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욱 셰프의 도쿄, 맛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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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기억되는 다이닝 공간을 추구하는 레스토랑 DOTZ의 최빈 아트 디렉터와 현상욱 헤드 셰프가 도쿄 다이닝 현장을 맛있는 글로 풀어냅니다. 그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리포트는 10월 17일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학생 때 처음 만난 도쿄는 내게 맛의 천국이었다. 여행책으로 배운 맛집들부터 일본 드라마 <밤비노>를 감수한 셰프의 레스토랑, 내 마음속 소울푸드가 된 오야꼬동, 하라주쿠의 크레페까지. 첫 도쿄 여행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도쿄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나도 평범한 복학생에서 DOTZ라는 한 공간의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가 되었다.
요리사로서 경험한 뉴욕과 멕시코, 멜버른과 시드니, 홍콩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식당과 요리사 중 많은 이들이 일본 요리 문화에 빠져있었다. 뉴욕의 최고급 스시야부터 멕시코 시골 마을에서 만난 돈부리까지, 매일 항공편으로 공수되는 일본의 해산물부터 슈퍼마켓의 기꼬망 간장까지도 말이다.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하는 일본 칼과 조리 도구부터 집요하게 파고들어 최고로 만들어 버리는 일본인의 근성까지, 그들은 좋아하고 동경한다.
반면 최근 몇 년간 나는 직관적인 맛이 뛰어난 중국 요리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요리에 빠져 있고, 일본은 예외였다. 간장과 다시로 만드는 일본의 맛에 좀 질려있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두 번의 도쿄 여행을 거치며 다른 생각과 경험을 했다.
도쿄의 다이닝은 멋지다. 전통을 지켜오는 사람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공존한다. 커리와 뎀푸라가 그렇듯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 다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든다. 각 지역의 농부들과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는 셰프들이 함께 다이닝 문화를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그들이 각자의 일에서 개개인의 철학과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선순환이 있다.
그 멋진 도쿄를 최빈 저자와 따로 또 같이 느끼며 다녀왔다. 오감이 즐거운, 그래서 또 가고 싶고 마음속에 깊이 남는 '오감만족 동경식당'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최빈이 묻고 현상욱이 답하다
최빈(이하 생략): JACOB이라는 이름으로 DOTZ의 키친을 맡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JACOB의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현상욱(이하 생략): 개구쟁이입니다. 그리고 "Why not?"을 자주 외칩니다. 항상 도전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색을 가진 요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젊은 셰프들이 도쿄의 다이닝 신에 주목하는 이유를 말해주세요.
도쿄는 전 세계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곳, 가장 다양한 장르의 레스토랑이 있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과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의 파인 다이닝 신에서도 이상향과 같은 곳으로 꼽힙니다. 한마디로, 늘 동경의 대상입니다.
셰프들이 주기적으로 도쿄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움입니다. 우선 즐겁고 맛있습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재료들을 가장 맛있고 멋지게 요리하는 도시 중 하나이고요. 보고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가장 클래식하지만 최신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도시입니다. 갓파바시 도구 거리에서의 조리도구 쇼핑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스타주(stage)*를 위해 도쿄를 찾는 셰프도 많은데요. 셰프들이 스타주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것 역시 배움입니다. 어느 직업에서나 그 분야를 앞서서 이끌어가는 개인과 기업이 있습니다. 셰프로서 그것들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떠납니다. 경험해야 알 수 있습니다. 정식 보수를 받지 않지만 열정 페이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그 기간이 길지 않다면 말입니다.
* 무급 혹은 유급으로 일하는 수습, 수련 요리사. 일종의 인턴사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미쉐린 별을 받은 스타 셰프들도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위해 정기적으로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 스타주를 하러 가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고 직원을 관리하는지 다양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욱 셰프는 호주 시드니 Mr.wong, 멜버른 Lee Ho Fook에서 스타주를 거쳤다.
단순히 보고만 오지 않습니다. 서로의 다른 점들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일부 열정적인 요리사들 사이에서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오감만족 동경식당'에서 다녀온 곳 중 가장 오감으로 만족했던 식당은 어디인가요?
