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김철범 저자가 2017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현지에서 디지털 미디어 및 출판 컨설턴트 리처드 내시(Richard Nash)와 진행한 인터뷰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본 인터뷰의 전문을 포함한, 글로벌 출판 현장에서 일하는 13인의 인터뷰는 '2017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리포트는 12월 14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Updated(2017.11.8): 본 글에 있던 '자비출판'이란 단어를 '자가출판(self-publishing)'으로 정정하였습니다.
* 상단 이미지 ©Eduardo Balderas
(김철범, 이하 생략) Q. 본인과 회사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리처드 내시, 이하 생략): 현재 '커서(Cursor)'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리처드 내시(Richard Nash)입니다. 우리가 타이핑을 할 때 화면에서 깜박이는 그 커서입니다. 커서는 북미에 사무실이 있고 영국, 호주, 캐나다의 최고 영미권 독립 출판사들과 일하고 있어요. 북미에서는 일 년에 약 80권의 책을 출판하는 다섯 출판사들과 책의 출간 및 마케팅 관련 대부분의 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원고를 구입해서 그것을 편집, 디자인, 생산하고 마케팅 및 홍보를 진행합니다. 북미 지역에서 출판을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Q. 당신이 생각하는 출판 업계의 올해 이슈와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미국 출판 시장에서의 주요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출판 시장은 거의 두 개의 흐름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대형 출판회사들은 블록버스터 도서에 집중하고 있지요. 미국의 빅 5 출판사는 영화로 각색될 수 있는 장편 시리즈 도서 또는 전 미국 대통령이나 1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있는 사람들이 쓰는 책, 즉 '이미 플랫폼을 확보한 책'의 출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큰 출판사들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열을 쏟으며 점점 더 적은 종수의 책을 출간하고 있어요. 그 외 시장은 분야별 전문가들, 니치(niche)한 문학 소설, 시, 건강, 심리학 등의 전문 출판사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큰 출판사들이 모든 분야의 책을 조금씩 출판했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눈에 띌 만큼 블록버스터 도서 출판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영화 산업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텐트폴 프랜차이즈(tent-pole franchise)*라고 합니다. 그 사례 중 하나인 영화 <헝거 게임(Hunger Game)>은 애초에 제작할 때, 1편부터 4편까지 제작을 합니다. 출판산업 역시 이러한 텐트폴 프랜차이즈를 찾고 있습니다.
* 텐트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텐트폴처럼 성공확률이 높고 흥행이 확실해서 다른 영화로 인한 손실까지 채워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출판사들이 문학 소설 출간 및 문학 번역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올해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최종 후보작을 본다면 4개 카테고리 내 절반 이상이 독립출판사(independent publisher)들이 만든 책들일 겁니다.
Q. 디지털 출판산업은 어떤가요?
디지털 출판산업의 경우, 아마존과 같이 큰 회사에 대해 말하지 않고서는 이 시장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도 해당되고요. 지구 상의 비즈니스 대부분이 구글이나 그와 유사한 중국 회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을 통해야 하고, 아마존의 출판사업 부문은 이미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자책 부문에서 아마존은 명실상부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요. 아마존은 현재 전자책 시장의 최대 75~80%, 그리고 종이책 시장에서는 45% 가량의 점유율을 갖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독과점에 거의 가까운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앞서 말한 것처럼 '가장 큰 출판사들은 대작 출판'에 열을 올리고 있고 더 세분화된 시장의 작품과 문학 도서의 경우, 중소 출판사들이 생존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을 판매하지만
'작가의 성공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진 않습니다
만약 이미 성공한 작가의 책이라면, 당신은 당연히 그 사람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독립서점 네트워크와 함께 일하는 '독립출판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는 없습니다.
소규모 매체와 독립서점들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테이스트메이커(tastemaker, 유행을 만드는 사람)와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 등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소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네트워크 속에서 흐름을 잘 타면, 6개월 안에 50,000권을 팔기도 합니다. 이런 결과를 항상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마존이 이러한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당신이 이미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판매합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제는 독립출판 네트워크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Q. 셀프 퍼블리싱(self-publishing, 자가출판)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가출판의 경우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책들이 발행되기도 하고요, 어떤 출판사는 이러한 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자가출판이 기존 출판사에 실제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돈을 들여서 책을 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는 기존 출판사들에 출간 의뢰를 해봤지만 거절을 당해서 자기 돈을 들여 책을 내기로 결정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전형적으로 만약 어떤 책이 정말로 성공적이었다면 출판사들은 그 책의 작가를 바로 찾아낼 겁니다. 작가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맨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어떤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가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맨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한두 번, 두 가지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후에는 사업을 운영하는 데 완전히 지칠 겁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자가출판 작가들의 경우, 대다수가 기존 전통적인 출판사들과 결국에는 함께 일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전자책의 판매 권한을 출판사에 양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작가들은 계속해서 아마존을 통해 전자책을 직접 판매할 것이고요. 그들은 독자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며, 출판사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들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독자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시간을 들이는 일이 그들을 지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왜냐하면 독자를 관리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출판사에 있기 때문이죠.
미국 야구는 메이저리그, A리그, AA리그, AAA리그로 구성된 팜 리그(farm league)로 구성되어 있어요. 에이전트와 스카우터는 젊은 선수를 어느 리그에 발탁할지, 그리고 이 선수가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더 큰 리그에서 활동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봅니다. 저는 자가출판이 미국 야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자가출판 작가는 일종의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 자유계약 선수)와 비슷합니다. (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