 휴대폰을 '장식'하는 플라스틱 필름과 케이스를 판매하는 시장이 이 정도로 거대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스마트폰과는 전혀 상관없는 가구 업계에서도 액세서리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스웨덴의 스타트업 Superfront다.Superfront는
가구 제조 스타트업이지만,
완성된 가구를 팔지 않는다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한 Superfront 쇼룸 ⓒ김상찬

201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Superfront는 이케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상판, 옆판, 문, 문고리 등의 일부 가구 부품을 고급화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물론 모든 제품은 이케아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할 때 Superfront의 제품과 함께 조립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즉,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대리석 상판에 차별화된 색상의 앞문, 고급스러운 가죽 손잡이를 가진 맞춤형(customized) 이케아 서랍장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이탈리아 및 북유럽의 진짜 고급 브랜드 가구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우리 가구는 프라다를 입고 있는 이케아와 같습니다. 럭셔리 가구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가구보다 멋지고 품위 있는 가구를 고객에게 1/3,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제공합니다.

- 믹 본(Mick Born), Superfront 공동창업자

사진 속의 가구에서 보이는 개수대, 상판, 손잡이, 문, 다리는 모두 Superfront 제품이며, 내부 프레임과 선반, 뒤판 등은 이케아의 제품을 이용한다. ⓒ김상찬

가구 시장의 해커들

대형 공룡 가구사업자인 이케아의 제품을 '해킹'하는 업체를 '이케아 해커'라 부른다. 스웨덴에는 Superfront 외에도 소파 커버나 천 등에 특화하여 스스로를 이케아 해커로 자처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이케아는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를 대량 생산하여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하는 독보적인 세계 최대 가구업체이다. 이케아의 시그니처 제품들은 단일 모델만 한 해에 수천만 대 이상 팔린다. 고객들이 최초로 구매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부품을 추가 구매하여 직접 조립·조합하는 만큼, 많은 부품의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다. 문이나 다리가 제외된 최소한의 기본 모델도 팔고 있다. 즉, 이케아는 타 업체들이 자신만의 맞춤형(customized)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케아는 왜 자신들의 제품에
기생하는 해커들을 방치할까?

이러한 해커들의 등장은 이케아에게 손해일까? 이케아 부품 대신 해커들의 부품을 구매하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우려하여 소송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이케아는 이러한 기업들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이케아에 근무하는 지인들은 이케아 해커들이 다양하고 우수한 제품의 이케아를 더 다양하게 즐길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 의견을 주었다. 이케아가 중고가 럭셔리 가구 시장까지 고객을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셈이다. Superfront 역시 이케아의 해커 기업인 걸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케아를 기반으로 삼은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앞문의 기하학적 패턴과 파스텔 톤의 색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다양한 소품과의 배치로 색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Superfront

물론 이케아는 중고가 시장 확대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이(Hay), 톰 딕슨(Tom Dixon) 등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더욱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이케아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이케아의 이름으로는 부여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상호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Superfront 역시 지속해서 자재, 파트너십 구축 등에 힘써온 결과 유명 디자이너 제품들과 대등한 수준의 자재 퀄리티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했다. 이로써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이케아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Superfront는 어떻게 차별화했을까?

우수한 품질의 가죽과 금속을 사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가구에 개성이 부여될 것입니다. 일반적인 이케아 제품과는 다르게.

- 투베 그레이츠(Tove Greitz), Superfront 스톡홀름 쇼룸 매니저

1. 사업 초기부터 합리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에 집중

앞서 언급했듯이 스웨덴에 이케아 해커가 Superfront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유사 시장에 집중하는 소규모 저가 업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로 글로벌 시장까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가구 액세서리 업체는 아직까지 Superfront가 유일하다.

Superfront 매장에서 만난 사이드보드 제품. 금속 재질의 세련된 다리와 손잡이, 라임스톤 재질의 상판이 이케아 가구에 차별성을 더해준다. Ⓒ김상찬

Superfront는 타 고가 가구 브랜드처럼 고급 인테리어 잡지 및 유명 블로그 등에 자사의 상품을 노출하며 브랜드를 차별화했다. 타사가 이케아와 유사한 등급에서 선택의 폭을 약간 넓혀주는 데 그쳤다면, Superfront는 클라스 에른플로(Klas Ernflo) 등 스웨덴의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출시하며 경쟁사보다 한 단계 높은 급임을 분명히 했다.
 

* 클라스 에른플로와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Superfront의 사이드보드 제품인 데리리움(Delirium). 독특한 패턴과 더욱 세련된 색상으로 이케아 가구의 가치를 더해준다. ⓒSuperfront

 

이를 통하여 잠깐 쓰고 버리는 트렌디한 일회용 가구 이미지의 이케아에, 시간이 지나도 지속해서 세련된 멋을 보여주는 가구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성공했다. Superfront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모던 타임리스(modern timeless)'의 가치가 이케아의 이미지 변신을 통해 잘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2. 인테리어 업체와의 제휴

스웨덴의 집 구매자는 대부분 Hemnet이란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오는 집 판매 정보에 의존해서 집을 산다. 보통 구매자는 실구매 전에 약 수십~백여 개 후보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둘러본다. 그 때문에 집 판매자는 최대한 좋은 가격에 집을 팔기 위해 고액을 들여서라도 인테리어에 투자할 이유가 생긴다. 인테리어에 수백만 원을 들여서라도 집을 수천만 원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지역·평형·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 가격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쌍방 간 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구매자가 사고 싶게끔 집을 꾸미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집 판매 전 홍보사진 촬영 및 쇼잉(Showing) 행사를 위해 단기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며주거나 대여해주는 업체들이 많다.