정말 맛있는 과일이 있는 셈비끼야와 맛과 분위기, 철학과 음악 모든 게 완벽하고 멋진 레페르베상스, 유명 셰프의 참새 방앗간인 내츄럴 와인 바 르 캬바렛, 오모테산도의 잇트립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레페르베상스(L'Effervescence) ©최빈
오르간(organ)의 오스미 사요코(Ohsumi Sayoko) 셰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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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이하 생략): 오르간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관광객에게는 레스토랑 리뷰나 정보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오르간(organ).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콘노 마코토(KONNO MAKOTO) 오너 셰프를 주축으로 프렌치 베이스의 '시즈널 쿠킹(seasonal cooking)'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오르간이 추구하는 다이닝의 정수를 최빈 저자가 오스미 사요코(Ohsumi Sayoko) 셰프에게 물었습니다.
오스미 사요코(이하 생략): 내추럴 와인(Vin Nature)입니다. 맛은 물론, 생산자의 포도주 양조에 대한 생각이나 생산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하며 소중히 선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산자를 직접 만나러 가거나, 생산자가 오르간에 오가며 관계를 쌓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주축으로 거기에 생각을 더해서 오르간의 요리들이 탄생합니다. 시음을 거듭하여 와인의 특징을 충분히 파악하고, 어떤 재료가 맞는지 찾아내고자 합니다. 이렇게 고안한 요리를 통해 페어링을 완성합니다.
오르간 요리의 특징을 말씀해주세요.
내추럴 와인에는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듯이, 오르간의 요리도 그러합니다. 가능한, 가게에서 모든 걸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직원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그만큼 손님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빵과 조미료도 수제이며, 샐러드 드레싱, 샤퀴테리(Charcuterie)*, 파이, 파스타, 메인 소스,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대부분 메뉴가 수제입니다.
* 돼지고기를 염장하고 건조해 가공 숙성한 육가공품. 갈리아 시대에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당시 진귀했던 소금을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초리소, 하몽, 파테, 베이컨, 살라미, 테린, 리예뜨 등이 샤퀴테리 카테고리에 속하며, 최근에는 야채 테린 혹은 문어 테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샤퀴테리도 인기가 높다.
샐러드와 고기 요리, 디저트 등 손님의 테이블에서 완성되는 요리가 많습니다. 고객 앞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요리로 재료 본연의 향과 살아있는 현장감을 동시에 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봄에는 벚꽃 나무에 고기를 얹혀 객석에서 구워 향기를 즐길 수 있게 연출하였는데, 매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르간(organ) ©최빈
오르간의 자매 레스토랑으로 우구이스(uguisu)가 있습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요?우구이스는 12년 전에, 오르간은 6년 전에 오픈했습니다. 오너 셰프인 콘노 마코토는 오르간에 있고, 우구이스는 콘노의 부인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요리는 콘노가 신뢰하는 셰프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우구이스와 오르간 모두 콘노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에서 요리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오르간이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면?
'내추럴 와인이 있어 완성되는 요리'와 '생산자를 소중히 대하는 자세'입니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오르간에 와서 개최하는 이벤트가 1년에 여러 번 있고, 그때마다 와인에 맞는 풀코스 요리를 고안합니다. 이벤트가 쌓이면서 참여하는 고객은 물론 생산자들도 매우 감동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르간에서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앞서 말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 이벤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생산자가 일본에 방문할 때, 생산자 본인과 그 와인의 팬들이 같은 공간에서 와인을 위해 만들어진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와인 생산자, 요리사, 고객 모두에게 기쁜 순간이라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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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트렌디'한 식당이 아니라, 돌아서면 다음 계절에 또 가고 싶은 도쿄의 식당과 카페를 찾아갑니다. 맛집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마케팅이 아니라, 하루하루 꾸준히 만들고 다듬어 나가는 음식과 공간으로 '팔리는 테이스트(taste)'의 정수를 추구하는 도쿄 다이닝 신을 탐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