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둘러보기

Editor's Comment

매년 가을, 런던에서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이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디자이너, 아티스트, 기관 단체가 참여해 최신의 디자인 트렌드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입니다. 삼성전자에서 프리미엄 가전을 디자인했던 김병수 저자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영감을 주는 모든 디자인 -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17'의 첫 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리포트는 
2017년 12월 19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매년 수천 명의 디자이너, 관계자, 기업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런던시에서도 전폭적으로 후원하기에 도시 전체에서 디자인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시가 실물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래픽과 필름에 관련된 전시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관해 이야기할 때 파리 메종 오브제(MAISON & OBJET)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파리 메종 오브제가 주로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전시라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고가의 예술 작품과 가구 디자인부터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품들까지 범위가 더 넓습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만한 전시가 많습니다.

100% 디자인 전시가 열린 올림피아 런던(Olympia London) ©김병수

저는 이번에 제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 재규어 (JAGUAR) 디자인팀 등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이 모인 디자인 프런티어(Design Frontiers), 런던의 핫플레이스 브릭 레인에서 열린 런던 디자인 페어(London Design Fair),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100% 디자인(100% Design) 그리고 소규모 스튜디오들의 전시가 인상적인 디자인정션(designjunction)을 다녀왔습니다.

디자인 영감을 얻기 위한 다섯 가지의 관점

같은 것을 보아도 해석하는 시각은 천차만별입니다. 몇 년 전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디자인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함께 참석한 어떤 이들은 멘디니의 조형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다채로운 색감 표현에서 인사이트를 받았다며 흡족해했습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 수집은 중요합니다. 특히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영감(Inspiration)을 정리하는 것은 독창적 디자인을 위한 선행조건이지요. 사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 혹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관심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입니다. 주로 3D로 된 제품을 디자인합니다. 그렇다 보니 저의 관심 영역은 일상생활 소품, 가구, 조명 등 구체적인 형상을 갖춘 제품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활용된 소재를 이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한 제 경험과 관심을 기반으로 다섯 가지 관점을 설정하고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탐험하였습니다. 

 

첫째,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을 찾았습니다. 제품 디자인에서 소재의 선택은 조형, 색감, 그리고 감성 등 제품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읽었던 책 「0.1밀리미터의 혁신」에서 소재와 관련된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발뮤다의 그린팬(Greenfan) 사례였습니다.

 

그린팬은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합니다. 플라스틱 소재의 두께가 얇으면 차갑게 느껴지고 두꺼우면 사용자가 손으로 만질 때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발뮤다는 고객이 플라스틱을 만졌을 때 차가움이 느껴지면 해당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제품의 일부분을 7mm의 두께로 가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뮤다의 사례처럼 소재는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성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소재 중에서도 재활용된 소재를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제품들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둘째, 유니크한 조형을 가진 제품을 찾아다녔습니다. 형상은 제품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품은 상업적인 측면에 있어서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외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공감대를 잃지 않으면서도 독창성을 지닌 제품도 존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마스터스 체어(The Masters chair) 사례를 들어볼까 합니다. 이 작품은 대중의 공감대를 얻으면서도 고유한 조형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마스터스 체어는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Series7', 유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Tulip Armchair', 그리고 찰스 임스(Charles Eames)의 'Eiffel Chair' 등 세 종류의 의자가 지닌 형상을 중첩하여 만들었으며, 중첩된 부분은 라인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가구 디자인계의 거장인 세 사람의 작품을 하나로 합치니 마스터 체어만의 독특한 조형이 탄생하였습니다. 이처럼 감각적으로 개성을 드러낸 조형을 찾습니다.*
* 관련 글: '거장을 향한 오마주 마스터스 체어' (까사리빙, 2017.3)

 

셋째, 친환경적 가치를 지닌 제품에 집중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업사클링 디자인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이란 넓은 의미로 버려지거나 낡은 소재 또는 제품을 재활용하여 그것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사회적 기업이 많은 런던은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많이 있습니다. 지그재그로 이루어진 독특한 다리 모양으로 핀터레스트와 같은 온라인 이미지 사이트에서 널리 알려진 &New 디자인 스튜디오 역시 가구 디자인에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하였습니다.

&New 디자인 스튜디오 전시 ©김병수

처음엔 나무인 줄 알고 어떤 소재를 썼냐고 물어봤더니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디자인에 친환경적인 가치를 더한 제품이라면 만드는 이들도 뿌듯하고 소비자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한 제품을 찾았습니다. 같은 문제라도 누군가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방면, 누군가는 낮은 비용과 최대한 짧은 프로세스를 통해 해결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휴지를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누군가는 센서를 달아 휴지를 많이 쓰면 알람이 울리는 기계를 고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RE-DESIGN-The Daily Products of the 21st Century」 에서 소개된 반 시게루(Shigeru Ban)의 디자인처럼 휴지 걸이 안쪽을 사각형으로 만든다면, 휴지를 돌리는 데 사각형의 끝부분에 걸려 사용자가 휴지를 쭉 잡아당기기 불편합니다. 의도적 불편함을 통해 휴지를 절약하게 되는 기치 있는 발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떠나 감탄사가 나오는 멋진 디자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보는 즉시 감탄이 나옵니다. 2015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중 디자인 센터 첼시 하버(Design Centre Chelsea Harbor)에 전시된 영국 디자이너 나탈리아 히긴스(Natalia Higgins)의 설치 미술품이 그 예입니다.

 

마노석의 절단면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의 컨셉은 자연과 기술의 조화입니다. 얇은 아크릴의 모서리를 수작업을 통해 금색으로 덧입히고, 아크릴 표면에 특수 프린팅 했다고 합니다. 자연을 표현하는 데 있어 기술을 이용한 셈이지요.

©Natalia Design

마치 바닷속 깊은 해저면이 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행성의 표면 같기도 하고요. 이처럼 심미적으로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이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찾아다녔습니다. 

 

위에 소개한 다섯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수집한 아이디어, 그 외에도 저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아이디어를 줄 만한 모든 것들을 함께 정리한 콘텐츠를 만들려 합니다.

 

영감을 위한, 영감에 의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17 탐방기를 시작합니다.

 

[영감을 주는 모든 디자인 -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17]

 

삼성전자에서 프리미엄 가전을 디자인했던 김병수 저자가 '소재(material)' 관점에서 관찰한 여러 프로젝트와 전시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려 합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프로젝트, 최신 해외 디자인 작업 트렌드를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