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떠올리는 러쉬의 이미지
Editor's Comment
'러쉬'하면 흔히 색색깔의 비누를 떠올립니다. 물론 러쉬가 비누로 유명한 회사는 맞지만, 한 가지 제품으로 단언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색깔과 강렬한 향을 지닌 러쉬 제품에서부터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까지, 러쉬의 비밀을 한주희 저자의 'MY LUSH LIFE - 이상한 회사의 앨리스' 리포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월 16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허니/LUSH
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한 입욕제, 100m 밖에서도 코를 자극하는 강렬한 향,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단체) 버금가는 환경, 인권, 동물 보호 캠페인, 에너지 넘치는 매장 직원들. 러쉬를 설명하는 이미지 스펙트럼은 참 넓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비누 파는 회사요?"라는 반응에 욱한 적도 있습니다. 러쉬는 샴푸와 헤어뿐만 아니라 스킨케어와 메이크업까지 갖춘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질문에도 "네, 맞습니다. 비누 만드는 영국 화장품 회사입니다."하고 환하게 웃으며 답합니다. 비누라는 것이 손을 깨끗하게 만들어 온갖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고마운 물건이니까요. 그리고 선물해보니 모두 비누를 좋아하더군요. 동시에 매혹적인 색과 향까지 동시에 안겨드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우울한 회색 도시에서 가끔은 다양한 색깔과 향기의 비누로 기분 전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양한 향과 색을 지닌 비누의 세계
종종 러쉬 비누의 색과 향이 너무 강하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쉬의 비누에는 식용색소가 사용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색소의 종류와 함유량은 EU 기준을 따릅니다. 다만,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수입이 어려운 경우에만 영국 본사에 별도 요청해 국내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 기자가 "천연인데 색상이 왜 이렇게 진하냐."고 질문한 적 있습니다. 여기에 영국 본사의 제품 개발자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자연에서 온 색이기 때문에 강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과일과 채소만 봐도 그 선명한 색에 놀랄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러쉬의 배쓰밤 ©허니/LUSH
한 번은 매장에서 제품의 색깔이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러쉬의 공동창립자 로웨나 버드(Rowena Bird)의 대답이 흥미롭습니다.과일은 계절 혹은 지역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러쉬의 제품은 신선한 과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색깔도 자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러쉬 향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코엑스 같은 쇼핑몰에서 저 멀리서도 러쉬 고유의 향을 맡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영국 공장과 전 세계 930여 개의 매장 직원 중 향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고 말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특히 향에 민감합니다. 한 바자회에서 향수를 판매할 때,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였을 정도입니다. 종종 지나가는 사람의 향수를 알아맞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개 코'인 제가 러쉬의 매장이나 사무실에서 수많은 제품도 함께 숨 쉴 때도 머리가 지끈거린 경험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러쉬의 향 덕분에 집과 사무실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러쉬 제품에 대한 남다른 사랑
섹스밤, 대디오, 루츠, 슈렉팩.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기억에 박힌 러쉬의 대표 주자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품으로 러쉬를 기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품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죠. 러쉬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깁니다. '오늘 아침에 사용한 샴푸는 무엇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러쉬 제품만 사용한다,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영국 본사의 브랜드 교육(Brand Immersion)에서 참가자들이 자기소개할 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을 함께 말할 정도입니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대형 광고가 없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품의 특장점이나 탄생 비화, 이름, 그리고 성분에 대해서 열렬히 어필합니다. 그래서 '러쉬 월드'에서 근속연수가 길수록 그 내공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러쉬라는 브랜드와 가끔 단종으로 쓸쓸히 사라지기도 하는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들었을 테니까요.