 

Superfront도 이러한 인테리어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중고가 주택거래 사이트 사진에 자사 브랜드 제품이 등장하도록 하였다. 아마 집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Superfront 제품으로 멋지게 꾸며진 집 사진을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3. 탁월한 온라인 인터페이스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Superfront의 웹사이트는 다른 어떠한 경쟁사보다 직관적이고 우수하다. DIY로 이케아 제품과 함께 조립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구매가 복잡한 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이유로 젊은 층에게는 '합리적 프리미엄'이라는 컨셉으로 작동한다. 좋은 퀄리티지만 이케아 제품과 함께 직접 조립하여 최대한 좋은 가격에 구매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구매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면 소비자의 거부감도 올라갈 것이기에, Superfront는 최대한 직관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제품을 구성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면 필요한 부품들이 제시되고, 고객은 원하는 색상과 무늬 등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홈페이지가 스웨덴어 중심으로 되어있지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인지 영어만을 구사하는 나도 제품 구성 및 주문을 할 수 있는 정도다.

Superfront의 제품 선택 및 결제 페이지. 이케아 가구와 같이 조립해야 해서 구매 복잡성이 높을 수 있으나, 원하는 제품별로 구매가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Superfront

Superfront의 모든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나, 스톡홀름 중심가에 플래그십 오프라인 쇼룸을 두어 구매 전 제품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게끔 전시하고 있다. 내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리석 상판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지 문의하니 직원이 대리석 공급업체의 공장을 직접 연결해주었고, 또 수백 가지 대리석 종류 중 온전히 내가 원하는 자재를 찾도록 지원해주었다.

 

보통의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 대비 서비스 수준이 낮은 곳이 대부분인데 Superfront의 쇼룸은 이례적으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케아의 각종 가구 제품에 교체 및 추가 장착 가능한 leg 부품들 예시 ⓒ김상찬

가구 액세서리 비즈니스, 한국에서는?

이케아는 한국에서 2018년 1월 기준, 매장 2곳을 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6곳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규격화된 가구 제품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액세서리 업체에게도 기회가 늘어날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과 일본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아시아 시장에서 가구 액세서리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구 액세서리 시장의 진입 장벽은 어떠할까?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할 것인가? 적어도 스마트폰 액세서리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보인다. 구매 패턴이나 이용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은 가구 구입 시 스마트폰 케이스보다는 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신뢰성·안정성이 높은 브랜드를 신중히 선택할 것이다. 즉, 저가의 짝퉁 가구 부품 업체가 아닌 고급 가구 액세서리 업체로서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해 놓으면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Superfront가 이미 스웨덴 시장에서 증명했다.

 

Superfront는 우수한 디자인과 고급 브랜드 전략, 우수한 온라인 서비스 체계 등을 구축하여 스웨덴 및 일부 유럽시장에서 차별적 지위를 확보했다. 유사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곧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층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이렇게 규격화된 제품의 액세서리 시장이 스마트폰이나 이케아 가구에만 존재할까? 아마도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국내에서도 침대 가구 시장은 소수 메이저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형태며, 브랜드 사무용 가구 시장의 50% 이상은 퍼시스 단일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삼성, LG, 신세계 등 소수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이라면 규격제품의 액세서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신규 시장 개척은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인구는 스웨덴의 5배가 넘으며, 중국·일본 등 인접 시장 규모도 큰 편이다. 규격 제품의 액세서리 시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Superfront를 통해 바라본 스웨덴인

필요한 부품만
우수한 퀄리티로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방식은
스웨덴인의 니즈와 꼭 닿아있다

스웨덴인은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이 인테리어에 쏟는 시간과 열정에 놀랄 때가 많다. 페인팅, 수도, 조명 등 크고 작은 집안 수리에 들이는 시간을 보자면 그 긴 휴가를 다 집수리하는 데 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이렇게 정성 들여 꾸민 집에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긴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집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에, 인테리어에서 집주인의 개성이 묻어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인은 조명과 가구에 그토록 집착한다.

 

또한, 스웨덴인은 자신이 비싼 브랜드로 과시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겸손과 절제를 중시하고,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천박한 것으로 여긴다. 화려한 브랜드보다 좋은 품질의 소재와 시간을 통해 축적되는 경험과 전통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는 좋은 취향을 가진 모든 이가 돈 걱정 없이 훌륭한 인테리어를 즐기길 바란다. 우리 제품에도 이러한 스웨덴의 '민주적 철학(democratic philosophy)'이 녹아 있다.

- 산더 아르츠(Sander Aarts), Superfront 공동창업자

Superfront가 스웨덴에서 등장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들의 철학이 인테리어를 사랑하고, 화려한 브랜드보다 합리적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스웨덴인의 기질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Superfront는 현재 유럽 시장을 넘어 더 큰 시장으로 뻗어 나갈 야심을 세우고 있다. 모두가 돈 걱정 없이 훌륭한 인테리어를 즐기게 하는 Superfront의 민주 정신이, 스웨덴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까지도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스웨디시 스타트업 엿보기 - 스웨덴 생활에 녹아든 스타트업]

 

스웨덴의 스타트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현재 스웨덴에 거주 중인 김상찬 저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겪은 스웨덴 스타트업들의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PUBLY 독자들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