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북스, 모든 책의 얼굴을 보여주다

Editor's Comment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서점을 갖춘 아마존은 왜 갑자기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었을까요? 다음은 'I♥NY 독립서점 - 그들이 살아가는 법' 리포트에서 다루는 23개의 서점 중 3곳의 이야기를 일부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먼저 아마존 북스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1월 16일(목)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2015년 11월, 아마존은 시애틀에 첫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습니다. 2016년에는 샌디에이고와 포틀랜드에 2개의 서점을 연달아 열었고, 2017년 9월까지 8개의 서점을 신규 런칭했습니다. 아마존이 미 전역에 오프라인 서점을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 했던 로이터 통신의 보도대로,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최근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Wholefood)를 인수한 아마존의 행보를 보면, 2015년 아마존 북스(Amazon Books)의 첫 오프라인 서점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유통시장 진출을 예고하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중략)

 

아마존 북스의 모든 책은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됩니다. 책장에 일렬로 꽂아놓으면 훨씬 더 많은 책을 구비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걸까요? 책 하나하나에 똑같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책의 가치가 최상이 아닐 경우 과감히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독립서점들처럼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여기서 말하는 질은 독립서점이 생각하는 '책의 질'보다는 인기도에 치중된 것 같아 보이기는 합니다).

도서 리뷰 사이트 굿리즈(Goodreads)의 독자 평점, 사전 예약, 판매량, 인기도에 기반을 두고 고른 신간 소설들 ⓒ안유정

한국 출판계에서도 대형서점의 평대에 표지가 보이게 진열되었던 책이 서가에 꽂히게 되면 수명이 거의 끝났다고 봅니다. 추후 팔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사실상 크지 않습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는 않겠죠. 조금 심하게 말하면 대형서점의 책꽂이에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은 언제 팔릴지 기약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도서를 보유하는 게 대형서점의 강점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아마존은 기업형 체인 서점이지만, '대형서점'의 비즈니스 모델은 가져가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어차피 무한대에 이르는 책을 쉽게 검색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이 있는데,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서까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후략)

블루스타킹스, 소수에 집중하다

우리(Bluestockings)는 모든 사람이 억압에 저항하도록, 그리고 평등하고, 협력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 행동하도록 지지한다.

21세기 미국, 맨해튼의 로워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블루스타킹스(Bluestockings)의 미션입니다. '블루스타킹스 소사이어티'에서 이름을 따온 블루스타킹스는 1993년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스물세 살의 여성 캐트린 웰시(Kathryn Welsh)가 여성을 위한 서점이자, 커뮤니티 공간,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꾸민 것이죠.

 

정확히 10년 후 재정적 어려움과 학업을 이유로 웰시는 서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주인 브룩 리먼(Brook Lehman)이 5명의 파트너와 함께 이 서점을 매입합니다. 이후 블루스타킹스는 페미니즘을 넘어 진보정치, 사회운동, 퀴어, 인종문제, 반 자본주의를 주제로 하는 책과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중략) Editor's Comment
블루스타킹스는 두 명의 정규직을 제외하고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매장이 운영된다고 합니다. 이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블루스타킹스 이야기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안유정(이하 생략): 블루스타킹스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블루스타킹스 자원봉사자(이하 생략): 우리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에게 장소를 제공한다. 특히 진보적 가치와 관련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서점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이 추구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다른 독립서점들도 이벤트를 진행한다. 대부분 저자 중심의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경우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고 오는 독자와 다른 잠재 독자를 만난다. 이런 행사가 매출에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을 원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이벤트를 조직해서 자기들이 뭘 하는지 알리고 직접 행동한다.

큐레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진보 활동가들이 이 서점에 모이기 때문에, 큐레이션 또한 이들에게 집중한다. 책을 주문하는 것은 한 명의 바이어가 하고, 진열은 모든 스태프(직원 혹은 자원봉사자)가 한다. 새 책이 도착하면 제일 잘 보이는 평대에 진열하는 편이다. 보통 우리를 억압하는 체제에 저항하거나 대안을 제안하는 책을 큐레이션한다.

