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전소영입니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작가'라 하면 될 말을 굳이 문장으로 풀어쓰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의외로 공대를 나왔고, 학교에서는 도시를 공부했습니다. 

 

그전에 저는 10대 시절 내내 '나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친구들보다 더 많이, 깊게 알아야 한다'는 '똑똑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아이였습니다. 성적표에만은 적용되지 않았던 이 콤플렉스가 다른 관심사 곳곳에 새어 지금 제 삶의 윤곽을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THINK BIG', 그리고 '발견'

처음에는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리포트'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재미있는 주제고, 새로운 걸 보고 조사하며 또 정리할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지만 지루할 틈 없는 작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사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스티벌은 아주 많습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와 SNS 포스팅 덕에 해외 디자인 페스티벌이 이제 그렇게 보기 힘든 행사도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인 페스티벌에 관한 '정보'만 있을 뿐 '이야기'와 '정리'가 모인 콘텐츠는 흔치 않은데다, 우선적으로 저부터 이런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도시도 아닌 '런던'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이 특히 더 좋았습니다. 런던은 세상에서 가장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여왕과 귀족이 있고, 동시에 (혹은 그렇기 때문에) 펑크록과 훌리건이 나오는 곳은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영국 한 곳뿐 아닐까요. 
 

이렇게 이번 주제에 큰 호감을 잔뜩 안고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취재 자료를 살피고, 카테고리를 나누며, 기획 회의를 하던 도중 에디터 님께서 저한테 말씀하시길, 

작가님, 그냥 한 번 편하게 써보시는 건 어때요?

일상의 영감을 줄 수 있는 에세이처럼요.

그 길로 샘플 원고 몇 장을 써봤는데 되려 이게 반응이 좋아 주제가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인사이트가 엿보이는 팩트 정리를 계획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방향이 바뀌니 저로선 중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주는 영감에 대한 수요는 얼마나 될지, 그전에 내가 생각하고 쓴 것들이 과연 '영감 거리'가 될지. 웃자고 한 이야기로 "저 옛날에 별명이 '영감팔이 소녀'였어요."라 하긴 했는데, 이 별명이 아직도 유효한지도 저 혼자서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곁다리로 이야기가 나왔던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 < THINK BIG: 축제의 재발견 >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방향을 바꾸는 것부터 제목을 정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프로젝트 제목에 '영감'이 들어가선 안된다고 제가 고집을 부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영감'을 주는 게 목적인 프로젝트지만 그렇다고 '영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감'을 대체하기 위해 나온 단어가 'THINK BIG'과 '발견'이었습니다. 

 

부디 'THINK BIG'을 '발견'하시고 프로젝트 제목에 절대 쓰지 않으려고 했던 '영감'도 꼭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가며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