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회합, 다보스 포럼
Editor's Comment
다보스 포럼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인터랙티브하고 토론 강도가 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2016년에 등장한 '4차 산업혁명'처럼 다보스 포럼의 대주제가 세계적인 키워드가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인사이드 다보스 2018'의 두 번째 미리보기 글에서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전문이 담긴 리포트는 2018년 2월 13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World Economic Forum/Jakob Polacsek
다포스 포럼 참석자의 평균 나이는 남성 52세, 여성 49세다. 정년 없는 기업 오너나 회장단들까지 대거 참가하니 체감으론 평균 50대 후반도 훌쩍 넘는다. 다보스 포럼을 창립하고 여전히 행사장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클라우스 슈밥의 나이는? 놀랍게도 올해 여든이 됐다.
다보스 포럼 공식 행사에서 재킷을 벗고 무대에 오르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Remy Steinegger
드레스 코드는 '비즈니스 캐주얼'. '캐주얼'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전반적으로 상당히 포멀하다. 각국 정상들은 물론, 비즈니스 리더들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각 잡힌 옷차림을 보면 괜히 더 차려입게 된다. 갈라 디너 등 공식적인 전체 행사는 당연히 예외 없이 블랙 타이에 드레스다. 게다가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는 추운 동네다. 참가자 대부분이 지긋한 연세에 날씨마저 추우니 옷차림도 무겁다. 대부분 짙은 색상의 정장에 모직 코트, 고급스러운 스카프나 넥타이를 맸다. 다보스 포럼이 외부에 내보내는 공식 이미지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정제된 느낌이다.
'어르신들의 회합'
다보스 포럼의 상징적인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니 보기에 그다지 젊거나 '쿨' 하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블록체인, 증강현실 등 아무리 혁신적인 주제를 이야기해도 연신 무거운 분위기다. 물론 세계 주요 현안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맞다. 다행이라면 현장의 열기가 그 무거운 분위기를 이길 만큼 뜨겁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붐 일으킨 키워드 메이커
새로운 지식의 경연장이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리더들이 격돌하는 토론장. 다보스 포럼은 그 자체로 세계화의 단면이다. 각국의 상황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반복하는 생산적인 의견 불일치의 과정에 한 순간도 한눈팔 틈이 없다. 마치 'Debate or Die(토론하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잔뜩 모아 놓은 것처럼, 다보스 포럼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인터랙티브하고 토론 강도가 세다.
인더스트리 1.0에서 인더스트리 4.0까지 ©Greg Cline/Aberdeen Essentials
그러다 보니 다보스 포럼의 대주제는 세계적인 키워드가 되곤 한다. 2016년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인더스트리 4.0' 등의 이름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독일 및 유럽을 중심으로 태동한 개념이었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고도화된 제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전략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고, 범국가적 실행을 위해 다양한 워킹 그룹을 구성했다. 대표적인 실행 케이스 또한 이미 SAP 등 기업 솔루션 전문 IT 기업을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된 상태였다.
이런 배경에서 4차 산업혁명이 2016년 다보스 포럼의 핵심 주제로 등장한 셈이다.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기존 논의에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에 살을 붙이고, 양극화와 불균형 극복이라는 도전적인 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되, 너무 멀지 않은 2025년을 티핑 포인트로 정해 기술 진보를 논하고 국가와 기업들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2018년 다보스 포럼 주제,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공유되는 미래 만들기 ©Greg Cline/Aberdeen Essentials
이어 2017년에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을 다뤘고, 이번 2018년 포럼은 '파편화한 세계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미래의 창조(Creating a Shared Future in a Fractured World)'를 주제로 삼는다. 4차 산업혁명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려 새 시대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글로벌 어젠다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론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다보스 포럼 특유의 문제 해결 방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다. 다보스 포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책입안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을 기술 진보는 물론 기존 시장의 질서와 틀을 완전히 뛰어넘는 파격적인 기업가 정신에서 찾는다. 그런데 막상 진보와 혁신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와 전 세계 주요 혁신 클러스터의 창업가들은 다보스 포럼에 강한 이질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발 빠른 실행을 중시하는 창업가들에게 다보스 포럼이 제시하는 거시적인 주제들이 분명 도움이 될 텐데도 말이다.
그들이 참석을 고사하는 이유
일각에서는 창업가들이 다보스 포럼 참석을 꺼리는 이유로 행사의 형식과 비용 문제를 든다. 초대를 받지 못하면 참석할 수 없는 배타적인 행사의 성격, 6천만 원을 호가하는 공식 참가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행사에서 경쟁적으로 초청하려고 애쓰고, 수조 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축적한 창업가들이 과연 그 이유들로 참석을 꺼릴까. 분명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템포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 같은 창업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소 부침이 있으나 인적 네트워크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현대판 마이더스의 손을 자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처럼 이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해서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와 최대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 마켓을 사들이며 발 빠르게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는 창업가는 어떤 면에서 다보스 포럼의 성격과 매우 잘 맞는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다보스 포럼에 매년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인 데 비하면 코빼기도 볼 수 없다. 속칭 '억만장자 클럽'이라 불리는 앨런&컴퍼니의 선밸리 컨퍼런스*에는 종종 참석하면서도 말이다.
* 매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재계 비즈니스 회의. 공식 명칭은 '앨런 앤(&) 코 미디어 컨퍼런스'다.
추측컨대 이미 너무 바쁜 성공한 창업가들이 우선순위를 두기에는 다보스 포럼에서 다뤄지는 주제가 너무 고차원적이기도 하고, 행사 분위기가 너무 고루하며 지나치게 격식을 따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에서 만나야 하는 소위 '높으신 양반들'을 자신들의 과업에 직접 연결하는 부분도 어려울 수 있다. 생각해보라.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한 옷차림으로 앉아 자유분방하게 생각하고 의견을 던지며 일단 행동에 옮기는 문제 해결 방식에 익숙한 창업가에게 다보스 포럼이 갖는 무게감은 너무 과중하지 않을까.
4일 남짓의 행사 기간은 많은 주제에 대해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엔 짧은 시간이다. 대담자나 패널 토론자로 나서는 학자나 저널리스트, 정책 입안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모든 것을 실행 중심으로 살아가는 창업가들이 겪고 듣는 현장의 소리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 창업 기업가들이 짐짓 공상가들처럼 보여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 않던가. (이후 내용은 본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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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다보스 2018]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파편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함께 공유되는 미래'라는 주제로 탈국가이기주의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토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공유 미래와 경제입니다. 현장에서 흐름과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포럼에서 진정 얻어가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기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