 

이것이 다른 서점과의 차별점이다. 인기 저자가 오고 이벤트를 조직하면 무척 즐겁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철학과는 다르다. 우리는 사회적 목표를 위해 활동하는 저자들을 지지하고, 카페 공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조금 더 참여하기를 바란다.

어떻게 운영이 되는가?

몇몇 사람들로 이루어진 다수의 그룹이 돌아가면서 함께 운영(collectively manage)한다. 돈 받는 직원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다 자원봉사자들이다. 책 구입, 내부 이벤트 기획, 외부 이벤트 기획 등으로 업무를 나눈다.

 

나도 자원봉사자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온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오는 편인데, 보통 4시간~7시간 정도 일한다. 사실 이 시간은 이곳에서 내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들 지향점이 같은가?

크게 보면 그렇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소수의 아이디어가 더 많이 알려지고 읽히기를 원하고, 이런 책이 모인 블루스타킹스를 더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러한 면에서 협력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치적 지향점은 약간씩 다르다.

주로 어떤 고객들이 방문하나?

나이나 성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뉴욕의 평균 인구 구성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30세 이하이지만, 손님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는 약간 어리고 진보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후략)

아이들와일드 북스, 미국 도서 유통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Editor's Comment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작가의 손에서 시작하여 독자에게 어떤 경로로 오게 될까요? 아이들와일드 북스 직원과의 인터뷰 일부를 발췌하여 미국 도서 유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음은 몇 년 전까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근무했던 아이들와일드 북스(Idlewild Books)의 직원 나타샤(Natasha)와의 대화입니다. 나타샤에게 미국의 도서 유통 방식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유정(이하 생략): 미국의 서점은 책을 어떤 방식으로 매입하는가?

나타샤(이하 생략): 대부분의 서점이 유통업체(distributor)를 통해 책을 구매한다. 주요 대형 유통업체로는 베이커 앤 테일러(Baker & Taylor), 잉그램(Ingram), 부커진(Bookazine) 등이 있다. 이들은 출판사에서 책을 대량으로 매입해서 서점에 공급한다. 많은 서점들이 유통업체에 계정을 등록해서 필요할 때마다 책을 주문해서 받는다. 유통업체는 서점들을 대표하여 출판사들에게서 책을 산다고 보면 된다. 즉, 유통업체는 서점들이 진열하고 싶어 할 만한 책들을 매입해 서점에 납품한다.

 

미국의 주요 5개 출판사*의 경우 서점들과 직거래하기도 한다. 규모가 큰 서점들은 주요 5개 출판사 외 작은 출판사들에도 계정을 만들어 직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여행서 전문 서점으로서 여행서 출판사들과 직거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유통업체를 통해 사면 할인율이 평균 43% 정도인데, 출판사와 직거래하면 46~50%까지도 가능하다.

*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사이먼 & 슈스터(Simon & Schuster), 맥밀란(Macmillan), 하퍼 콜린스(Harper Collins), 하셰트(Hachette)

 

그럼에도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첫째, 빠르다. 주문한 지 1~2일 후면 받아볼 수 있다. 출판사와 직거래하면 그것보다 느리고, 2주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게 금액적으로는 좋지만 책을 빨리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서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유통업체를 통해 책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 입장에서는 손님이 들어와서 구경하다가 자기가 원하는 책을 바로 발견하도록 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출판사들은 보통 1개의 창고를 가지고 있는데, 유통업체들은 미국 곳곳에 창고를 여러 개 운영한다. 예를 들면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는 메릴랜드에 창고 1개를, 유통업체인 베이커 앤 테일러는 오리건, 테네시, 매사추세츠를 포함해 총 5개를 가지고 있다. 뉴욕은 매사추세츠와 가깝기 때문에, 우리 서점에서는 베이커 앤 테일러를 통해 책을 아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나타샤가 설명하면서 직접 쓴 메모 ⓒ안유정

책이 안 팔리면 어떻게 하는가?