윤리적 소비를 장려하는 착한 기업
최근 윤리적인 소비가 떠오르면서, 러쉬가 진행하는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매장을 방문할 때 깨끗하게 씻은 블랙 팟(Black Pot) 5개를 프레쉬 마스크 팩으로 교환하거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 LGBT 캠페인, 고 네이키드(Go Naked) 등에 관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고객도 늘어났습니다.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전액을 기부하는 '채리티 팟(Charity Pot)'만 구매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2017년 열린 퀴어 퍼레이드 ©베어/LUSH
러쉬는 인권, 동물, 환경 NPO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입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 공헌 부서에서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장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러쉬는 모든 임직원이 우리가 꿈꾸는 '조화로운 세상'에 대해 외칩니다. 아마 앞으로 윤리적 소비 의식이 강해질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본 리포트의 7번째 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회사에서 하는 일'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겠습니다.우리는 믿습니다.
스콜레 프로젝트로 만난 브랜드 전문잡지 <유니타스 브랜드(Unitas BRAND)>의 권민 편집장이 물었습니다.
한국에 러쉬와 같은 브랜드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니요, 현실적으로 힘들 겁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인터뷰 당시에는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러쉬가 믿는 가치 때문입니다. 러쉬코리아에 입사 후,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We believe라는 기독교의 사도신경과 같은 신념이었습니다. 신선하고 안전한 원재료, 최소한의 포장과 보존제, 실수도 용서하는 자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동물실험 반대, 행복한 사람에 의한 제조, 올바른 가치, 고객 중심, 거주 이전의 자유.
러쉬의 가치를 드러내는 We Believe 신념 ©한주희/LUSH
화장품 회사의 모토라 하기에 너무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처음에는 멍했습니다. 종교색이 물씬 풍기는 이 브랜드에 내가 충분히 젖어들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든 후에야 그에 맞게 스토리를 짜 맞추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한다면, 러쉬의 일관된 믿음은 자랑할 만합니다. 이제는 매장 한 편에 쓰여 있는 문구들을 되새겨 읽을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제조자의 얼굴 스티커를
제품 라벨에 붙임으로써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두 번째 이유는 러쉬 브랜드를 사랑하는 전 세계 러쉬 피플의 어마어마한 에너지 때문입니다. 제품이든, 캠페인이든, 함께 일하는 사람이든, 러쉬의 해피피플* 모두가 러쉬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솔직히 그 애정에 미치지 못하거나 차가운 가슴을 가진 저에겐 종종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열광할 때 시큰둥했던 적도 있고 무한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이 신비로운 열정에 대해서는 본 리포트의 5번째 글 '브랜드 파워를 이끄는 건 사람', 6번째 글 '당신은 왜 러쉬를 사랑하는가'에서 깊게 파헤쳐볼까 합니다.
* 러쉬는 임직원을 '해피피플'이라고 부른다.
마이 러쉬 라이프
러쉬코리아에 입사한 후,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겼나요?", "기자를 그만두고 브랜드로 커리어 전향했는데,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무언가 함께 하고 싶은데 협업이 가능한가요?" 그만큼 러쉬 브랜드와 회사에서의 삶이 궁금한가 봅니다. 물론 이 특이한 브랜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답변도 달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서 제가 커리어 변신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행복해 보인다.", "즐거운 것 같다.", "궁합이 잘 맞는 브랜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을 돌아보면, 그 어떤 브랜드보다 공부할 것도, 사람과 부대끼는 일도, 변화무쌍한 일도 많았습니다. 러쉬라는 작지만, 종교적인, 가족 같은, 사람이 중요한, 특이한 회사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최종 리포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롭지만 구속되는 삶을 살고 있고, 내향적이면서도 외향적입니다. 무한 긍정 에너지를 장착하고 있지만, 냉소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이 양면을 보는 관점을 러쉬 라이프에도 적용하려 합니다. 단순히 한 브랜드를 찬양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저의 눈으로 바라본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겠습니다.
p.s. 러쉬코리아 임직원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이를 살려, 이 글에 나오는 인터뷰 대상은 모두 닉네임으로 표기할 것입니다. 제품명에서 따온 닉네임은 수평적인 관계와 관계 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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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USH LIFE-이상한 회사의 앨리스]
경직된 기업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LUSH의 사례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시스템보다 '사람'을 외치는 LUSH의 행보가 독특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LUSH에서 일하고 있는 한주희 저자의 경험을 통해, 아주 특별한 기업 문화를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