책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나 유통업체에 돌려주고 환불받는다. 예를 들어, 책 10권을 100달러에 매입했다고 가정하자. 책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100달러를 지불하지 않는다. 계약 조건에 따라 지불 시기가 다른데, 기간 조건을 90일로 정하면 90일 이내에 책을 팔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90일 안에 책이 다 팔리면 약속한 돈 100달러를 지불한다. 팔리지 않으면 책을 돌려주고 돈을 돌려받는다. 각 거래마다 현금이 오가지는 않고, 보통 시스템 상의 포인트인 '크레딧(Credit)'으로 이루어진다.

매입한 책의 할인율은 책마다 다른데, 기간 조건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팔 수 있는 기간이 길면 할인을 덜 받고, 기간이 짧으면 더 받는 식이다. 90일과 30일 조건이면, 30일 조건이 더 많은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안 팔리면 다시 돌려보내는 구조라. 그럼 출판사는 책을 진열하는 공간으로써 서점을 일부 임대하는 것뿐이겠다.

맞다! 하지만 서점은 책이 잘 팔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잘 팔리는 책은 계속 주문한다. 우리는 여행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다른 서점과는 조금 다르다.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더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로코로 여행 가는 사람이 이곳을 찾을 때를 대비해서 모로코 여행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잘 안 팔리는 책도 오래 갖고 있으면서 팔리기만을 바랄 때도 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곳의 여행서를 갖춰야 하므로 팔리든 안 팔리든 컬렉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와일드 북스는 좀 특별하다. 꼭 팔리는 책에만 신경 쓰지 않고 돈이 안 되는데도 가지고 있는 거니까. 90일 조건으로 계약한 책이 기간 내에 안 팔려도, 청구서가 날아오면 돈을 내고 책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서점에서 10% 이상 할인해서 팔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서, 작은 서점과 출판사의 생존을 돕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한국의 책 가격은 미국보다 낮은 편인데도, 할인율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내 입장에서는 찬성이다. 한편 다른 사람들도 그 할인율이 적당하다고 느낄까? 정가를 온전히 다 내고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게 핵심일 것이다. 나는 책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생각하고, 지금의 가격은 매우 저렴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관에서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 15달러가 든다
책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친구들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할인된 가격에 책을 사 버릇해서 그런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 도서정가제는 무척 좋은 법안인 것 같다. 다만 사람들이 책을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얼마 전, 「황금나침반(Golden Compass)」을 지은 영국의 소설가 필립 풀먼(Philip Pullman)이 비슷한 주장을 했다.

 

종이, 인쇄, 제본 비용을 다 해서 책 한 권 만드는 비용은 몇 달러밖에 안 되는데 30달러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되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쓰는 데 노력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지 않는가. 책은 다른 물건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종이와 활자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노력을 들여 글을 쓰고 편집해야 한다.

 

책으로 번 수익을 나누는 비율도 바뀌어야 한다. 대부분의 저자는 인세로 정가의 10% 정도만 받는다. 사실 저자가 가장 많은 부분을 가져가야 한다. 물론 출판사와 저자의 사정을 모두 이해한다. 출판 산업의 구조는 무척 복잡하다. 출판사가 책을 만들고 서점에 갖다 놓기까지의 비용이 아마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저자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후략)

 

[I♥NY 독립서점 - 그들이 살아가는 법]

 

안유정 저자가 뉴욕에서 방문한 23개의 서점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컨셉과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뉴욕 서점 여행기가 아닙니다. 리서치는 기본, 각 서점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의 대화와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 중인 모든 분께 이 리포트가 가벼운 조언과 따뜻한 위로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